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표절의 유혹을 떨쳐버리자
[사설]표절의 유혹을 떨쳐버리자
  • 편집국
  • 승인 2007.04.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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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5일 우리 대학 총학생회장과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었다. 이번 총학생회장 선거에서는 어떤 한 후보 측이 2004년 대구 시내 모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 당시 나온 정책자료집을 그대로 베껴 선거공약을 내놓음으로써 학내에 커다란 충격파를 던져 주었다. 올해는 유난히도 대학 사회의 표절 문제가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해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에서도 불미스런 공약 표절사태가 터져 나와 대학 구성원을 슬프게 만들고 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배경에는 그동안 관행처럼 행해져 온 학생들의 과제물 베끼기가 있다. 과제물을 제출받는 교수들 대다수가 과제물의 표절 여부를 확인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인터넷은 학생의 과제물 작성에 주된 자료원 구실을 하고 있다. 과제물을 작성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은 당연한 작업이다. 그런데 문제는 학생들이 인터넷을 검색하여 수집한 자료를 자기 자신의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재정리하고 인용하여 과제물을 작성하는 게 아니라, 소위 짜집기를 해서 과제물로 제출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인터넷에 실려 있는 내용을 그대로 내려받아 한 자도 고치지 않은 과제물이 제출되기도 한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에도 과제물 베끼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학생들의 베끼기, 즉 표절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보편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베끼기를 하면서 학생들이 전혀 죄의식이나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생각하기에 남의 것을 좀 베껴 과제물을 작성하는 것이 뭐 그리 나쁜 일이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심지어는 주위의 친구들도 다들 그러지 않느냐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남의 것을 베껴서 자기 것처럼 포장하는 일은 명백한 도둑질 행위이며 범죄 행위이다. 아니 범죄행위 이전에 대학인으로서는 양심에 부끄러운 행위이다. 어떻게 내가 직접 만든 것도 아니면서 내 것처럼 제출할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표절행위는 대학의 본질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이자 대학의 본질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대학을 지성의 전당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대학구성원들이 창조적인 지적 실험과 지적 생산을 추구하고 있으며, 또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의 것을 손쉽게 베끼는 데 능숙한 사람들이 어떻게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낼 수 있겠는가? 그런 사람에게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내기를 기대하는 것은 기적을 바라는 일이나 다름없다. 베끼기는 사람들의 창의적 사고력을 망가뜨리게 마련이다. 그런 까닭에 표절 풍조가 만연한 대학에서는 큰 배움(大學)은커녕 작은 배움(小學)도 있을 수 없다.
우리 천마인들은 이번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불거진 불미스런 사태를 교훈삼아 표절의 유혹을 과감하게 떨쳐 버려야 한다. 일상적인 장면에서 저지르기 쉬운 과제물 베끼기부터 깨끗하게 손을 끊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 지성인이 되는 길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천마인 모두가 표절의 달콤한 유혹을 내침으로써 영남대학교가 지성의 전당임을, 그리고 천마인들이 창의적 사고와 실험정신으로 충만한 창조적 지성인임을 입증해 보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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