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끄고, 인생을 켜라
TV를 끄고, 인생을 켜라
  • 이연지 기자
  • 승인 2008.05.20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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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하기 쉽고 오락성이 높은 TV는 발명된 이후 신속하게 현대생활의 일부분이 되었으며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도 날로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TV는 우리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는다. 건강을 해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기까지 한다. 이런 TV를 하루에 3시간씩만 시청한다고 가정해도 평생 9년 6개월, 즉 인생의 8분의 1을 TV 시청에 소비하는 셈이 된다. 단순히 산술적으로만 따져보아도 너무나 아까운 시간들이다.

  TV 안 보기 시민모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5년 ‘TV를 끄고, 인생을 켜라(Turn off TV, Turn on life)’라는 구호를 내건 미국의 시민단체 ‘TV 끄기 네트워크’가 출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TV 안 보기 시민 모임’을 통해 이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가정의 달인 매년 5월 첫 주를 ‘TV 안 보기 주간’으로 정해 캠페인을 전개한다. 올해 제 5차 ‘TV 안 보기 주간’은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다.
이 운동의 목적은 TV 방송 자체를 비난하거나 혹은 지나친 TV 시청에 대해 사람들로 하여금 죄책감을 느끼도록 하려는 것이 아니다. TV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더 잘 이해시키고 그리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TV 시청을 하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일단 끄자

TV를 끄자는 말은 황당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TV를 끄면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책장 구석에 꽂혀 있는 책이 보이고 가족과 대화의 시간도 늘어나며 문화생활이나 취미생활을 하는 등 자신을 위해 투자할 시간적 여유와 안목이 생길 것이다. 단칼에 TV를 멀리하기가 힘들다면 하루 안 보기, 일주일 안 보기, 한 달 안 보기 등으로 나눠 실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끄자. 그러면 TV에 파묻혀 짧기만 했던 하루 24시간이 두 배로 늘어날 것이다.

 

TV 없어도 즐거워요

‘TV 안 보기 주간’에 열리는 우리지역 문화 행사와 TV가 없이도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대체활동을 소개한다.

★문화생활 즐기기
-브런치오페라 ‘La Traviata’ 4.28(월) 11:00 오페라 하우스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 5.3(토) 15:00,19:00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제15회 여류 100호전 러시아 여류 작가 초대전
   대구문화예술회관 일반1전시실

★착한 일 하기
-봉사활동 : 대구자원봉사포럼(
http://dvf.or.kr)
-가족 또는 친구에게 편지쓰기.
-집안일 돕기
-부모님과 함께 데이트

★나에게 투자하기
-미뤄두었던 공부하기
-취미생활 가지기
-건강을 위해 운동하기
-밤하늘의 별 바라보기

TV광, 독서광이 되다

 ‘TV 안 보기’의 직접적인 효과를 소개하기 위해 TV광이라고 소문난 지인을 섭외했다. 자신이 없다며 손을 내젓는 그녀를 붙잡고 체험계약서까지 써가며 굳은 약속을 받았다. 체험 3일 후 그녀에겐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다음은 권지연 양의 체험 수기다.)


첫째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니 어느덧 초저녁. 여느 날과 같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리모컨을 찾는 나. 딱히 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TV 소리가 없는 조용한 집안이 낯설었다. 리모컨으로 손이 향했지만 TV 안 보기라는 나 자신과의 다짐을 한 번 더 되새기며 방으로 들어갔다.
평소에 나는 TV를 켜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시간이 되어 저녁을 먹은 후에야 책상에 앉았었다. 그러나 오늘은 무관심속에 조용히 숨죽여 있던 책에 그 동안 못 다한 애정을 주기로 했다. 연체기간이 지나도록 반납하지 못했던 책. 사실 TV를 보느라 독서를 할 시간이 없었던 나였다. 물론 독서도 좋아했지만 TV속의 환상적인 세상은 마치 카페인처럼 서서히 나를 중독시켜 읽는 것의 유쾌함을 지루함으로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서는 또 다른 묘한 매력이 있었다. 커피처럼 강한 향도 입안을 가득 메우는 달콤함도 적지만 그 생수 같은 싱거움은 청아함으로 변해 생각의 갈증을 풀어준다. TV에서 수동적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던 나는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나가면서 지식의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었다.

둘째날

 
학교에 가기 전 아침, 시간이 10분 정도 남으면 TV를 보다 집을 나서곤 했다.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딱히 다른 무언가를 하기가 그렇고, 그 10분은 TV가 충분히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도 1년으로 계산하면 나를 발전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래서 영어단어를 외우기 시작했다. 솔직히 집중은 잘 안 되었지만 모닝커피처럼 모닝단어도 나쁘지 않았다.
수업이 끝난 오후, 오늘은 그동안 번거롭고 귀찮아서 미루고만 있었던 문화생활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침 ‘대구연극제’가 열리고 있어서 저렴한 값에 좋은 연극을 감상할 수 있었다. TV와 멀어지니 마음먹은 것을 실천에 옮기는 일이 한결 쉬워졌다.

 

 

 

셋째날

 

쇼프로그램의 절정인 오후 11시. ‘힘들었던 하루를 웃으면서 메우는 좋은 시간인데 굳이 TV를 안 볼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쇼프로그램 말고도 웃을 수 있는 다른 매체는 충분히 많다. 바로 라디오. MP3를 통해 라디오를 듣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TV의 영향일까? ‘보이는 라디오’라고 인터넷을 통해 TV처럼 라디오를 볼 수도 있었지만 라디오는 역시 이어폰을 통해 듣는 게 정석이다. 가까이서 들리는 DJ의 목소리를 통해 이사람 저 사람의 오늘 하루를 들어보며 잠이 드는 것만큼 소소한 행복이 있을까? 이런 게 바로 일상의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짧은 3일. 그러나 일상 속의 여유와 가치 있게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알게 해준 값진 3일을 우리 학우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TV는 재미있다. TV를 보면 웃을 수 있고 심지어 행복하다. 내가 그랬다. 그러나 책도 재미있고 잡지도 재미있고 라디오도 재미있다. TV라는 매체가 나를 흡수한다면, 책과 잡지는 내가 유익함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채널 저 채널 허무하게 넘기는 학우들이여, 이제는 한 장 한 장 뜻있게 넘겨나가자.


권지연 (영어영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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