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순례대장정을 다녀와서
영남순례대장정을 다녀와서
  • 양문성(외식산업학3)
  • 승인 2009.09.1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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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십니까! 8분 음표 양문성 이라고 합니다”라는 문구를 시작으로 지원서를 정성껏 작성하였고 거기다 운이 따라주어 꼭 가고 싶었던 제1회 영남순례대장정에 함께하게 되었다. 드디어 출발하는 당일이 되었고 우리는 서로 간에 어색함 또한 즐기며, 힘찬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 출발 전 찍었던 단체사진에서는 우리들의 패기가 흠뻑 느껴졌다. 행군이 시작되었고, 느즈막한 8월의 태양은 우리를 더욱 탄탄하고 강인하게 만들어 주려는 듯 날이 갈수록 더욱 강력해져만 갔다.
행군은 한 시간 가량을 기본적으로 걷고 그 이후로는 240명이 쉬어갈 만한 장소가 나오면 쉬는 식의 진행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인내심의 한계를 경험하였을 것이며, 체력 분배의 중요성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된다. 쉴 때에는 신발과 양말을 벗어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하였고 베이비파우더를 발전체에 뿌려주었다. 물집이 나면 실과 바늘로 그 부분을 꿰매어 실을 통해 물이 빠지도록 해야 했다. 또한 물집이 생기면 그 부분을 피해서 딛으려 하지 말고 고통스럽더라도 평소와 같은 걸음걸이를 유지해야 다른 부분의 물집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새 운동화 보다는 자기가 평소 운동할 때 신었던 것이 좋다. 짐은 최소화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두어 벌의 옷으로 대장정을 이어 나가야 했다. 덜 마른 옷들은 행군 시 배낭에 옷걸이를 걸어두면 금방 마른다. 국토대장정을 떠날 때 가장 필요한 물품 3가지를 꼽으라면 옷걸이 및 빨래집게, 베이비파우더, 지퍼 백 이라는 것을 나는 이번 경험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샤워는 8명이 10분 안에 해결해야 했으며, 물이 부족해서 개인이 씻을 물이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하게 여겼다. 그런 상황에서 온기 있는 물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였다.
걷는 데는 생각보다 큰 인내와 끈기가 필요했다. 물 한모금의 소중함과 땀을 식혀주는 바람의 고마움을 그렇게 감사히 여겨본 적이 없었다. 같은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동료들의 존재가 얼마나 큰지 함께하지 않았다면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던, 때로는 이기적이었던 지난날들을 반성하며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들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알게 되었다. 한계를 넘어서고 그것을 이겨내면 조금 더 강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렇게 170km가량의 걸음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소중한 인연들을 선물해주었으며, 덤으로 한결 가볍고 탄탄해진 몸까지 가져다주었다. 책상에 앉아서는 배우고 느끼지 못할 것들이었다. 명상시간에 들었던 너무도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여러분 사실 우리는 끝이 아닌 시작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늘 시작입니다!”
지난날의 뜨겁고 열정 가득했던 대장정은 끝이 났지만, 그것이야말로 내게는 또 다른 시작이었던 것이다. 나는 이제, 또 다른 무언가를 시작해보려 한다.

양문성 씨(외식산업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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