대학평가, 어떻게 볼 것인가
대학평가, 어떻게 볼 것인가
  • 라경인 편집국장
  • 승인 2009.09.28 2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3일, 중앙일보가 실시한 09 전국대학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이 평가의 기준은 교육여건 및 재정」·「교수연구」·「국제화」·「평판 및 사회진출도」라는 크게 4가지이다. 이 평가에서 우리대학은 지난해보다 4위 하락한 28위를 차지했다. 「평판 및 사회진출도」분야에서 올해 34위를 차지한 것이 4계단 하락한 이유인 듯하다. 하지만 학부·대학원생이 인문사회·이공계열 등에 소속된 대학만을 대상으로 한 종합계열 평가에서는 10위의 순위를 받아 비교적 선전한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인문사회분야의 교수 당 국내 논문 수 부문에서 전국 5위라는 높은 평가를 받아 인문사회분야에서 강의하고 있는 우리대학 교수들의 연구력이 뛰어남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중앙일보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에서 시행하는 대학평가의 목적은 대학정보를 알리고, 교육의 질과 대학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러한 대학평가를 통해 대학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대학의 수준과 교육여건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교수연구력을 높인다는 이점이 있다. 또 입시생 및 학부모들에게 다양한 대학정보를 제공하다는 점에서 대학평가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대학평가에 대한 대학구성원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09 전국대학평가 결과를 접한 학우들은 자유게시판을 통해 “믿을 수 있는 결과인가”라며 신뢰성에 의문을 표했다. 또「대학평가 대학의 이미지 변화에 영향에 관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대학구성원들이 대학평가에 대한 신뢰도를 매우 낮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은 “대학평가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대학평가 및 평가결과 공개의 필요성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대학평가의 신뢰성에는 대체로 부정적이다”라고 밝혔다. 이는 대학구성원들이 대학평가의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그 기준과 방식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대학평가는 몇 가지 점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먼저, 일반적인 대학평가는 수치화된 양적평가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지난 07년 7월 대교협 주최로 「글로벌 대학순위 평가의 실제와 대응」이라는 주제의 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에서 이영학 선임연구원은 “다양한 형태의 대학을 제한된 지표로 수치화해 평가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며 “총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평가지표를 선택하기 보다는 자료수집이 용이한 지표에 의존하고 있다”고 대학평가의 기준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대학평가의 기준이 수치화된 양적평가에 치중돼 있어 질적 평가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대학평가가 대학서열화를 고착화 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물론 이러한 대학평가를 통해 입시점수로 서열화 되어 있는 대학의 서열화를 극복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입시점수가 낮은 대학이 실제로 경쟁력 있는 대학임을 입증함으로써 소위 일류대학으로 편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평가라는 것 자체가 결과라는 잣대로 대학을 서열화 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입시점수의 서열화냐 혹은 대학평가기준의 서열화냐’ 라는 단순한 차이만 있을 뿐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음은 명백하다. 이 점이 대학평가가 지니고 있는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언론사와 같은 기업이 우후죽순으로 대학평가를 하고 있다는 문제점이다. 대학평가는 공신력 있는 교육관련 기구가 맡아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기구가 대학평가를 할 때 대학평가의 순수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와 같은 기업이 대학평가를 경쟁적으로 한다면 대학평가의 본질적 목표가 자칫 상업성으로 인하여 훼손될 수 있다. 실제로 지금 많은 언론사들이 대학평가를 함으로써 대학의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는 동시에 대학평가의 결과가 달라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다. 공신력 있는 교육관련 기구로부터 대학평가를 받도록 단일화시킴으로써 대학평가의 공정성과 공신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대학평가의 본래 목적은 교육의 질을 향상시켜 대학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 부합되는 진정한 대학평가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