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가 곧 '주인공'입니다"
"청취자가 곧 '주인공'입니다"
  • 임기덕 기자
  • 승인 2009.08.31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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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공동체 FM 정수경 이사장

"FM 89.1MHz 성서 FM에서 11시를 알려드립니다. 뚜, 뚜, 뚜, …. 땡!"하고 시보 소리가 울렸다. 시보 소리에 맞춰 정수경 이사장이 사무실에서 나와 기자 일행을 맞았다.

주파수 FM 89.1MHz. 대구 성서 지역 주민과 성서공단의 내.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된 청취자이자 주인공이다. 비영리 매체이기 때문에 상업광고를 내보내지 않고 뜻있는 지역 주민들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성서공동체 FM 정수경 이사장
"제가 라디오 방송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대구노동교육협의회 정책실장, 노동자의 미래를 열어가는 현장연대 대표 등 그가 몇 해 전까지 명함에 새겼을 직책들은 사실 라디오 방송과는 전혀 인연이 없어 보였다. 그가 라디오 방송에 뛰어든 계기는 참으로 '우연'이었다. 그는 20년 동안 노동운동을 했다. 그러다 02년 잠시 쉴 겸 영상매체로 눈을 돌렸고 노동 교육용 영상을 만드는 단체를 만들었다. 그러던 중 공동체 라디오 방송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때마침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의 전신)에서 공동체 라디오 방송 시범 사업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04년의 일이었다.

"단지 '저것 재밌겠다'는 생각에 '지역의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방송'으로 컨셉을 잡고 무작정 사업자 공모에 뛰어들었죠. 시범 사업자에 선정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정 이사장의 갑작스런 결정에 동료들도 적잖이 당황했다. 성서 FM은 공동체 라디오 방송 시범 사업자로 선정됐다. 준비도 없이 뛰어들었던 탓에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1W의 낮은 출력과 재정문제 또한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보람도 있었다. 지역에 공립 도서관이 없던 현실을 지적하고 주민들과 관할 구청에 지속적으로 설립을 제안했다. 그 결과 지역 주민들의 숙원이었던 공립 도서관이 지난 연말 마침내 문을 열었다.

"이것이 바로 미디어의 역할이고 힘입니다󰡓

성서 FM에는 다른 공동체 라디오 방송과는 차별되는 소재가 있다. 바로 이주노동자와 장애인이다. 현재 이주노동자들이 자국어로 고국의 소식을 전하는 이주노동자 방송,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점자 방송 대본을 만들고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 지체장애인들의 삶을 소재로 다룬 만담 프로그램 등이 방송중이다. 물론 지역 공동체와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도 전파를 탄다. 지역 주민과 사회적 소수자가 직접 라디오 방송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편 현 정부의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 정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언론의 가장 큰 기능은 권력을 감시하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의 천부적 권리입니다. 만일 그 기능이 없어진다면 사회적 균형 감각은 곧 깨지게 될 것입니다."

정 이사장에게 앞으로의 소망을 물었다. "라디오 방송국을 1층으로 옮기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지역 주민들이 저희가 방송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들으며 편하게 차 한 잔 마실 수 있도록 말이죠. 이는 곧 방송국과 청취자 사이에 놓인 문턱을 낮춘 열린 방송을 뜻합니다"

그의 바람처럼 1층 라디오 방송국에서 이웃들과 함께 희망의 전파를 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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