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 그들이 전하는 100일간의 문화창조기
두둥! 그들이 전하는 100일간의 문화창조기
  • 홍윤지 기자,황혜정기자
  • 승인 2008.05.20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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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학생을 위한 학생에 의한 축제

 우리대학 총동아리연합회에서는 매년 락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학생의 신분으로 큰 행사를 기획하고 후원을 요청하며 뮤지션 섭외에 이르기까지, 어느 정도의 수고스러움이 묻어나는 그들의 활동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해 본다. 그리고 문화를 창조하는 데 있어서 따르는 제약과 노동, 인내 등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며, 그들의 목표는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    

이번엔 누구를 부르지?
 

1학기 기말고사를 끝내고 시작된 첫 기획회의는 회의라기보다 사담이 많은 MT분위기 수준이었다. 이제 여름방학이라 들뜬 기색이 역력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기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이번 락 페스티벌(이하 락페)의 컨셉은 여러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로 잡았다. 이전 락페는 인디 락 밴드 중심이었으나 회를 거듭하고 인지도를 얻으면서 대중적인 음악,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뮤지션들도 섭외하기로 했다. 라인업(출연진들을 단체로 일컫는 말)을 구성하기 위해 자원봉사단(이하 자봉단)을 대상으로 가수 선호도를 조사했다. 한 사람 당 좋아하는 팀을 5개 정도 적어 종합 순위를 매겼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인지도와 음악성을 고려해 총 20개의 팀을 올해 락페 라인업으로 선정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락페의 가장 큰 특징은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의 손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기획부터 섭외까지 아마추어인 학생들이 모든 것을 준비하느라 시행착오도 많지만 주체성을 가진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깊다.   

협찬이 필요한데
  

여타의 공연과는 달리 락페는 상업성을 일체 배제한 순수문화공연으로, 입장료도 받지 않기 때문에 락 마니아들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소규모의 자본으로 열린 공연이지만 규모나 게스트들의 수준으로 보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화려한 게스트 동원력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선 총동아리연합회(이하 총동연) 기획단들은 대학생 연관기업, 학교 근처기업, 동문 선배 기업 등으로 스폰서가 가능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목록을 작성한 뒤 연락을 취한다. 협찬을 받기 위해 수십 개의 기업체에 연락하고 직접 뛰어다니면서 방문하기 때문에 이들의 수고와 투자되는 시간의 양은 실로 엄청나다. 하지만 거부의사를 밝히는 기업들이 반 이상이라고 한다. 힘들게 승낙을 받은 뒤에는 회사 내부 규정에 따라 금액이나 물품으로 협조를 받는다. 이러한 자산들이 모이고 모여 게스트 섭외비과 무대 설치비 등의 축제비용으로 고스란히 사용된다.

관객을 모아라! 
 

총 6개의 팀은 교내와 교외로 나눠져 홍보 포스터를 붙이고 현수막을 걸기로 했다. 한손에는 여러 개의 청테이프를 걸고, 다른 손에는 100여장이나 되는 포스터를 잡았다. 햇볕은 쨍쨍, 땀줄기는 주룩주룩! 찜질방이 따로 없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그들은 불타는 봉사 정신으로 내리쬐는 열기를 참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성의껏 붙였던 포스터들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접착력이 떨어지는 청테이프 탓에 포스터 붙이기는 헛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다시 붙일 수밖에. 그들은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지며 맡은 바 임무를 묵묵히 수행한다. 

이외에도 홍보 활동은 다양하게 진행된다. 온라인상으로는 총동아리 홈페이지겳痢?淪?공식 홈페이지겴謎윱?클럽에 글을 올려 꾸준히 관리하고, 오프라인 상으로는 포스터곀梔嗤톩팜플렛(책자) 제작곀先榮瑛?전단지 배포 등을 일을 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린 자원봉사단이예요!

이번 축제의 기획부터 홍보까지 10명 남짓의 총동연 임원으로는 손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들이 바로 자봉단들이다. 이들은 순수 락문화를 즐기고 봉사를 하겠다는 일념 하에 자진하여 나선 학생들로서, 락페에 학생의견을 반영하고 홍보활동을 한다. 이들이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기획회의에 참가하고 홍보활동을 하며, 뮤지션 일일 매니저, 악기 바꿔주는 스태프, 안전요원 등의 역할을 맡는다. 
무보수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지원한 이유는 행사전반적인 주체가 될 뿐 아니라, 연예인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특권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축제를 즐기면서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이 때문에 김세훈 군(전자3)과 성희경 양(경영3)은 올해로 두 번째 자봉단원 신청을 하게 되었다. 김 군은 “물질적인 것을 바라고 지원한다면 자봉일은 하지 못한다. 실무적인 것보다 홍보와 기획을 위주로 활동했는데, 만나는 사람이 많다보니 인간관계를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고, 성 양은 “관객입장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부분을 경험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다”는 말로 락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100여일간 그들의 애정과 땀이 베인 축제는 9월 15일이면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너나없이 자신만을 생각하는 요즘, 적지않은 시간을 쪼개고 열정까지 바치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Q 학생의 신분으로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진행되었나?
기획에서부터 선호도 조사, 포스터 디자인 기획, 출연진 섭외, 스폰서 모집, 진행까지 모두 우리, 즉 학생 스스로 행사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봉단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려고 노력했고, 이번 행사의 관객인 학생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준비하려고 했다.


Q 지치고 힘든데 계속 진행하는 이유와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
총동연 회장이 되자마자 주어지는 일 중 가장 큰 것이 락 페스티벌이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전통을 지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고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많은 노동과 인내가 따르지만 우리의 작은 손길로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Q 락 페스티벌처럼 작지만 의미 있는 문화를 창조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정보를 준다면?
문화 공간이라는 것이 어쩌면 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목표를 정하고 자신의 자본력에 대해 현명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이 주체가 되어 모든 것을 준비한다는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두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Q 이번 축제에 대해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공부, 취업에 많이 지쳐있는 학생들에게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미숙한 면도 있겠지만 만든 사람의 노력과 투자한 시간을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대학생만의 자유를 발산하고 열정을 마음껏 뿜어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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