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월남쌈
세계화와 월남쌈
  • 편집국
  • 승인 2009.05.2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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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대학의 새 집행부가 출범한지 세 달이다. 그간에 우리대학을 이끌어갈 비전으로 YU Glocal Initiative가 제시되었고, 다음 주에는 선포식을 할 것이라 한다. 지역을 거점으로 하여 세계화와 지식기반사회를 선도해 나간다는 발상이다. 그래서 영어 강의도 늘리고 외국인 학생도 적극 유치하겠다고 한다. YUGI가 꼭 성공하기를 바라며, 이를 통해 우리대학과 우리 구성원들이 지구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하여 크게 기여하기를 바란다.

 세계화는 우리 시대의 중요한 과제이다. 세계화가 한국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나서 한 20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 동안 한국인들이 세계화에서 많은 진전을 이루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아직도 세계화 운운하는 말이 도처에 떠도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세계화란 무엇인가? 왜 우리는 세계화를 추진하여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다면 글로벌리제이션이건 글로컬리제이션이건 성취하기 어렵다.

 세계화에서 중심은 세계다. 세계와 더불어 번영하고 세계와 더불어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 것이 세계화다. 나만 옳고 나만 중요하다는 생각, 내가 일등이 되고 내가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파워를 가지겠다는 생각은 세계와 갈등하는 방법이고, 우리를 포함하여 누구도 결코 행복할 수 없게 하는 게임이다.

 불행하게도 여전히 세계화에 반하는 현상들이 우리 주위에 많다. 그 중 하나가 개성과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습관이다. 우리만이 옳고 우리 것만이 아름답고 우리 음식만이 맛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세계를 향해 열린 마음이 아니다. 차별과 집중은 세계화의 가장 큰 적이다. 얼굴색과 출신국가로 사람을 차별하면서 세계화를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성차별, 지역차별, 나이차별, 장애인차별 등 모든 차별은 세계화와 양립할 수 없다. 세계화는 모든 인간의 가치와 권리는 존중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개념이 없는 세계화는 공허하고. 이런 개념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세계화를 부르짖을 필요도 없다.

 세계화는 기본적으로 평등이고 정의이어야 하며 그래서 좋은 것이다. 그리고 모든 좋은 것들이 다 그러하듯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우리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눈을 돌려보자. 출신 국가에 관계없이 그들은 우리의 친구거나 선배거나 후배다. 당연한 말이지만, 영남대학교 공동체의 소중한 일원이다. 존중과 관심과 배려와 협조는 당연한 것이다.

 외국인 학생/교수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말걸기를 제안한다. 또는 한 달에 한 번씩 함께 식사하는 것도 좋겠다. 다음 주의 대동제에 같이 어울릴 수 있으면 좋겠다. 4년 내내 술만 먹다 끝나도 좋으니 이번부터는 멀리서 온 친구들과 어울려서 먹어보기를 권한다. 대동제 기간에는 스타벅스 커피나 다빈치 커피 대신에 네팔과 안데스와 동티모르에서 온 공정 무역 커피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한 학기에 한 번은 큰 맘 먹고 먼 고향을 그리워하는 친구들과 월남쌈을 먹으러 가는 것도 좋겠다. 우리의 행동을 바꾸면 우리의 마음도 달라진다. 그런데 왜 우리대학 주변에는 월남쌈집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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