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감독 2인과의 만남
독립영화감독 2인과의 만남
  • 조규정 기자
  • 승인 2009.05.20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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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파리」양익준 감독
"영화는 영화일 뿐, 독립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영화를 찍은 것 아냐"

<똥파리> 양익준 감독과 영화배우 김꽃비 씨
마중나간 사람이 없음에도 일행들과 함께 우리대학을 찾아 온 양익준 감독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그는 오랫동안 배우로 활약하다 두 번째 장편영화인 「똥파리」로 감독으로서 그리고 배우로서(극중 주인공 상훈 역)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에서 기른 수염을 지금껏 기르고 있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영화를 찍다가 기른건 데, 관객들을 만나러 다닐 때 수염이 없으면 제가 어색해서..."라고 말끝을 흐리며 웃는다. 옆에 있던 영화배우 김꽃비(극중 연희 역) 씨가 "솔직히 말해봐요. 길러보니까 괜찮더라, 아니에요?"하고 말하자 양 감독은 "모르겠는데요"라며 시치미를 뗀다.

두 사람은 감독과 배우의 관계이면서 배우와 배우의 관계인 복잡한 사이다. 그러나 그것이 크게 둘 사이를 어색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둘은 허물없이 편안한 사이 같았다. 우리대학 내에서 독립영화만을 위한 영화제를 하는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양 감독은 "제 입장에서는 많은 분들과 영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20대 학생들과 함께 골치 아픈 공부나 취업 외에 삶이나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워요"라고 답했다.

김꽃비 씨에게 화제를 돌렸다. 김꽃비. 누구든 처음 듣고 잊지 않을 예쁜 이름이다. 당연히 이름의 의미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름은 어머니가 지어주셨어요. 꽃처럼 내리는 비인지, 비처럼 내리는 꽃인지는 모르겠지만 의미보다는 이름이 예뻐서 지어주신 것 같아요"라고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팬이 붙여준 의미를 말해준다. 언뜻 꽃비라고 하면 예쁘기만 한 이름 같지만 이름에 비가 들어가니 우울하고 차분한 느낌이 든단다. 반면 꽃은 화사하고 밝은 의미로 대비된다. 그래서 그녀가 웃을 땐 해맑아 보이는데, 우울할 때는 이상한 기운을 가진단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름같이 꽃과 비의 이미지가 공존하는 배우 같대요"라며 나직이 말했다.

이번에는 독립영화가 상업성을 띠고 있다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양 감독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흔히 독립영화는 난해한 실험성과 정치적 메시지가 짙은 영화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요즘 화제가 되며 흥행한 독립영화들, 이를테면 「워낭소리」, 「낮술」, 「똥파리」등이 준(準)상업영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양 감독의 생각을 들어봤다. "전 배우로서 살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성향이나 사회적인 메시지를 과하게 담았다는 부분에 대해서 잘 몰라요. 누군가가 「똥파리」를 상업적인 영화라고 보고 판단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상업성을 목적으로 영화를 만든 게 아니에요. 그것은 오히려 영화를 바라보는 분들이 독립영화는 상업성을 띠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고, 오히려 저희가 그 고정관념에서 탈피했다고 생각해요"라며 세간의 비판에 반박했다. 그러면서 "영화는 영화일 뿐이에요. 저희가 독립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영화를 찍은 게 아니에요. 영화를 만들었는데 독립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독립영화의 범주에 들어간 것이지 '우린 독립영화를 만들거야'라고 해서 영화를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애초에 독립영화배우를 하기 위해 김꽃비나 양익준이 연기한 건 아니거든요. 연기를 하기 위해서 활동하다보니 독립영화를 많이 찍게 된 거죠. 그러다보니 독립영화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오는데 그것도 웃긴 거죠"라고 독립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판했다.

 

다음은 '감독과의 대화' 내용이다.

Q. 똥파리가 등장하지도 않는데, 제목이 왜 똥파리인가?

A. 극중에서 만식이가 홀로 나오는 장면에서 파리 한 마리가 지나가긴 한다. 똥파리는 예전에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 중에 '에이 똥파리 같은 놈들'이라는 표현에서 따왔다. 우리 주변에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왠지 거칠고 더러워 보여서 우리와 살면 안 될 것 같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인 것 같다. 이 영화에서는 상훈만이 아니라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이 똥파리 같다.

 

Q. 시나리오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딱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왜 하필 상훈이가 일을 그만두던 '마지막 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냐는 것이다. 많은 영화나 드라마들이 답습하던 부분이라 진부하다고 본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A. 큰 이유는 없다. 내가 특별히 공부를 하고 영화를 만든 게 아니고 그동안 보아왔던 수많은 영화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것들의 도식을 따라간 것은 내 안의 또 다른 표현수단일 수도 있고, 그게 이전에 존재했던 것들의 답습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이야기 자체가 되게 단순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우리가 알면서도 저지르는 실수도 있는 것처럼 나는 단순한 이야기 안에서 삐져나온 감정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지, 이 이야기가 정교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가지는 것은 나에게 가능하지 않다.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이것 외에 다른 가능성은 없었던 것이다.

 

Q. 똥파리가 양 감독이 살아오면서 느낀 고통과 사랑을 표현한 영화라면, 앞으로 차기 작품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 계획인가?

A. 차기작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일단 「똥파리」를 해오면서 거기에 많은 에너지를 퍼부어서 당분간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는, 말 그대로 그냥 살려 한다.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그냥 살고 싶다.

조규정 기자
wooya44@ynu.ac.lr

 

「워낭소리」 이충렬 감독
"모든 장면은 연출하지 않아, 작가의 의도를 살려 최대한 편집한 것"

<워낭소리> 이충렬 감독
'감독과의 대화' 예정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영화 「워낭소리」 이충렬 감독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영화에 관한 질문을 시작하자 이 감독은 자신은 독립영화감독이 아니라고 말했다. "원래 나는 독립PD이예요. 흔히들 방송사에 프로그램을 납부하는 외주PD라고들 부르죠. 방송을 15년 정도 했고 「워낭소리」도 많은 프로그램 중의 하나였어요. 방송물로 제작하였지만 방송사들이 제작비보다 더 싼값에 사려고 해 영화사 고용주한테 팔면서 우연찮게 영화감독이 됐어요. 결과가 좋아서 상도 많이 탔고 3백만 가까이 관객도 동원했죠"라며 머쓱해했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연출이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큐멘터리 영화는 현실을 창조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에요. 즉 장면을 억지로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지만 촬영한 현실을 감독의 주관적인 편집으로 만들어가는 것이죠. 하지만 사람들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마치 생방송처럼 생각해요"라며 다큐멘터리 영화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지적했다.

 

다음은 '감독과의 대화' 내용이다.

Q. 워낭소리의 의미?

A. 영화 속에서 계속 워낭소리가 울린다. 이 소리는 할아버지와 소를 이어주는 하나의 매개체이자 두 존재가 살아있음을 표현하는 맥박 같은 소리, 교감이다. 딱히 정해진 답은 없으니 보는 분마다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Q. 소를 주제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과 존경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강한 기존의 정치적인 다큐멘터리 형식에서 벗어나 좀 더 대중적이고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찍겠다고 생각했다.
민족적이고 한국적인 것을 하고 싶었고 그것을 위해 기억속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가져오기로 했다. 아버지의 헌신과 우직함을 표현할 수 있는 소재를 생각하던 중 자연스럽게 소와 연계되었다. 원래는 영화를 통해 아버지를 위로해드리고 용기도 북돋아 드리고 싶어서 친아버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려 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소 사업을 하던 중 잘되지 않아 업종을 돼지로 바꾸시면서 계획이 무산되었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Q. 소가 생각보다 오래 살았다고 하던데?

A. 처음에는 소가 올해 안에 죽는다고 생각하며 촬영했다. 그런데 소가 생각보다 오래 살았다. 그러니 제작자는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든다고 말이 많았고 할아버지도 일을 해야 하니 촬영을 그만하라며 혼을 내셨다. 그러다보니 내심 소가 빨리 죽어 촬영이 끝나기를 바라기도 했다.
촬영이 길어지자 스텝들이 손을 놓고 떠나 정작 소가 쓰러졌을 때는 촬영할 스텝이 없었다. 그래서 혼자 카메라를 들고 내려가 촬영했다. 소가 쓰러지고 묻히는 장면까지는 내가 찍어서 화면상태도 안 좋고 미흡하지만 영화에서는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다.

 

Q. 할아버지께 어떻게 촬영 허락을 받으셨나?

A. 할아버지께 허락을 안 받았다. 할아버지는 귀도 어두우시고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촬영 허락을 아드님께 받았다.

 

Q. 할아버지의 9명의 자녀가 영화를 보고 어떤 소감을 말했는가?

A. 남매들을 영화 속에서 나쁜 자식의 모습으로 표현하려고 했었다. 한국의 모든 자녀들이 봤을 때 불편하길 바랐다. 실제로 할아버지의 자녀분들도 그 점을 불편해했다. 그래서 항상 공식적인 자리에 가면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해주신다.

 

Q. 할머니의 대사와 표정이 너무 재밌어서 설정이 아닐까했는데 어떻게 촬영했나?

A. 기존의 다큐멘터리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 감독들이 연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워낭소리'에서는 의도적인 연출은 자제하였다. 할아버지는 귀가 어두워서 잘 못 들으시고 카메라가 사진기인줄아시고 계속 사진포즈만 취하신다. 할머니는 전국노래자랑을 좋아하시는데 출연하시고 싶으셨는지, 카메라가 돌아가기만 하면 자꾸 노래를 부르시고 말씀을 많이 하셨다. 이러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내가 원하는 대로 연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든 장면을 연출하지는 않았지만 영화 속 장면은 촬영된 장면 중에서 작가의 의도에 맞게 장면을 선택해 주관적으로 편집한 결과임을 유념하셨으면 한다.

 

Q. 주인공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직 살아계시나?

A. 살아계신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아프시고 계속 일을 하시려고 하는데 관광객이 몇백 명씩 드나들어 생활을 힘들어 하신다. 거기다 도청까지 할아버지 할머니를 상품화하려고 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항상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극영화는 세트라 관광을 해도 괜찮지만, 우리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들의 집은 그들이 진짜 살고 있는 터전이다. 지나친 관심은 그분들의 생활을 파괴하는 것이니 관광은 자제해 주셨으면 한다.

김혜진 기자
pupi001@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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