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선생을 추념하며
김대중 선생을 추념하며
  • 영대신문 편집국
  • 승인 2009.08.31 1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 현대사의 소용돌이를 온몸으로 맞선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우리는 선생으로 기억한다. 그분은 평생을 DJ 선생으로 불리었다.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선생이란 칭호는 김구 선생을 비롯한 몇 분에 불과한 듯하다.

  그러나 우리 현대사의 정치인들은 대개 ‘선생’이란 칭호와는 거리가 멀다. 겉으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외쳐대지만 그 속내를 보면 개인의 영달과 이익, 자신이 속한 지역과 집단의 이해만을 위해 활동할 뿐이다. 표리부동한 삶이기에 존경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남북의 통일, 세계 평화를 위해 한 몸을 희생하였다. 권력에 의한 유무형의 폭력과 회유, 다수에 의한 오해와 불신, 극도의 색깔론, 몇 차례에 걸친 죽음의 고비 등 온갖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고 오직 양심에 따라 사유하고 실천하는 아름다운 인간으로 한 평생을 보냈다. 어찌 보면 ‘당위(當爲)’의 묵묵한 실천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 겨울의 매서운 추위와 온갖 시련을 꿋꿋하게 견디어 궁극에는 봄을 맞이하는 인동초의 삶이 당위이듯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키려고 한 양심은 무엇인가?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의 마음이다. 모든 제도와 사상, 규범과 관념, 물질과 조건을 초월하여 사람이 사람으로서 옳게 대접받는 세상에 대한 희망이 선생의 내면에 오롯이 자리 잡고 있었으며, 그 꿈을 이루고자 반독재 민주화 투쟁, 분단 극복 운동을 ‘실천’했던 것이다.

  선생이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양심과 신념을 실천하고 전함으로써 보다 진보한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사람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대 많은 이들의 師表였기에 ‘선생’으로 호칭되었던 것이다. 선생의 삶은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 역사의 발전에 대한 믿음,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부단한 실천과 비타협적 정신, 화해와 용서의 실천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선생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선생이 추구한 정신과 삶의 궤적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지금은 선생의 노력을 바탕으로 이루어놓은 남북 화해 분위기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민주적인 제반의 장치들이 여지없이 훼손되고 있다. 인간을 도구화한 실용주의, 타인을 배제한 이기주의, 역사적 시각을 결여한 합리주의, 무한한 물질적 욕망의 성과주의, 자신만을 선으로 인식하는 독선주의 등이 만연할 뿐이다. 남북냉전, 권력남용, 용산참사, 인권탄압, 언론통제, 소통단절, 환경파괴 등 목불인견의 상황이 벌어지는 현 국면을 우리는 ‘역사의 퇴보’로 규정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선생이 추구했던 삶과 정신은 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마냥 선생에게 기댈 수는 없다. 남은 자는 남은 자로서의 역할과 책무가 있다. 관념적 추모와 애도로는 역사의 진보를 이루어낼 수 없는 것이다.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저마다의 공간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선생의 뜻을 창신(創新)하여 실천하는 것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다.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것이 선생에 대한 예의이며, 따뜻한 ‘인간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역사는 진보한다.

삼가 김대중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