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기자들의 ‘제1회 대안잡지전시회’ 도전기
문화부 기자들의 ‘제1회 대안잡지전시회’ 도전기
  • 황혜정 기자 ,홍윤지 기자
  • 승인 2008.05.27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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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의 어느 무더운 여름날, 대구의 한 전시회를 다녀온 뒤.

윤지: “왜 전시회는 예술인들만의 소유물이나 전유물이라 여기고, 그림이나 사진 등의 예술작품만을 전시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까?” 
혜정: “많은 인력이 필요한데다가 전시회를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윤지: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시회를 너무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노력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 전시회를 열 수 있을 텐데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우리부터 이런 편견에서 벗어나 색다른 전시회를 기획해보는 건 어떨까. 아, 잡지전시회 어때?”  
혜정: “엥? 잡지전시회요? 준비할 게 얼마나 많은데요. 시간도 많이 필요할 거고, 인력도 너무 부족해요.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순 없잖아요”
윤지: “아니야. 잡지사에 우리의 기획의도를 잘 설명하면 잡지를 무상으로 보내줄 수도 있어. 그 나머진 우리가 얼마나 발로 뛰느냐에 달려있지 않을까?”

한 평생 단 한 번도 전시회를 기획해본 적도 없는 기자들의 갑작스럽고도 어이없었던 ‘전시회 열어보기’의 도전은 그렇게 시작된 것이었다.         (다음은 기자들의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작성한 글입니다.)

 

1 STEP - 전시회 기획선정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전시회의 거의 절반이 기획에서 이뤄지므로 기획을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왜 전시회를 하게 되었는지, 이번 전시회로 무엇을 어떻게 보여 줄 것인지를 분명히해야 했다. 일단 우리는 잡지의 종류를 알아보았다. 시중에 나와 있는 잡지는 여성잡지, 영화잡지, 연예잡지, 패션잡지 등으로 그 종류는 너무나 많았다. 그 중에서 어떤 잡지를 전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많은 고심 끝에 ‘대안잡지’를 전시하기로 결정했다. 상업적이지 않은 만큼 자유롭고 창의적인 대안잡지의 성격은 대학생의 특성과도 맞물린다고 생각했다. 또한 지역마다의 특색 있는 문화를 다방면으로 압축해놓은 대안잡지들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전국의 대안 잡지를 알아보고 리스트를 정리했다. 인터넷을 이용하기도 하고 주위 지인들의 자문을 구하기도 하였으며, 중앙도서관에 비치된 잡지들에서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다. 훌륭한 기획 아래 제작되고 있는 대안잡지들은 생각보다 많이 존재했고, 반면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소리 없이 사라진 잡지들도 무수히 많았다.
 
2 STEP - 잡지사와의 접촉시도
잡지사 편집장: “여보세요? ○○잡지사 입니다”
혜정: “네! 안녕하세요? 저는 영남대학교에 재학 중인 황혜정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이번에 대안잡지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많은 대안잡지를 알아보던 중 참신하고 깊이 있는 기획아래 만들어진 ○○잡지를 알게 되었고, 학생들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어 이렇게 전화를 드리게……”
 이렇게 전화만 돌린 곳이 40여 곳. 귀가 따갑도록, 전화기가 뜨겁도록 잡지사마다 전화기를 돌리고 메일을 보냈다. 불행히도 폐간된 잡지사가 많았지만, 대부분 편집장의 흔쾌한 수락 덕에 전시회에 필요한 잡지를 택배와 우편 등으로 수집할 수 있었다.
 
3 STEP - 구체적인 선행 작업
무엇보다 장소를 섭외하는 것이 중요했다. 학우들의 눈에 띄지 않거나 많이 오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잡지를 전시한다 하더라도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중앙도서관의 중앙로비로 선정했다. 처음에는 중앙도서관 로비를 빌리는 것이 아주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고 미대생들이나 동아리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으로만 여겼다. 하지만 ‘중앙도서관 사용 신청서’를 내고 담당자와의 상의 후 일정을 맞추기만 하면 되었다. 의외로 간단히 장소 섭외는 해결 되었다. (우리대학 중앙도서관 홈페이지→공지사항→‘중앙도서관 로비 공간 활용안내’ 참조)
그 후 수집한 잡지들을 정리하고, 홍보를 위해 잡지마다 ‘영대신문사 문화부’라는 스티커를 붙였다. 또한 전시회를 찾아 온 학우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방명록 판을 손수 만들기도 했다.
 
4 STEP - 마지막 전시 설치
모든 일에는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말 때문일까. 마지막 준비과정인 잡지들을 배치하고 책상과 의자들을 설치하는 일이 의외로 복병이었다. ‘책상은 어떤 식으로 배치해야 좀 더 잘 볼 수 있을까?’, ‘잡지를 책상에 붙여놓으면 불편하겠지?’, ‘잡지를 갖고 가면 어떡하지?’ 등의 이러저러한 고민들이 공간상의 제약과 부딪히기도 했다. 여러 사람의 머리를 함께 맞댄 결과, 최적의 상황으로 배치를 하고 미리 준비해 놓은 현수막을 걸었다. 학우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방명록란과 앙케트란을 만들고, 잡지소개들을 붙였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읽기 쉽도록 잡지들을 정리해 놓음으로써 전시회 준비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혼자만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보고 싶다면 전시회의 소재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하고 싶다는 열의와 의지를 가지고 어떻게 기획을 하고 준비하느냐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이제 여러분이 주인공이 될 차례이다! 

  • 비하인드 스토리 하나   -   ‘대안잡지전시회에 대한 주저리주저리’

- 구경 잘 합니다. 딱딱해 보이던 도서관에 참신한 공간이군요!
- 기획 의도가 참 좋네요. 참신하고 유익한 듯. 수고 많으셨습니다.
- ‘고래가 그랬어’ 재밌어요.
- 이런 잡지 어디서 봐요? 첨 봐요!
- 다시 오고 싶어요!
- 안녕하세요, 구경 잘 했어요!
- 대안 잡지 종류가 이렇게 많다니, 저도 몇 개는 봤던 게 있어 반갑네요.
- 모르고 있었던 잡지를 많이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알게 된 ‘인권’을 받아 볼 예정입니다
- 쏙쏙 숨어있는 많은 인디 대안 잡지들을 찾아내느라 수고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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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하인드 스토리 둘  -  ‘가장 마음에 드는 잡지 하나를 골라 주세요.’
    (11월 12일부터 11월 23일까지 ‘대안잡지 전시회’와 함께 진행된 앙케트 조사 결과)

1위: The Bling (34표)
2위: 고래가 그랬어(22표)
3위: 녹색평론(16표)
공동 4위: 인권, 아트인 컬쳐(13표)
5위: 매거진 안(11표)
6위: 울림(9표)
7위: 보일라(8표)
공동 8위:작은책, 대구문화, 인디고잉, 주먹밥, 사과나무, 문학동네, 국악누리(7표)
9위: 대산문화(6표)
공동 10위: 쿨투라, 책&, 온장(5표)
공동 11위:  민들레, 문화와 나(4표)
12위: 시도뉴스레터(3표)

대안잡지란 ?
소수자용 대안잡지(alternative and minority newspaper)는 미국에서 특정한 소유 집단을 대상독자로 확보하여 그 소수집단에 속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문화와 정보를 기사화함으로써 시장성과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반체제 문화잡지, 게이용 잡지, 흑인상대 잡지, 소수 언어 잡지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군사독재정권시절에 민주화운동을 이끌던 단체들이 회원 간 의식공유의 수단이나 비회원을 대상으로 한 선전수단으로 각종 대안잡지들을 만들었으며, 현재도 많은 사회운동단체가 대안잡지들을 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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