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보자들, 쇼라도 해라!
총선후보자들, 쇼라도 해라!
  • 홍상현 기자
  • 승인 2008.05.20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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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는 4명이나, 오늘 후보토론회에는 3명만 참석했습니다. 당선이 유력한 후보는 유권자에게 등을 보이며 기만하는 행태를 그만둬야할 것입니다.”  지난달 31일 ‘경북 경산·청도지역 국회의원 후보 토론회’에서 사회자가 한 말이다. 마치 시사풍자를 소재로 하는 개그프로그램에서나 나올 법한 말이 벌써 3번이나 나왔다. ‘대구·경북’에서만 위 후보 외에도 대구 달성군 지역구 ‘박근혜’ 후보, 대구 달서 병 지역구 ‘유재한’ 후보 등이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TV방송토론회에 불참했다.

그 많던 쇼는 누가 다 가져갔을까?

대구·경북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이 후보들의 토론회 불참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는 후보들은 토론회에 나가서 괜히 빈축을 살 것을 꺼리고 있으며 토론이 무산된 신진 후보들은 정책을 알릴 통로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구춘권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후보자들이 방송토론회에 불참하는 것은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며, 유권자에게 정치적 견해와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져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에는 ‘후보자의 방송토론회 불참’에 대한 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 오히려 후보자가 ‘정당한 사유’를 들면 지역유선방송을 통한 정책연설도 가능하다. 후보자들의 불참이 계속되자 지난 4일 민주노동당 대구시당은 연이은 후보자들의 방송토론불참에 대해 ‘선거 후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재 민노당 선거대책본부장은 “후보자들의 행위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선거운동의 균등한 기회를 침해했다”며 “이는 다른 후보들의 기회마저 봉쇄하는 것이므로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대구시 선거관리위원회 홍보과의 한 관계자는 방송토론을 불참한 후보들이 “국민들의 알 권리를 박탈한 것에 대해서는 제재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불참 역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방법 중 하나다”며 “현실적으로 규제를 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쇼는 쇼인데…

주말이라 집에서 쉬고 있다가 ‘나를 좀 찍어 달라’는 힘찬 목소리와 함께 신나는 ‘무조건’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레 창밖을 기웃거리게 된다. 바깥풍경은 어김없이 TV에서나 봤던 소위 ‘스타 정치인’들이 사람들과 악수하느라 분주하다.
학교에 오는 날도 마찬가지다. 아침의 출근차량들로 막히는 네거리에는 선거도우미로 가득 차 있다. 마치 반짝거리는 흰 장갑들이 춤이라도 추는 듯 기호 O번을 연신 손짓한다. 그렇지만 화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버스에서 차창 밖을 보던 이도 그만 고개를 돌린다. 총선 후보등록일과 선거일까지는 약 2주 남짓의 기간만 주어진다. 그 2주내에 각 당과 후보자들은 각자의 정책과 공약 그리고 인물까지 모두 홍보해야 한다.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한 이 기간에 대해 구 교수는 “과거의 부정·부패선거를 겪은 뒤 그러한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짧지만 이 기간을 택한 것이며, 이는 경험에서 기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구 교수는 “자정적인 정화를 위해 개혁했으나 정당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무관심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 요인이 비단 ‘반짝 유세’뿐 이었을까. 이에 대해 구 교수는 “평소에도 정책과 공약 중심인 정치가 돼야하며, 선거용·이미지중심의 정당이 아니라 차별화된 정당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4월 9일 총선거. 정당과 후보에 두 번 투표를 하는 만큼, 투표하기 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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