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소통'시키다
음악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소통'시키다
  • 남경순 명예기자
  • 승인 2007.04.09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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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울림'의 대표 이상경 동문을 만나다
 오랜 만에 비가 내린다. 간만에 내리는 비는 사람들의 마음을 괜스레 설레게 하고 기분 좋게 만들기도 하지만, 오늘처럼 중요한 약속이 있는 날이면 짜증스럽고 귀찮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요즘 선생님께서는 연주회 준비로 많이 바쁘십니다”라고 말하는 관계자의 목소리는 인터뷰를 청하는 기자의 마음을 더욱 부담스럽게 만든다. 버스에서 내려 늦지 않기 위해 택시까지 타고 도착한 곳은 대구 수성구 상동에 위치한 공간 ‘울림’이다. 바로 이곳 ‘울림’의 대표 이상경(피아노 학과 졸, 79학번) 동문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학교가 다니기 싫었어. 늘 딴 짓만 궁리했지”

 자판기 커피 한 잔을 거의 다 비어갈 때 쯤, 멀리서 짧은 컷 머리에 안경 낀, 다소 키가 작은 여자 한 분이 다가왔다. 예상했던 모습과 달라서일까 순간 가수 이선희를 연상해 보기도 하고, 이곳에서 일하는 또 다른 분이 아닐까 머리를 돌려보기도 했지만 역시 오늘 만나기로 한 그 분이다. “내가 뭐 인터뷰할 게 있다고 찾아오세요”라며 웃음을 짓던 그녀는 학창시절의 이야기부터 자연스럽게 꺼내 놓는다. “오르간 연주를 배워 교회음악을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원하던 대학에 떨어지고, 고민 많을 때 입학한 곳이 우리대학 피아노학과였지요. 원하던 대학에 떨어진 것은 제 인생의 첫 실패였어요. 교만했었지요. 하지만 그것이 이후 제 삶을 살아가는 데 좋은 경험이 됐어요. 겸손할 줄 알고,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는 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공부에 마음이 없으니 그녀의 학교생활이 재미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녀는 매일 딴 짓만 궁리했다고 한다. 이리저리 사람들 만나 놀면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을 때, <영대문화>에 들어가게 됐단다. 지금도 예체능학과 학생들이 대학언론 기관에서 활동을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니, 과거에는 더 했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학업과 과제를 해결하면서 그와 더불어 사람들을 만나 기사를 작성하는 일은 그야말로 고된 노동이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빡빡한 수업과 연습으로 소문난 학과의 대부분 학생들은 대부분 설명만 듣고도 포기하거나 한 달 내에 그만 두게 된다. “신문사에 들어가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비교적 발행주기가 적은 교지에 들어가게 됐지요. 당시 서정윤 시인과 함께 활동했었어요. 딴따라는 저 혼자 밖에 없었죠” <영대문화>에서의 활동은 이 후 그녀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공부자체가 갈등이었던 시기, <영대문화>에서의 활동은 많은 사람과 만날 기회를 제공했어요. 음악 하는 사람이 사회·언론 활동을 한다는 주변 질책에 갈등도 있었고요” 그녀의 그러한 갈등은 공간 ‘울림’을 만드는 데도 영향을 주었다. 어쨌든 그녀는 졸업 후 대학원과 뉴질랜드 유학을 거쳐, 결국 하고 싶었던 오르간 연주에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 ‘울림’의 대표 역할과 대학에서의 강의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인터불고> 호텔의 오르간을 관리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

공간 ‘울림’의 탄생과 현재

 ‘울림’의 첫 시작은 하우스 콘서트에서 시작된다. 스터디 그룹에 참여한 사람들로 시작했던 것이 시간이 갈수록 동네 주민들까지 참여하게 됐단다. 이런 경험은 음악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즐기고 공유하고 싶다는 이 동문의 생각을 더욱 발전하도록 만들었다. “외국에서는 거창한 의상과 형식에서 벗어나 주변 사람들과 음악을 공유하고 즐기는 하우스 콘서트가 많아요” 음악 실력과 방식은 물론 다르지만, 문화의 가치는 우리 스스로 평가하고 재창조하는 데 있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그녀의 하우스 콘서트는 2002년 가을에 집을 구입한 후 꾸준히 운영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음악 나누기 프로젝트는 그녀가 집을 개조하면서 본격화 됐
다. “주변분들 중에 정서장애아와 그 가족을 돕기 위한 모임을 운영하면서 자선 음악회를 하시는 분이 계셨어요. 늘 장소가 없어 어려워했지요. 이런 점이 ‘울림’을 만들게 한 계기가 됐어요. 이후 뜻을 같이 하는 주변 선생님이 모여, 음악을 나누고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운동을 펼치게 되었죠”
 현재 ‘울림’의 1층에는 <21세기 교회음악아카데미>와 <신매체예술연구소>가 있고, 지하에는 100석 규모의 콘서트 홀이 겸비되어 있다. ‘울림’은 매 주 마임과 춤, 국악 등 다양한 공연과 <21세기 교회음악연주회>, <해설이 있는 음악회>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주노동자와 같은 다문화 가정을 위한 울림 장터, 전시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대구지역에 몇 대 없다는 파이프 오르간을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공간 ‘울림’의 가장 큰 장점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 - “지금처럼 하는 거죠”
 이 동문은 학창시절부터 문화와 사회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가졌다. 그런 고민은 음악을 통해 사회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으로 이어졌고, 결국 음악으로 여러 사람에게 ‘울림’을 전하고자 했다. 그런데 그녀가 말하는 ‘울림’은 과연 무엇일까?
 “처음 ‘울림’ 이라는 이름을 정하는 때 굉장히 어려웠어요. 고민 끝에 ‘한 순간이라도 모든 사람이 음악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로 지금의 이름이 나왔지요” 매일 저녁 일을 마치고 가족과 함께 음악을 편안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이 문화에 소외되지 않고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 더불어 이웃의 삶을 함께 공유하고 살펴보는 것이 공간 ‘울림’의 참 의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음악은 바로 촉진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인터뷰 동안 내내 그녀가 강조하고 되풀이 했던 말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 동문의 삶이 바로 그러했다. “울림은 회원제도 아니고 특별한 후원도 없어요. 하지만 막상 시작하니 주변 분의 도움으로 무리 없이 운영되고 있지요. 큰 욕심내지 않고 그저 지금 형편대로 자연스럽게 할 겁니다”
음악을 통해 세상과 사람들과 소통하는 사람. 돌아오는 시간까지 내린 비가 짜증과 귀찮음이 아닌 설렘과 따뜻함으로 다가왔던 것은 이 동문의 따뜻함이 전해졌기 때문인 듯하다.

공간‘울림’주소:대구광역시 수성구 상동 66-7
문의:053)765-5632 홈페이지:www.space-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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