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의 뇌구조, 파헤쳐보자
취업준비생의 뇌구조, 파헤쳐보자
  • 박슬기 기자,박주현 기자
  • 승인 2009.09.14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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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언론에서 청년실업문제가 보도되고 우리대학에서도 취업박람회, 취업캠프 등 다양한 취업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지만 취업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취업준비생의 고민은 여전하다. 이번 ‘通하다’면에서는 스펙, 연애, 금전, 휴학, 스터디 그룹, 주위의 시선, 취업운으로 구성된 학생들의 뇌구조를 통해 취업 및 진로에 대한 고민을 알아보았다.

 무한 경쟁시대, 스펙에 울기도 웃기도

많은 학생들이 외국어 실력을 취업의 걸림돌로 꼽았다. 이위재 씨(기계공4)는 “어학연수를 다녀와도 요즘은 누구나 워킹홀리데이로,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는 추세니까 나의 영어 실력은 묻힌다. 또 토익 영어와 면접 영어는 달라서 매번 따로 공부한다”며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정형화된 스펙 사이에서 내적인 스펙, 즉 인성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는 학생도 있었다. 배유민 씨(경제금융3․휴)는 “1학년 때부터 마트, 카페 등 서비스 업종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인사성 하나는 누구보다 자신있다.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 연습을 하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등록금을 벌면서 좋은 인상도 얻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배 씨는 “성실성과 친절이라는 나만의 내적 스펙은 내가 원하는 금융권 입사에도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취업따라 연애 방식도 바뀌어

연애에도 취업스트레스가 큰 영향을 끼칠까. 문과대의 한 여학생은 “취업준비로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이른 지금, 누군가를 사랑할 여유가 없다. 시간관리, 금전적 여유 등 부차적인 문제는 둘째로 쳐도 연애감정이 메말라 외로움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연애 중인 학생들은 취업 내조에 행복해했다. 박선영 씨(컴퓨터공4)는 “남자친구가 나의 희망 기업에 1년 먼저 취직해 면접정보를 알려주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며 취업과 연애의 상관관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

서유진 씨(경제금융3․휴)는 “요즘 같은 취업전쟁터에서 취업준비생이라는 동병상린 때문에 남자친구와 전우애를 느끼기도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취업준비비용 마련에 용돈다이어트

“일주일 지출요? 학생식당에서 두 끼 해결하면 5천원, 곱하기 7일이면 3만5천원 정도예요, 식비 외에 지출은 삼가하죠”

준비할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은 취업준비생에게 용돈다이어트는 필수. 최세림 씨(독어독문4)는 “여자로서 화장품이나 옷, 사고 싶은 것 많지만 3개 사고 싶으면 1개 사고, 1개 사고 싶으면 안 산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토익시험 응시료 내고 교재를 산다”고 말했다.

휴학, 약도 되고 병도 되고

휴학기간에 경험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취업 목표를 정했다는 이승은 씨(사학4). “휴학 중 외국어공부, 여행 등 많은 활동을 했지만 가장 큰 성과는 진로를 정한 것”이라며 “극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고 열심히 한 결과 신입매니저까지 진급했다. 현재 대기업 멀티플렉스에 취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만족해 했다.

스펙도 쌓을 겸, 마음가짐도 새로 다질겸 휴학을 선택했다는 서유진 씨(경제금융3․휴)는 휴학을 고려하고 있는 학생에게 “체계적인 목표없이 휴학하는 경우 시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휴학 중에도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시간을 버는 비결”이라며 귀띔해 주었다.

취업전쟁, 이겨보자

“오늘은 두산 스타일로 해볼까?”

“면접볼 때, 소심한 자세로 임하면 안돼”.

왁자지껄한 이곳은 취업스터디 ‘취업진담’회원들이 모인 학생지원센터 213호. 8명의 회원이 자기소개서, 프레젠테이션 발표, 인성․적성검사, 면접 등을 준비하며 하반기 취업을 노리고 있었다. 이승은 씨(사학4)는 “자기소개서 피드백, 면접 등은 혼자서 준비하기 어려워 이 스터디그룹에 가입했다”며 “다양한 전공의 회원들이 모여 실제 응시환경과 가깝게 준비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회원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내년에는 이곳에서 보지 말자”며 미리 행복한 이별을 고하는 회원들. 이들은 이미 취업준비생이 아니라 취업예정생이었다.

무언의 압박이 더 무서워요

취업 준비생들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 외에 시달리는 것이 바로 주변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이다. 어디에 취업할 생각인지, 취업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은 취업준비생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들에게는 숨길수도 드러낼 수도 없어 갈등을 겪는다. 올해 졸업생 박은엽 씨는 “동생이 먼저 내가 목표로 하고 있는 대기업에 취업했다. 은근히 비교당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고 털어놓았다. 이호진 씨(언론정보4)는 “어머니가 농협에 다니고 계셔서 농협에 응시하는 사람들의 스펙을 귀띔해주시곤 한다. 토익 9백 점대에 화려한 공모전 수상 경력이 보통이라니 취업 준비생인 나를 긴장하게 한다”고 말했다.

운이라도 좋았으면 좋겠네

나는 언제 취업에 성공하여 이 막막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운에 기대어 답답한 현실을 바꿔보려는 취업 준비생들도 많다. 정문 앞에서 점을 봐주는 정철승 씨(77세)를 찾아 학우들의 취업운에 대해 물어봤다. 정 할아버지는 “연애운 다음으로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이 취업운이다. 주로 마음먹은 직장에 갈 수 있는지, 재학 중에 취업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고 설명. “중등교원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7전 8기, 말 그대로 7번 넘어지면 8번 일어나는 학생이었다. 그 해 운세가 좋지 않아 ‘내년에 대운이 온다’고 돌려 말해주었는데 결국 그 학생은 임용고시에 합격했다. 나중에 나에게 인사하러 왔는데 얼굴이 좋아보여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답답한 현실을 잊기 위해 본 운세가 오히려 독이 된 경우도 있다. 올해 졸업한 박수찬 씨(언론정보학과 09졸)는 “작년 취업박람회에서 취업운을 봤는데 점술인이 내년까지 취업이 안된다고 했다. 결국 그 점술인의 말대로 아직까지 취업을 못하고 있다. 말이 씨가 된다더니 그 점술인의 말 때문인것 같아 신통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괜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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