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정상화에 불가결한 최소한의 합리성은 무엇인가?
재단정상화에 불가결한 최소한의 합리성은 무엇인가?
  • 편집국
  • 승인 2009.03.1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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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부)
지난 2007년 12월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출범했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1년 넘게 상지대 등 4개 대학의 정이사전환을 추진했지만, 성과로 내세울만한 것은 별로 없다. 재단정상화의 어려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20여개 대학에 임시이사가 파견되어 있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에 임시이사 파견이 많은 이유는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는 학내분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학내분규가 생기는 것은 대부분 재산출연자인 이사장이나 그 가족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교비를 횡령하거나 인사, 입학과 관련한 비리 등이 학내분쟁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2005년 개정 사립학교법은 이사회의 권한남용을 방지하기 위해서 개방이사제를 도입하고, 대학의 3주체인 교수, 학생, 직원으로 구성된 대학평의원회를 설치토록 하였다. 심지어 정이사전환시 대학평의원회의 의견을 필수적으로 청취하도록 하였다. 2007년 사립학교법은 "학교의 교직원, 그 밖의 이해관계인"의 의견청취로 변경시켰지만, 대학을 구성하는 3주체의 합의는 여전히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재단정상화가 3주체의 합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정이사임면의 승인권을 쥐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입장도 중요하다. 종래 교육과학기술부는 재산출연자를 포함한 구재단이 최소한 1명이라도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교과부의 정상화모델이 정확히 적용된 곳이 한국외국어대이었다. 한국외국어대는 대학 3주체를 포함하여 구재단, 교육부간의 극적인 합의가 있었다. 그 결과 교육부 추천 3인, 대학구성원 추천 3인(교수협의회, 직원노조, 총학생회 각 1인 추천), 당연직으로 총동창회장과 구재단 추천 1인에 대한 정이사 임명이 최종 승인됨으로써 길고도 어려운 정상화의 길을 끝낼 수 있었다.

정상화과정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대학 3주체간에 정상화유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내는 작업이다. 정상화방식에는 앞서 본 교육부방식뿐만 아니라, 국공립화 방식(인천대), 개인(기업) 인수방식(서원대), 시민대학형 모델(상지대)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이들 정상화방식은 공교육과 사립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선호도가 극명하게 엇갈릴 수 있다.

원래 개인에게 보장된 교육권은 국가의 재정부담의무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이런 원론적 관점에서 보면 국공립화방식이 선호될 수 있다. 반면 사인의 대학경영을 불가피하게 받아들인다면 학교운영의 재원을 책임질 수 있는 개인(기업)인수방식을 선호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학교법인의 재정부담능력은 핵심적인 논점이 될 것이다. 제3의 길도 있을 수 있다. 국가의 과도한 개입이나, 학교법인의 권한남용을 피하고 싶다면, 재정적 취약성을 무릅쓰더라도 교육부방식이나 시민대학형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 대학에서 진행되는 정상화추진은 무언가 중요한 것을 빠뜨린 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 대학의 구성원들이 어떤 유형을 선호하는 지 충분한 정보의 부여와 선택의 기회가 배제되어서 그런 것 같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는 것인가? 만약 보완이 가능하다면 대학 3주체에게 공히 그 기회가 부여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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