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로 가는 길
독립영화로 가는 길
  • 조규정 기자
  • 승인 2009.03.12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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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과의 대화

▲ 남태우 사무국장
"절망하고 있습니다. 세상 살맛이 안 나네요"이 말은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생의 절규가 아니다. 바로 독립영화「워낭소리」 제작자인 고영재 PD의 현재 심정이다. 지난 2일 「워낭소리」 공식 블로그에 올린 '참담하네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불법 동영상 유포에 대한 우려가 담겨있다.

독립영화 최초로 2백만을 돌파한 「워낭소리」의 제작자로서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요즘 문화계 화제의 중심은 독립영화다. 「워낭소리」 를 필두로 조용히 선전하고 있는 코믹 로드무비 「낮술」, 노년 부부의 사랑과 사별 그리고 서로간의 이해를 그린 독일영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등 다양한 독립영화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는 대구․경북 독립영화협회 남태우 사무국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 독립영화의 의미와 역할 그리고 현재를 짚어보고자 한다.

독립영화는 거대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창작자의 자유의지를 존중한다.

독립영화는 기존 영화의 관습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점에서 독립영화는 모든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창작자의 자유의지를 가장 우선시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의 분명한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중과 소통하는 영화예술이라는 측면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으나 상업영화는 이윤창출을 가장 우선적인 가치로 삼아 제작하는 영화다. 이러한 상업영화의 성격 때문에 흥행 위주의 시나리오 구성과 배우 캐스팅 그리고 '와이드릴리즈방식(개봉 첫 주의 성적을 기준으로 상영관의 수를 효율적으로 조절해 나가는 대규모 상영전략)'의 배급은 필연적이다. 이에 반해 독립영화는 자유로운 창작을 저해하는 극장수익이나 관객 수 같은 제반 요소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가장 중심적인 가치로 삼고 있다.

독립영화의 창작 열기는 일반 상업영화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

한국 영화계에서 독립영화가 가지는 역할은 지대하다. 한 해 수천 편의 단편영화가 만들어지고, 장편 독립영화 역시 수십 편 만들어지고 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이러한 창작의 활성화가 한국영화 전체의 튼튼한 지반 구실을 하고 있다. 또한, 현재 제작되는 상업영화 대부분이 이러한 창작 열기 속에서 배출된 인력들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 「올드보이」의 박찬욱, 「괴물」의 봉준호 감독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 바로 독립영화를 연출했다는 점이다. 현재 활동하는 대부분의 상업영화 감독이 단편영화제나 독립영화제 등을 통해 배출된 인력이다. 특히 「미쓰홍당무」의 이경미 감독은 대구단편영화제를 거쳐 간 감독이기도 하다. 「올드보이」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이 출연배우들을 술 한 잔으로 설득하여 찍었다는 단편영화 「심판」은 위선과 타락으로 얼룩져 가는 오늘날의 사회와 타락한 인간상을 단순 명쾌하게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이다. 한국 영화 흥행의 신기록을 세운 「괴물」의 봉준호 감독도 「지리멸렬」이라는 독립영화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박 감독이나 봉 감독은 충무로에서 경험을 쌓은 측면도 있지만 단편영화를 통해 그 실력을 인정받아 주목받게 된 것이다.

독립영화의 발전은 한국영화 전체의 발전을 이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00년부터 진행해 온 '독립영화 마케팅 지원 사업'을 올 들어 폐지했다. 대신에 저예산영화 10편 제작에 총 71억 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국영화 제작 지원 사업을 마련했지만, 이는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경쟁을 불가피하게 해 독립영화계를 더 어렵게 할 전망이다. 이는 영진위에서 한국영화를 상업영화와 비상업영화라는 범주로 분류하면서 독립영화를 의도적으로 빠뜨려 개념이 불분명한 지원형태를 취하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독립영화 감독 6인(이충렬, 노영석, 양익준, 박정숙, 안해룡, 문정현)은 지난달 11일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를 비판하고,'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 정부의 지원정책, 독립영화 상영이 가능한 배급환경의 변화'등을 주장하는 독립영화계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독립영화의 발전을 위한 정책은 매우 다양하다. 그 중에서 가장 우선적인 것은 영화를 단순히 문화상품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자산으로 인식하는 사고의 전환이다. 이러한 배경 아래에서 독립영화 제작, 배급, 상영의 전일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비로소 산업적 성과로서 상업영화를 비롯한 한국영화 전체의 발전이 있을 것이다. 지금 독립영화로 가는 길에 함께 나서 보지 않겠는가?

조규정 기자
wooya44@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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