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대학교육도 변해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대학교육도 변해야
  • 라경인 편집국장
  • 승인 2009.03.12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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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을 맞이해 강의실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무겁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세계경제위기가 이렇게 크게 다가올지 몰랐다. 신문과 라디오에선 경제가 어렵다는 온갖 위기의 목소리만 전할 뿐, 시원한 해결방안을 찾아보기 어렵다. 같이 다니던 그 많은 친구들은 취업대란을 피하고 싶은 듯, 유학, 토익공부, 자격증 따기라는 각자의 이유를 대며 다들 휴학해 버렸다. 나와는 별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주문을 걸고 싶었지만, 세계경제위기는 우리들의 생활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곳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상경대학 수업 중, 한 교수가 말했다. “너희들이 배우고 있는 이 이론은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발달했어. 하지만 이 이론을 이행한 미국조차도 현재 금융위기로 휘청하고 있지. 너희들은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학생들에게 물음을 던졌다. 이에 나는 궁금증이 솟구쳤다. 세계경제의 틀인 시장경제체제에도 위기가 찾아온 이 때, 왜 우리는 시장경제체제에서 파생된 경제이론만 배워야 하는 것일까. 다양한 잣대 안에서 바라 볼 수 있는 이론을 대학에서 배울 순 없는 것일까.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장하준 교수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선도한 선발산업국은 철저히 경제정책에 기초하여 경제체제를 구축하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선발산업국들은 막대한 지원금과 보호정책 아래에서 일류기업에서 첨단기술을 발전시켰으면서, 후발국들에게는 자본에 대한 규제와 사회보호정책을 없앨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자유무역에 토대를 둔,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평가도 끊임없이 현실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정부는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 대형 산업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압했다. 시장경제체제를 선도했던 미국이 현재의 실정에 맞게 경제정책을 변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평가와 이를 발전시킨 국가의 정책도 모두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대학교육은 이를 얼마나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금융위기의 여파로 단순히 금융위기로 그치지 않고 지난 20여년간 우리가 당연시 여겨오던 세계화 된 사회질서와 소비주의적인 우리의 삶의 양태를 근본에서부터 회의하게 만들고 있다. 대학연구와 교육도 이러한 현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대학교육의 방식이나 내용도 변해야 한다. 물론 기초적 이론을 바탕으로 하되, 변화하는 환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들이 배우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그리고 이론에 앞서 현실을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인지할 때, 대학의 교육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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