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이 더해가는 공동체 의식
아쉬움이 더해가는 공동체 의식
  • 남효덕 교수(전자정보학부)
  • 승인 2009.05.21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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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정보공학부)
 학창시절을 포함해서 대학캠퍼스에서 보낸 날이 벌써 40년을 훌쩍 넘었구나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워진다.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뀌는 동안 세상 어느 하나 바뀌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대학의 풍속도는 너무나 달라졌다.

 또래 연령의 5, 6% 정도만 대학에 진학했던 필자의 대학시절을 회상해본다. '휴강이 명강'이라는 유행어가 말해주듯 수업시간은 말할 것도 없고 시험시간까지 빼먹고 단체로 줄행랑치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교수든 학생이든 신학기 개강 후 한 두 주간 학교에 나오지 않는 일은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고, 명절을 전후하여 한 두 시간의 결강은 어쩌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시절은 나름대로 캠퍼스 낭만이 있었으니, 사제간에는 정이 넘쳤고 교우들간에는 인간미가 흘렀다. 수업시간에는 빠지면서도 체육대회 같은 학과 행사에는 반드시 동참하였고, 버스비까지 걱정하면서도 단체로 가는 수학여행은 함께 떠났으며, 졸업사은회 같은 은사들과의 모임에는 개인적인 사정을 앞세우는 친구가 없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대학생 수가 늘고 학습환경도 크게 개선됨과 동시에 학업에 대한 열기도 그만큼 뜨거워졌으니, 40년이 지난 지금 교수나 학생 모두 개강 첫 시간을 대강 때우려는 생각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아무리 많은 과제물도 제 시간에 제출하는 제자들을 보며 흐뭇해하면서도 토요일 오후 보강에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 수강생들에게는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런데 이들 대학생들의 의식에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할아버지 상을 당하고도 헐레벌떡 학교로 뛰어오는 어느 학생을 보면서, "전과목을 A+받고 싶은데 1점만 올려달라"고 흥정하는 어느 학생을 대하면서, 학점 관리에 이렇게까지 신경쓰는 모습은 아쉽다 못해 안타깝기만 하다.

 요즘 대학생들의 공동체 정신이나 사제간의 인간관계를 생각하면 더더욱 아쉬운 마음이 든다. 수천명이 함께 뛰어야할 체육대회에는 임원 중심의 수십명만 자리를 지키며, 유명한 강사를 초청한 세미나에 참석할 때도 공인출석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 초․중등학교를 거치면서 보이지 않는 경쟁에 익숙해진 젊은이들이 '우리'보다는 '나'를 더 앞세우는 세태는 교육시스템만 탓할 수 없으리라. 추천서 부탁 같은 공적인 용무나 학점문제 같은 타산적인 용건 외에는 연구실을 찾는 제자들이 점차 줄어가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갓 부임한 새내기 교수 시절 제자들과 함께 완행열차에 몸을 실고 수학여행을 떠났던 추억은 아직도 생생한데, 주야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제자들과 토론하고 고민을 함께했던 시절은 다시 만날 수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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