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만이 만능인가?
실용만이 만능인가?
  • 사회부장 정재훈
  • 승인 2008.05.1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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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창조적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섬기는 정부’가 출범한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후보시절부터 ‘실용’을 강조한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실용정신은 동서양의 역사를 관통하는 합리적 원리이자 세계화 물결을 헤쳐나가는 실천적 지혜”라며 우리사회가 실용적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후 정부조직 개편을 시작으로 교육·경제·외교·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실용적인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회의와 집무처리 방식 사무실 집기를 교체하는 등 국정전반에 모든 것을 기존의 ‘형식’보다 ‘실용’으로 바꿨고, 청와대와 정부 부처들은 유사성에 따라 통·폐합 됐으며 무능력한 공무원들은 퇴출되고 있다. 인사과정의 문제야 어느 때에나 불거졌던 문제지만, 비리를 저질렀어도 능력만은 뛰어나기 때문에 재신임 하려는 것도 ‘섬기는 정부’가 실용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도자가 바뀌면서 그에 맞는 장관들을 내정해서일까, 두 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사회 전반에는 이미 그들의 ‘실용주의’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언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예술도 실용’·‘환경도 실용’·‘…도 실용’으로 기존의 것보다 조금이라도 새로운 것이 나온다면 시대의 흐름인 양 ‘실용’이라 이름 붙인다.
대학사회는 이전부터 실용에 물들여져있었다. 학문에 대한 공부는 뒷전이고 이른바 ‘꿀과목’으로 단순히 학점을 잘 받는 것은 물론, 봉사활동 등 좋은 일도 취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활동한다. 실용적인 대학생활은 모든 학생들에게 표준화된 지 오래다. 진정으로 실용이 사회 모든 가치의 중심이 되어 만능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미국식 철학의 대표적인 실용주의는 본래 좌파 우파 등 이념적인 대립 및 갈등을 배제하고 더 좋은 정책을 쓰자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본래의 실용을 잃은 체 구체적 방향역시 실종되어 심지어는 편법까지 실용으로 포장되는 것 같다.
북미대화가 진전되어 북핵 문제가 호전되어가는 듯 보이는데도 ‘선제공격 발언’ 등으로 결국에는 명분에 매달리는 것을 보면 이 정부의 ‘실용’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또한 세계적으로 자원 문제가 심각해지는데 석유공사의 몸집을 불려 민영화하겠다는 것은 결국에는 실용이 아니라 더 많은 이윤을 내기위한 기업의 경제논리가 아닌가. 국정의 중심을 서민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던 말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거짓말이 된 것인가?
대학생들 역시 다시 생각해봐야한다. 대학이 높은 학점의 졸업장을 찍어내는 공장인 양 좋은 학점 따기에 급급하고, 이력서 한 줄을 위해 진정한 가치를 잃은 활동을 하는 것이 이 시대에 맞는 ‘실용적 생활’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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