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립대학 행정부의 이중적 태도
어느 사립대학 행정부의 이중적 태도
  • 라경인 편집국장
  • 승인 2009.04.0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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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한 일간지 1면에 게재된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한 고려대 광고가 네티즌 사이에 논란이 됐다. 광고문구로 ‘민족의 인재를 키워온 고려대학교, 세계의 리더를 낳았습니다’라고 해 고려대가 김연아 선수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 2일 김연아 선수가 고려대를 방문할 당시 이기수 총장의 태도도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일명 ‘그림자 수행’을 하면서 이기수 총장이 김연아 선수를 극진히 대하는 모습이 화제였다. 하지만 고려대가 김연아 선수를 마치 신주단지 모시듯 호들갑을 떠는 동안, ‘교수 감금 사태’ 이후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고려대의 출교생들의 존재는 우리의 아픈 현실을 웅변하고 있었다.

06년 4월 고려대 재학생 7명이 고려대와 통합된 보건전문대생들의 총학생회 투표권 문제를 둘러싸고 보직교수들과 17시간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이를 고려대측은 ‘교수 감금 사태’로 규정하고 이들의 학적을 완전히 박탈하는 ‘출교’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후 700여일 동안 본관 앞 천막농성과 법정투쟁을 벌인 끝에, 법원은 출교 무효 결정을 내려 지난해 강의실로 돌아왔다. 하지만 고려대측은 이들에게 ‘출교’라는 징계대신 ‘무기정학’이라는 또 다른 징계를 준비하고 있다. 학교 측의 부당한 ‘출교’징계로 인하여 이들이 학교를 다니지 못한 06년 4월부터 08년 3월까지 2년간에 대해 휴학대신 무기정학이라는 징계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법원의 출교 무효 결정에도 불구하고 고려대는 왜 이들에게 재징계를 내리려는 것일까. ‘교수 감금 사태’로 고려대의 이미지를 실추시켰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러한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재학생들을 향해 내리는 경고 조치일까. 명백한 징계 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고려대가 징계를 추진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민족의 인재를 키워온 대학이라고 자부하는 고려대가 우리에게 진정으로 보여준 것은 무엇인가? 세계의 리더 김연아 선수를 ‘키웠다’는 자부심이 아니라 7명의 억울한 출교생들에게 무기정학이라는 낙인을 찍는 부당성이다. 대학본부의 입맛대로 요리되지 않는다면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는 학생들의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무리한 징계조치를 내리면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막고 있는 대학이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창의성과 글로벌한 태도를 요구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창의성은 현실의 힘 앞에 굴종하는 비루한 인간에게서 나오지 않는다. 창의성은 현실의 문제를 근본으로부터 성찰하여 새로운 현실의 창을 열 수 있는 상상력의 소유자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글로벌리즘의 청년 정신도 따지고 보면 단순히 세계에서 성공하는 엘리티즘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 이상의 발현을 의미한다. 각고의 노력으로 성공을 거둔 특정 개인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얄팍한 상술과 정의로운 양심을 억압하는 권위주의적 태도는 진정한 창의성과 글로벌리즘과는 거리가 멀다. 대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에게 진정한 창의성과 글로벌한 사고를 원한다면 대학본부부터 창의성을 겸비한 글로벌한 태도로 대학을 운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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