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디바비디 부', 그것은 다만 주문일 뿐
'비비디바비디 부', 그것은 다만 주문일 뿐
  • 윤수연 기자
  • 승인 2009.03.11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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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가둘라 메치카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 생각만 다하면 생각대로~비비디바비디 부'

모 통신사의 광고로 유명세를 타게 된 이 알쏭달쏭한 주문은 만화영화에서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갈 수 있도록 요정이 요술을 부리며 외우던 주문이다. 흥겨운 멜로디에 맞춰 흐르는 이 곡의 뜻은 대략 이렇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어요'.

사고 싶은 옷이 때마침 세일을 시작하고, 기다리던 문자 메세지가 오고, 하늘로 날아간 풍선이 솜사탕이 돼 돌아오고, 승부가 판가름 날 순간에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며 농구공은 바스켓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정말 '생각만하면 생각대로' 모든 일이 풀린다.

최근 서점가에는 '생각만하면 생각대로'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사고를 권하는 책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고 있다. 미국의 모 쇼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진 책부터, 최고경영자들의 긍정적 생각이 담긴 자서전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좋다. 긍정적인 사고를 권유하는 지금의 분위기가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광고 내용과 함께 주문의 뜻을 곰곰이 되짚어 보면 석연찮은 것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사고 싶은 옷을 사지 못해도 자신이 이미 가진 옷들에 만족하는 모습은 왜 없었을까. 기다리던 연락이 오지 않아도 기다림의 여유를 배우는 자세는 왜 없었나. 설사 농구공이 골인하지 못했더라도 결과에 승복하는 운동선수들의 당당한 자세를 보여주는 장면은 왜 없었을까. 왜 단념 속에서도 만족할 줄 아는 고고한 사람의 표정은 담지 않았나. 생각만하면 생각대로 되는 것은 분명 즐겁고 행복한 일이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경우, 망연할 뿐이다.

'무소유'에서 법정 스님은 버스가 지나간 뒤 정류장에 막 도착한 순간에, 절대로 주문을 외거나 안타까움에 몸서리치지 않았다. '다음 버스가 오기까지 내가 너무 일찍 나온 것'이라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며 무소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광고는 광고일 뿐, 우리에게 삶의 의연한 자세와 지혜를 가르쳐주지는 못한다. 신데렐라를 위한 요술 역시 마찬가지다. 긍정적인 사고의 가치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지만 이것이 잘못된 욕망과 만족할 줄 모르는 태도를 부추기는 주문이 됐을 때, 우리 삶은 과연 생각대로 풍요로울까.

윤수연 기자 lake5328@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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