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캠퍼스 등록금 논쟁, 무엇이 본질인가
제2캠퍼스 등록금 논쟁, 무엇이 본질인가
  • 라경인 편집국장
  • 승인 2009.05.2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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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 제2캠퍼스 등록금 문제로 학내에 말이 많다. 대학정보공시 포털사이트인 ‘대학 알리미’에서 전국 205곳(교대·산업대 제외) 대학의 올해 등록금을 비교한 결과, 의과대학과 경영대학원이 있는 우리대학 제2캠퍼스가 약 1천 40만원으로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은 “캠퍼스별로 등록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제2캠퍼스 등록금이 마치 영남대 전체를 대표하는 것 같은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며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학생들 사이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몇몇 학생은 “대학 등록금을 굳이 캠퍼스별로 비교한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우리대학을 깎아 내리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대학정보공시 포털사이트의 정보제공에는 객관성이 상실된 것”이라며 언론보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반면 어떤 학생은 “제2캠퍼스에 있는 의과대학은 등록금이 비싸도 전액 장학금 아니냐”라고 말해 제1·2캠퍼스 간 등록금문제에 있어 심기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연 이번 우리대학 제2캠퍼스 고액등록금 보도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언론보도에 정치적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 제2캠퍼스의 고액등록금이 제1캠퍼스에 영향을 미치는 것 등이 과연 전부일까. 어쩌면 더욱 중요한 것은 제2캠퍼스의 고액 등록금이 문제가 아니라 등록금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아닐까.

지난 3월 한 취업·구인 포털사이트에서는 대학교 재학생 7백 33명과 휴학생 2백 46명, 총 9백 76명을 대상으로 ‘대학 등록금 마련’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경기불황으로 상당수 대학생들이 등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대학생 5명 중 2명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듯 사회에 나가 미래를 짊어져야할 대학생들에게 사회는 벌써 무거운 ‘짐’을 떠안기고 있는 것이다.

등록금이 비싼 대학으로 불리기 싫어 재빨리 대응하면서도 정작 본질적인 등록금 문제 해결에는 관심 없는 대학. 임시방편으로 이자율이 7.3%나 되는 정부 학자금 대출 해주고는 반값 등록금 공약을 발뺌하는 정부. 이들은 과연 우리들의 마음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공부하고 싶지만 등록금이며 생활비까지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에 목숨 걸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 뭐든지 해주고 싶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비정규직, 우리들의 부모님. 이 포털사이트의 또 다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스스로 가장 불효한다고 느껴질 때’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25.8%(2백23명)가 ‘대학 등록금이 나왔을 때, 그 금액만 봐도 불효한다고 느껴진다’고 응답했다.

요즘 대학 등록금 대려면 부모님 등골을 파야 한다고 해서 일명 ‘모골탑(母骨塔)’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우리나라 대학생과 그들의 부모님들은 등록금 문제에 있어 정부나 대학이 받아야 할 고통을 대신해서 받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자금대출을 받아서, 장학근로자로 일해서 개인이 등록금 문제를 인내하고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등록금 문제에 대한 제도적 방안이 강구되지 않으면 등록금 문제의 근원적 해결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문제, 사회의 문제로 한 단계 넓은 시야로 등록금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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