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단계 여전해 ‘우리대학 3명 중 1명 피해 경험 있어’
불법 다단계 여전해 ‘우리대학 3명 중 1명 피해 경험 있어’
  • 박슬기 기자
  • 승인 2009.08.31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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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대학에 다니고 있는 서 씨는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함께 일하던 A씨와 가까워졌다. A씨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 씨에게 자신이 서울에 취직해 일하고 있다며 안부를 전해왔다. 연락을 주고 받은 지 약 두 달째인 지난해 5월, 서 씨는 ‘서울 구경시켜주겠다’는 A씨의 말에 별다른 의심없이 서울로 향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서 씨는 A씨와 평범한 인터넷 유통회사라는 A씨의 직장으로 함께 가야 했다. 서 씨는 그곳에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해보이는 또래들과 총 4교시로 구성된 ‘강의’를 들었다. 들고 온 짐은 빼앗기다시피 맡기고 난 후였다. 함께 온 A씨는 ‘서 있는게 편하다’라며 뒤에서 강의실 문을 지키고 있었다. 꺼림칙해 하는 서 씨에게 ‘내가 너 하나 속이겠다고 이 많은 사람들을 다 데리고 왔겠냐’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강사는 수려한 말솜씨로 TV광고로 유명해진 합법적인 다단계 회사를 언급하며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A씨는 잠깐의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도 서 씨에게 ‘함께 일해보자’고 설득했다. 자신의 집안 사정을 말하며 심금을 울리기도 했고, 타로카페에 데리고 가 ‘새로운 기회가 왔으니 꼭 잡아라’는 타로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

 또한 돈을 많이 번다는 A씨는 잠깐 놀러 온 서 씨에게 밥값과 생필품을 사게 했다. 교육원생들을 세뇌시키려는 듯 이틀 연속 똑같이 반복되는 강의와 피라미드 형태의 그 회사 유통방식에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서 씨는 억지로 맡겨진 짐을 갖고 그곳을 빠져나오려 했다. 그러자 A씨와 다른 회사사람들이 나와 서 씨를 붙들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욕설과 몸싸움이 오고 가기도 했다. 서 씨는 휴대폰을 이용해 지인에게 대구로 향하는 기차시간을 알아내 007작전을 연상케하는 방법으로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대학생을 상대로 한 불법 다단계 회사는 합법적인 다단계 회사가 들어서기 시작한 20여 년 전부터 끊임없이 생겨났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취업난이 가중되고 등록금 해결이 어려워지면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불법 다단계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우리대학 학생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우리대학의 자유게시판인 천마광장에는 서 씨 외에도 다단계 피해를 당했다거나 당할 뻔했다는 학우들의 글들이 지속적으로 게시되고 있다. ‘취업 사이트에도 평범한 회사인 듯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일단 의심이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 등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또한 우리대학 학우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2백 명 중 60명(30%)이 ‘자신 혹은 친구가 불법 다단계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서 씨는 “주변사람들 중에서도 불법 다단계를 권유 받았다는 사람이 꽤 있었다”며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변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심어줄까봐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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