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달리고 싶다
자전거는 달리고 싶다
  • 임기덕 기자
  • 승인 2009.05.2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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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가 계속되고 고유가로 인해 가계를 비롯한 경제 주체들이 사실상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최근 친환경적이면서도 경제적인 대체에너지원, 새로운 생활양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그 가운데에 바로 자전거가 있다. 정부도 자전거가 가진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인정하면서 국민들에게 자전거타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이명박 대통령은 자전거주간을 맞아 행한 라디오 국정 연설에서 "자전거타기 활성화야말로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자전거타기를 촉진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전거를 일상생활과 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다. 이에 우리의 자전거타기 현실을 되돌아 본다.

자전거에 불리한 현행 법률

현재 자전거와 관계되는 법률로는 도로교통법과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등이 있는데 이들 법률에서 자전거는 '차'로 규정되고 있다. 도로교통법 2조 16항은 자전거를 '차'로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자동차와 자전거가 똑같이 취급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정답은 두말할 것도 없이 '그렇다'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전거와 자동차는 차도만 통행할 수 있으므로 자전거가 인도를 통행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자전거든 자동차든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그것도 무조건 '차'가 일으킨 사고로 보고 있다. 관련법이 자전거 운전자들에게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자전거가 연루된 사고에서는 자전거가 자동차에 비해 절대적으로 약한데도 단지 '차'이기 때문에 10대 중과실이나, '차 대 차' 교통사고의 유형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에서 자전거와 보행자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면 10대 중과실의 하나인 신호위반이 적용돼 처벌받는다. 그리고 일반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와 자전거 사이에 사고가 일어날 때에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에 따라 자전거는 보행자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 마지막으로 횡단보도에서 자동차와 자전거가 충돌하더라도 '차 대 차'교통사고의 유형이 적용돼 보행자로서의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김유진 양(전기공3)은 "아는 분이 자전거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사고 처리가 곤란해 자전거 사고인 것을 감춘 채 수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이야기를 들으며 관련 규정이 현실과 동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의식 부족이 걸림돌

자전거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 부족 또한 자전거타기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자전거타기운동연합의 배태용 씨는 "자전거가 정작 '차'임에도 자동차 운전자들의 잘못된 의식으로 인해 도로에서 공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서 "일반 자동차 도로로 나가면 자동차 운전자들의 위협과 눈치주기에 어쩔 수 없이 인도로 올라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전거타기 활성화를 위한 시민들의 의식 개선과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대구시장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들부터 지속적으로 자전거 활성화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점차 아래로 파급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완수 창원시장은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전거타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전거도로 조성 못지않게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싶게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기반 시설 확충이 우선돼야"

자전거 기반 시설의 미비야말로 자전거타기의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많은 자전거 애호가들은 자전거 부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자전거도로와 도난 걱정이 없는 보관대 확보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유진 양은 "주변에 자전거도로가 건설되고 있으나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며 "자전거 이용 인구의 증가에 걸맞으면서도 안전한 자전거도로 건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 양은 "보관대에 자전거를 단단히 채웠는데도 자전거 도난이 일어난다. 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CCTV와 같은 철저한 관리 시스템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대구시청 홈페이지의 정책제안 홈페이지인 상상제작소에도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도로와 보관대의 신설 및 개선, 지하철 이용객 증가와 연계한 자전거 활성화 아이디어 등 자전거와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연계된 시설의 확충을 제안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벨리브와 누비자에서 배운다

프랑스 파리로 가보자. 파리시는 예전부터 줄곧 도심지 차량 교통수요 억제정책과 지속적인 자전거 도로 정비 정책을 펴면서 자전거 인구를 해마다 증가시켰으며 07년 7월 시민공공자전거 서비스인 '벨리브'를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창원시가 자전거타기 활성화에 적극 힘쓰고 있다. 창원시는 벨리브를 원형으로 이와 유사한 체제를 갖춘 공영자전거 '누비자'를 작년부터 시가지 주요 장소에서 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도 사용 인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근린공원, 아파트단지, 대학교 주변 등에 대여소와 자전거를 추가로 설치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창원시는 보관대와 자전거 전용도로를 확충함은 물론 보도의 턱을 대폭 낮추고 자전거 전용 횡단로를 횡단보도 주변에 설치함으로써 기반 시설을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작년 9월에는 전 시민들에게 자전거보험을 가입해주고 한 달에 15일 이상 자전거로 출근하는 지역 소재 기업의 근로자들에게 자전거 출퇴근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그 결과 창원시의 자전거 출․퇴근률은 06년 4.8%에서 07년 6.2%, 작년 12월에는 7.3%로 계속 증가해왔다. 그리고 2020년까지 자전거의 교통수단분담률을 2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자전거 전용 신호등과, 자전거 육교, 전용도로 확대 및 기존 도로 재정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자전거 생활화 대책 나와야"

최근 자전거 붐이 일기 시작하자 대구시에서도 각종 자전거 관련 사업들을 발표하고 나섰다. 현재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는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연계한 낙동강 에코트레일(자전거도로 + 마라톤코스) 조성사업과 그린슈퍼벨트 조성사업이 있다. 그리고 일부 구에서는 자전거 전용도로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거나 혹은 건설 중에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형식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태용 씨는 "강변 자전거도로 조성도 좋지만 이는 단순히 주말 여가수단으로서의 자전거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전거타기 활성화를 위한 도심지역 내의 자전거도로 개선사업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배 씨는 "단순히 양적이고 수치로 된 결과만 중시하다보니 인도 위에 페인트만 칠해서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보관대를 설치해 놓고도 성과라고 내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겠다는 시의 약속이 실현되기를 바란다"며 자전거타기의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도로의 일부를 자전거도로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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