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소르망 Guy Sorman
기 소르망 Guy Sorman
  • 편집국
  • 승인 2008.05.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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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출신 세계적 문화비평가, 경제,사회학자

‘세계화’란 인류 역사 속에 나타난 가장 강력하고 긍정적인 영향력들 중 하나로서 현재까지 우리가 알아왔던 문명을 재정의 하고 있는 중이라 하겠다.  이러한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위해 세계화가 무엇을 뜻하고  세계평화에는 어떤 영향을 주며  궁핍과 공포와 불행으로부터 어떻게 탈출을 도와 줄 수 있는지 설명해 보겠다.  세계화는 여섯 가지 중요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경제개발, 민주주의, 문화 강화, 정치 문화 규범, 정보, 법제정의 국제화가 그것들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세계화!

경제개발 [Economic Development]

세계화란 단어는 상업과 무역 거래의 세계적 증대를 주장할 때 흔히 사용되지만, 사실 세계화는 단순한 무역이나 증권거래, 화폐의 흐름을 얘기하는 것보다 의미가 깊다. 세계화는 우리들 인간에 관한 것이다. 오늘날에는 세계화를 통해 여러 많은 국가들이 증대된 부를 향해 함께 모이고 있다.
증대된 부를 향한 집중은 지난 30년간 가난과 고통 속에 놓여 있던 세계의 8억 인구가 이제는 건강하고, 학교도 다니며, 온갖 정보에도 접근이 허용되고 있다는 것에서 잘 보여 지고 있다. 그로 인해 그들에게 더 많은 삶의 기회가 주어졌으며, 그들의 자식들은 더욱 많은 삶의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어마어마하고 놀라운 결과는 우연의 소치가 아니라, 좋은 경제정책과 기술 및 관리를 통해, 즉 세계화를 통해 나타난 결과이다.
물론 모든 나라가 이 세계화 방식을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동서독이 분단의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통일된 1989년 이후부터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세계화의 기치 아래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아프리카 국가들만은 세계화 과정에서 소외되어 있지만, 누가 감히 30년 전에 중국과 인도가 그렇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자기 국민들을 불행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할 수 있으리라고 짐작이나 했었겠는가? 때가 되면, 아프리카라고 해서 같은 과정을 밟지 말란 법이 있겠는가. 세계화의 집중은 우리 모두에게 희망의 근거임에 충분하다.

민주주의 [Democracy]

일반적으로 볼 때  동구 진영의 구질서가 무너진 이후 모든 이들에게 단순히 경제뿐만 아니라 삶의 평등과 자유를 포함한 복지를 증진시킬 최상의 시스템은 민주주의로 판명되었고, 민주주의는 새로운 국제적 정치규범이 되었다.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채택하거나 민주화로 선회함에 따라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심도 증대되었다.
민주주의는 어떤 독재체제가 약속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복지를 생산하고 보장해 왔다. 훌륭히 깨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독재자라면 민주주의가 가지는  안전성을 가져 올 수는 없는 것이다. 때로 경제적 혜택 때문에 민주주의가 타협되는 경우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용인하자. 그렇더라도 민주주의는 경제 못지않게 또는 경제만큼이나 인간 복지에 중요한 가치들을 가져다  준다. 역사가 보여주듯 민주주의 국가들은 서로 전쟁을 야기치 않으므로 어느 국가든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옮아가는 만큼 국가 간 전쟁의 확률은 점차 줄어들게 된다. 그러므로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민주화 되어 간다는 것은 또한 모든 이들의 삶의 방식이 개선되어 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화강화[culture enrichment]

세계화를 비판하는 이들은 흔히 세계화란 결국 “문화의 미국화”, 그리고 자기 정체성과 지역문화의 가치를 함께 상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 반해 나는 좀 더 긍정적인 의견을 말하고자 하는데, 즉 세계화는 세계 곳곳에 있는 아이디어들의 끊임없는 교환이며 특히 대중문화를 통한 교환인데 왜냐하면  ‘세계화’란 말이 그렇듯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대중문화를 통해 국가와 배경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발견하며 그들의 “다른 점”이 금방 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요즘 일본에서 인기 있는 한국 TV-연속극을 통해 일본인들은 한국인들도 자기들처럼 사랑에 빠지고, 절망하며, 가족들 간에 희망과 불안을 안고 사는 존재들임을 깨닫게 된다. 이 연속극을 통해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한국에 대해 품어왔던 좋지 못한 이미지를 수많은 외교관들의 노력보다 더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으며, 이 연속극을 통한 세계화는 수백 년 동안 이웃 국가들 사이에 쌓여있던 편견을 솎아 낼 수 있음을 증명해 주었다.
이러한 더 나은 상호이해의 과정은 서로로 하여금 자기 정체성을 지키게 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더하여 준다. 한국인들은 세계화를 통하여 다소의 미국문화를, 약간의 프랑스 문화를, 그리고 여러 유럽 문화를 조금씩 흡수하게 될 것이다. 아마 한국인들은 이미  예전의 한국인들이 더 이상 아닐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인은 한국인으로 남아 있다. 한국인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대단한 착각일 뿐이다.
정체성의 영향은 쌍방향인 것이다. 예컨대 한국문화의 성공적인 수출을 눈 여겨 보면, 즉 음악, TV, 영화 그리고 예술을 통한 이 새로운 ‘한류’의 창출은 한국이 다른 나라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프랑스인으로서 나는 어쩌면 이제 다소간에 한국인의 요소도 지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세계화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잃어버린다기 보다는 과거의 단순한 개별 정체성으로부터 복합/다중 정체성의 세계에로 진입하는 중이며, 그것은 진보이지 결코 상실이 아닐 것이다.

정치적 문화적 규범[political and cultural Norms]

사람들을 위한 복지라는 입장에서 보면, 세계화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변형 중 하나는 여성과 약자의 권리에 관한 증대된 관심일 것이다. 많은 국가들에 있어서 여자로 산다는 것, 그리고 소수의 사회적 약자로 산다는 것은 여태껏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30년간 온갖 곳에서 여성과 약자들은 그들이 최근까지 당하고 있던 고통들이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전형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도를 예로 들어보자.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인도는 철저한 계급제도 인습으로 여성과 하위계층 사람들을 종처럼 예속시켜 왔다. 그러나 민주적 규범의 세계화 덕분에 이 사회적 약자들은 최근 여러 가지 차별철폐 정책들을 통해 더 잘 보호받게 되었고 또 전통적으로 그들에게 금기시 되었던  직업들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사회적 변형은 그들 사회적 약자들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 왔을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인 자식들의 복지와 교육에도 훌륭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세계화가 가져다 준 문화적 민주적 상호교환 덕분으로 소수의 약자도 개선된 지위를 얻게 됨으로써 이제 우리 모두는 더 나은 세상으로 변모해 가고 있는 것이다.

정보[Information] 
 
전통적 대중 매체를 통해 더 나아가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해, 오늘날 우리 모두는 심지어 독재국가에서도 온갖 정보에 접근이 용이하다. 나는 한 때 중국의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 일 년 동안 기거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멀리 외따로 된 동네 농부들도 자신들의 옆 동네 뿐만 아니라 멀리 북경이나 뉴욕 같은 바깥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해 정확히 잘 알고 있음을 목격한 바가 있다. 어떤 정부도 이제 정보를 막을 수 없다. 오늘날 사람들은 스스로 흔히 말하듯 “지식은 힘이다”라는 사실을 잘 깨닫고 있다.
예컨대, 수단의 다푸르(Dafur)에서 최근 일어난 대량학살 사건이 20, 30년 전에 일어났었다고 가정해보자. 아마도 수단 정부에 의해 다푸르 인구가 모두 없어졌을 것이고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를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모두는 그 대량학살에 관해 자세히 안다. 그 이유는, 정보의 홍수로 인해 국제사회는 그 대량학살의 수단 정부에 간섭할 것을 강요받았다.
지식과 정보는 그야말로 억압받는 소수를 위한 최상의 보호책임을 증명해 주었으며 세계화의 가장 활력 넘치는 한 부분임을 증명해 주었다.

법규의 국제화 [International of the Rule of Law]

법규의 국제화엔 물론 한계가 있다. UN이든 WTO(세계무역기구)이든 이 새로운 법규정의 국제화를 책임지는 기구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왜냐면 이 기구들이 그러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국제적으로 완전히 동의된 합법적 기구는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그 기구들이 완전히 민주적인 것도 아닌데, 그 이유는 아직도 세계 곳곳에 남아있는 비민주적 국가들과 함께 민주적 기구를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호 타협적 교환이 필요할 것이다.
국제기구의 온갖 약점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국제법 규정의 출현은 이전에 존재했던 약자에게는 너무나 강압적이고 철저한 국제 정치군사적 야만성을 대신할 터이다. 비록 세계화가 전쟁을 억지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세계화는 전쟁을 최소한으로 가두어두는 데는 아주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현대에 우리가 겪고 있는 전쟁들을 자세히 고려해 본다면, 현대전쟁의 희생자와 관련국가의 수는 긴 인류 역사를 비교하면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 모두는 이 세계화에 의해 마련된 새로운 국제법 규정과 정보의 흐름을 통해 전쟁의 위험으로부터 현저히 안전해졌다 하겠다.

사업가에 의해 탄생한 세계화 [Invented by Entrepreneurs]

세계화는 단순한 역사적 우연이 아닌 세계화를 원하는 이들에 의해 고안되고 건조되었다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세계화는 외교관들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고 사업가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유럽을 살펴보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스스로에게 가장 최악의 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지난 1천년 간 유럽인들은 서로 싸워왔다. 도대체 왜? 그들은 전쟁의 어려움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매 30년마다 유럽은 전쟁에 휘말려 왔고 프랑스인은 독일인을 독일인은 프랑스인을 죽여 왔다. 만약 이 역사적 사실을 자식들에게 알려줄 기회가 생긴다면 그들은 아마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18세기 이후로 외교관들과 정치인들은 이 유럽 속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시민/국내 전쟁을 피하려 노력해 왔지만 끝내 실패해 왔다.
그 후  1940년대에 이르러 프랑스인인 쟝 모네(Jean Monnet)라는 사업가가 나타나서 미국에 포도주를 팔기 시작했는데 아주 사업을 잘 했다. 당시에 모네 씨는 유럽의 통일과정은 외교관들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사업가들에 의해 시작되어져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통상교섭소(foundation of commerce)를 중심으로 유럽연합체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모네 씨는 1950년에 석탄과 강철을 가지고 유럽 전체에 통상을 시작하였고 그 무역거래의 자유로움을 통하여 유럽통합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 후로 세계화 발전과정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모네 씨의 지침 원리는 상업적·재정적 연합이 정치적 통합을 이끌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유럽 연대의 진정한 기초는 통상무역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이 방식으로 세계화의 모든 이익이 가능하게 되었고 자유무역은 그 뿌리를 제공하였다.
자유무역에 대한 공격은 세계화와 세계 속 여러 국가의 복지에 대한 공격인 셈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무역을 얘기할 때는 조심스러워야 하는데 무역이 세계화의 나머지 모든 것들이 일어나도록 하는 본질적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얘기들이 무역·통상이 쉽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유럽의 경우, 모든 유럽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시행하므로 무역이 좀 더 쉽기는 하다. 그러나 비민주 국가들과 자유무역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아주 복잡한 일이다. 왜냐면 세계화는 이 물질적 연대가 우선이고 그 후에 이상·사상이 따라 나오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두 가지 적들[Two threats to Globalization]

아마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은 세계화에 대한 너무나 낙관적 견해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믿는 그만한 긍정적 이유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세계화에 대한 두 가지 위협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세계적 전염병 : 건강관리의 경우, 우리들은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질병들에 대해 점점 대응 능력을 잘 높여가고 있다고 하겠다. 비록 아프리카는 아직도 질병문제를 안고 있지만 지구적 노력을 통해 몇 년 내로 아프리카에서문제가 되고 있는 AIDS와 뇌염 같은 큰 전염병들을 이겨 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렇지만 새로운 전염 질병들이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몇 년 전 중국에서 나타난 사스(SARS)와 같은 전염병 그리고 2005년에 출현했던 조류독감을 기억한다면, 이러한 전염병들은 비록 잠시였지만 세계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고 현재로서는 그에 대해 어느 국가든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이다. 세계화의 영향 중 하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여행하며 그 결과로 바이러스병원체들도 더 많이 그리고 더 멀리 옮겨 다니고 또 그렇게 적응한다는 것 이다.
따라서, 세계화는 그 부정적인 결과로서 대두된 새로운 전염질병들에 대응할 수 있는 국제기구의 아주 정교한 조직의 개발을 요구하며 그러한 기구들을 통하여 질병을 찾아내고 치료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테러행위 : 비록 오늘날은 전쟁이 제한되어 있지만 한편으로는 ‘테러행위’라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의 테러행위는 미국과 중동의 중간지점 쯤에서 벌어지는 위협적 골칫거리로 치부된다. 그러나 법 규정의 세계화적 진전으로 인한 국제법의 설정으로 폭력 집단들은 이제 전통적 방식의 전쟁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따라서 자신들의 이념적 열정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들의 관심사를 충족시키기 위해 방법적으로 거대 규모의 전쟁보다는 테러행위를 취하는 태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전염질병과 테러리즘은 확실히 세계화의 부정적 측면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너무나 자유무역과 같은 전통적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고 세계화에 묻어 온 미래의 위협에 대해선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지 못하다.

희망컨대, 세계화가 더욱 보편적이었으면 하고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건 우리의 잘못인 셈이다. “세계화”란 말은 무언가 어색하다. 다른 단어를 사용할 수 있어야겠다. 무언가 세계화란 말 대신에 더 나은 단어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고, 대중매체와 학생들에게 우리는 지금 세계화를 통하여 복지와 진보와 행복의 새로운 문명을 향해 진입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스스로 세계화의 미(beauty)를 미리 발견하지 못한다면, 대중매체와 후속 세대들은 세계화가 위협을 받았을 때 당당히 맞서 싸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번역 : 윤대영 (The yeungnam observer 지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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