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여전히 저작권에 코웃음
학생들, 여전히 저작권에 코웃음
  • 김현진기자, 홍상현기자
  • 승인 2008.05.22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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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봄기운과 함께 시작한 새 학기. 강의를 듣기 위해 사야 할 책들과 지난해부터 공부하리라 마음먹었던 토익공부생각에, 마음은 무겁고 주머니는 가볍다. 조금만 손쓰면 책을 제본하고 토익강의 동영상도 다운 받을 수 있지만 저작권이 맘에 걸린다. 눈 딱 감고 한 번 베팅해볼까?

#1
대학생인 A군은 몇 달 전 경찰서로부터 “저작권법을 위반해 경찰서로 나와 심문을 받아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런 일이 처음인 그는 경찰서에서 자신을 신고한 사람이 공유사이트 내의 소위 파파라치였으며, 자신의 파일을 다운 받은 사진까지 저장하는 등 여러 증거를 모두 볼 수 있었다. A군은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법률사무소에 알아보니 사무소는 합의금으로 70만원을 요구했고, 이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와중에 A군의 사건은 검찰로 넘겨졌으나 다행히 기소유예판결로 마무리돼 그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2
대학생인 B양은 얼마 전 다녀온 일본 여행기를 그녀 특유의 글 솜씨를 발휘해 블로그에 올렸다. B양의 여행기는 일본 현지의 사진과 함께 많은 볼거리를 소개해 방문자 수는 매일 늘어났다. 이와 동시에 갓 여행 사업을 시작한 여행사 사장 C씨는 B양의 여행기가 일본여행상품을 소개하는 데 적절하다고 생각하여 B양의 동의 없이 그녀의 글을 도용했으며, 그녀는 나중에야 그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여행사를 신고하려니 시험기간에 시간을 뺏기는 것이 아까워 포기하고 말았다.

학생들, 여전히 저작권 인식도 낮아

학생들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도를 묻기 위해 우리대학 학우 약 1백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첫 번째 질문으로 ‘인터넷으로 영화나 MP3·인터넷강의 등을 다운 받아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답한 사람은 78%였으며 ‘아니오’라고 답한 사람은 22%였다. ‘예’라고 답한 사람 중 얼마나 자주 다운받는지 그 횟수를 묻자 ‘일주일에 1회 미만’이 49.9%, ‘1~2회’는 30.4%, 3~4회는 11%를 차지했고 ‘그 이상’은 8.5%였다.
두 번째 질문으로 ‘학교교재를 구입하지 않고 제본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예’가 47.3%, ‘아니오’가 52.7%였다. 제본을 해본 사람들에게 그에 대한 의견을 묻자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46.5%, ‘괜찮다’가 42.2%, ‘잘 모르겠다’는 8.4%였다.
세 번째 질문으로 ‘레포트를 쓸 때 출처를 밝히지 않고 타인의 글을 인용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예’가 46.7%, ‘아니오’가 51.3%를 차지했다. 또한 마지막 질문으로 ‘자신이 저작권 법을 어겼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예’가 48.7%, ‘아니오’가 34%, ‘모름·기타’는 17.3%였다.
그러나 마지막 질문에서 ‘아니오’라고 답변한 34%의 사람들 중 위의 저작권 위반여부 질문에 위반을 한 것으로 답한 사람이 평균 56%나 됐다. 이는 학생들 스스로가 저작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올바른 저작권 사용 홍보와 교육이 필요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사용을 위해 이동형 교수(법학부)의 의견을 들었다. 먼저 저작권법에서 대학생들이 눈 여겨봐야 할 조항들로 어떤 것이 있을지 묻자 “기본적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배포·전송·전시 등을 하면 안된다”며, “이는 형사상 처벌 뿐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도 질 수 있어 대학생에게는 더욱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학생들의 교재제본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최대한 삼갈 것을 당부했다.
또한 현재 저작권법은 그 목적과 달리 여러 규제들이 자유로운 창작에 제약을 가한다는 비판에 대해 묻자 “이러한 부분은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 한다”며, “현실적으로 꼭 필요하거나 조사·연구 등을 위한 복제는 허용되는 점을 보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게다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소프트웨어 사례를 예로 들며 “타인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대에 맞지 않는 저작권법, 좀 더 현실적인 법이 되어야

네이버에서 ‘파일공유 음란물 저작권 단속관련 네티즌 대책토론’이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한 운영자는 대학생들의 저작권 침해에 대하여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이 전체 저작권 침해사례의 70%정도를 차지하는데 그 중에서도 대학생의 저작권 침해사례는 전체의 40%일정도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현재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보호라는 목적에서 비켜서서 저작자와 사용자의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저작자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현재 저작권법은 시대에 맞지 않고 오히려 이런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저작자와 법무법인들의 배를 불리기위한 상업적 목적으로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으로 저작권법이 바뀌어야 할 방향에 대해서 묻자 운영자는 “저작자의 의견뿐만이 아니라 사용자들의 의견도 법에 반영시켜서 좀 더 현실적인 법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보공유에 관한 새로운 정책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

정보공유연대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우 씨는 “대학생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하는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이 일상이 되었지만 위와 같이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하는 데 미리 해당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는 않는다”며 “네티즌들은 사실상 모두 잠재적인 범죄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행 저작권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현행 저작권법이 디지털네트워크 환경에서의 새로운 이용형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저작권자의 권리보호에 치우쳐있다”고 비판했다.
앞으로 저작권법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그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보공유에 기반한 권리자 이용자간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방향으로 저작권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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