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방송 프로그램, 기획 한계점에 도달했나?
지방 방송 프로그램, 기획 한계점에 도달했나?
  • 편집국
  • 승인 2009.03.1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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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 '사투리 쇼 얼룩말'-

요즘 지방 방송사 채널을 보고 있으면 지방대표방송인지 거대 방송사 중계소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비약해 말하면 시청자에게 재방송만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물론 제작비의 문제와 환경, 시청범위의 제약이라는 이유를 들 수 있으나 방송이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부분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 윤리적인 면까지 갈 필요도 없이 오락적인 면에서조차 지방 방송 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다.

TBC에서 제작하고 있는 "얼룩말"이라는 프로그램은 사투리를 활용하여 쇼를 진행시켜나가는 프로그램이다. 기획 의도는 표준어에 묻혀서 사라져가고 있는 사투리를 보존하고 세대 간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취지가 일반적인 오락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으므로 긍정적인 면을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의도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스튜디오의 구조와 진행방식이었다. 좌우로 팀을 가르고 방청객을 응원석에 앉히고 남녀MC가 중앙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모습은 가족오락관의 방식을 차용하고 있었다. 미국, 유럽, 일본의 흥미로운 소재를 벤치마킹하는 프로그램은 구성과 내용이 아직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신선함을 가지고 있는데 기반을 두는 반면, 얼룩말은 시청자 모두가 알 수 있는 안이한 방법의 진행구조를 채택하고 있었다. 고전적인 방법을 채용하는 것은 쇼방식의 이해를 돕지만 이내 질려버린다.

얼룩말을 시청하고 있으면 실소가 흘러나온다. 재미있어서가 아니라 과연 내가 방송을 보는 것이 맞는지 의심이 가기 때문이다. 오락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오락요소들은 모두 식상하다.(심지어 MC는 "모 프로그램에서 했던 게임이죠?"라는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시청자가 친구들과 어울려 즐겨 하던 놀이가 대부분이다. 그들이 프로그램 진행에서 차별화 한 것은 상품이 걸려있다는 것과 문제가 사투리로 통일되어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사투리와 상품만으로 식상한 프로그램에서 탈피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이건 시청률의 문제를 넘어서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제작진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모든 부분을 만들어서 새로운 것을 보이라고 요구하는 시청자는 없다. 빌려오든 훔쳐오든 시청자는 참신하고 즐거운 방송을 보고자 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제작진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현실에 안주해버린 무능력자들인가?

"얼룩말"의 예는 안일한 태도를 취했던 제작진의 잘못이다. 그렇다고 지방의 방송을 담당하는 제작진들이 모두 무능력하다고 보기에는 힘들다. 다큐멘터리나 소시민의 고민과 문제는 오히려 지방 방송의 제작능력이 거대 방송사들보다 좋다. 다만 지방 방송사는 잘나가는 프로그램 한 두 개로 방송국을 먹여 살릴 능력이 없다. 이 때문에 검증된 인기프로그램을 재방영하는 차선책을 사용하게 됐다. 저면에는 제작자들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사유들도 충분히 있다. 시청자들이 수도권의 방송에 열광하면서 자연스럽게 지방 방송국의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바꿔보면 시청자가 "얼룩말"과 같은 프로그램을 강요했다고 봐도 된다. 그러나 차선책은 어디까지나 차선책이다. 변화하지 않고 고여 있는 지방 방송사의 모습을 보면 얼마가지 않아 생명이 살지 않을 연못이 될 것이다. 비록 방송이 일방적인 매체이기는 하나 시청자와 방송사는 교류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한계점이 보이기 시작하는 방송계에서 소통의 방송이 되는 지방 방송사만이 활로를 뚫을 수 있을 것이다.

 

선우원(국어국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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