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천마문화상 시-바다 횟집
제35회 천마문화상 시-바다 횟집
  • 편집국
  • 승인 2007.08.0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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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횟집
                               김 경 주

그 집은 바다를 분양 받아 사람들을 기다린다
싱싱한 물살만을 골라 뼈를 발라 놓고
일년 내 등 푸른 수평선을
별미로 내 놓는다
손님이 없는 날엔 주인이
바다의 서랍을 열고
갈매기를 빼 날리며 마루에 앉아
발톱을 깍기도 하는 여기엔
국물이 시원한 노을이
매일 물 위로 건져 올려 지고
젓가락으로 집어먹기 좋은 푸른알들이
생선을 열면 꽉 차 있기도 한다
밤새 별빛이 아가미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그물보다 촘촘한 밤이 되어도 주인은
바다의 플러그를 뽑지 않고
방안으로 파도를 불러 들여
세월과 다투지 않고
나란히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깐 마늘처럼 둘러앉아
젓 몸살로 잔을 주고받는 사람들
사발 가득 물빛을 주고 받는다

*당선소감
김 경 주
(원광대 국어국문4)
부락에 산 지 일년이 되어 간다.
저녁이 되어가면 집집마다 멀리 송전탑을 향해 푸른 알전구를 피우는 이 동네의 내력에 대해 나는 아직 말하지 못한다. 개털이 타는 냄새가 그윽한 언덕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나는 자주. 말. 없었다
몽상가의 가슴을 해부하면 수천마리 새들이 후두둑 가슴 밖으로 날아 오를 것이라는 J의 말을 믿는다. 언어와 존재의 틈 사이에서 시가 생겨난다는 H의 말도 믿는다. 또한 나는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 또한 믿는다. 정말 내가 시를 쓰고 있는 것일까 묻는 질문은 요컨대 내 시는 살아온 날들에 대한 의문에서 탄생했지만 내가 살지 못했던 시간속에서 나는 순교할 것이라는 확신에서 오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화분하고만 말을 주고 받는 어머니, 知友인 필용형, 석정, 빛을 현상하기 위해 여수로 떠난 봉섭, 성환, 편집이 안되는 고향들, 희상, 경석, 진영, 승필.그리고 주성치 축구단 멤버들, 원광문학회, 아직은 쓸쓸하기만 한 행간들 침연 <홍진> 운비 <경철> 신일형, 야자수 열매같은 용찬 준선 마임의 피렌체 윤 나폴리 진, 비루한 작품에 죽비를 주신 심사위원님들 그리고 아직 헤메고 있는 나의 들, MF와 함께 하고 싶다.

*심사평
이 동 순
(시인, 한국학부 교수)
이 동 순
(시인, 한국학부 교수)

천마문화상 시 부문 심사를 모처럼 맡아서 보게 되었다. 마치 옛집에 돌아온 듯 감회가 새롭다. 전통과 품위를 자랑하는 천마문화상의 작품 수준은 어느 정도로 변화되었을까? 나는 획기적인 업그레이드를 기대하면서 한 편 한 편 호흡을 가다듬으며 읽어나갔다.
이번 천마문화상 시 부문 응모작은 총 3백 58편, 투고 인원으로는 75명에 이른다. 이 정도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문학과 인문학의 총체적 위기가 심심찮게 제기되는 시점에서 심사자는 천마문화상 응모작들을 읽으며 여전히 문학에 대한 기대와 낙관적 전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예심을 거쳐서 본심에 오른 작품은 총 10명이다. 이들의 작품에서 두루 확인되는 공통적인 현상은 첫째로 작품 소재를 가장 일상적인 것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묘사가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미세하고 정치(精緻)하다는 점이다. 존재의 윤곽을 포착하여 그것을 언어적 구조물로 정리해 내는 과정에서 일단 비범한 솜씨를 보인다. 이것은 확실히 과거에 볼 수 없던 기량의 성장이라 할 수 있다. 사물에 대한 관조의 자세와 사려 깊은 성찰의 지속이 이런 수준을 가능하도록 하였을 것이다. 주제에 대한 관심들은 상당수의 응모작들이 싱싱하고 건강한 생명력에 대한 애착과 그리움을 갖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시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미래적 방향성을 미리 예견해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작품을 새삼스레 괄목하게 한다. 일단 예심에 올랐던 작품들은 [곰섬] [만두 한 접시] [그릇] [그 날 밤] [아침] [하산] [만찬] [수술] [매미와 우표] [바다횟집] [참억새풀] [도서관 귀신] 등 열 두 편이다.
이 작품들은 대개 시 창작의 기본적인 솜씨에서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을 뿐 아니라, 나름대로 독자적 개성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주제를 끝까지 이끌고 가는 다부진 끈기와 집념이 유지되지 못하고 있는 아쉬움도 눈에 띠었다. 몇 차례의 반복적 독시(讀詩)를 거쳐서 뒤의 세 편이 남았다. 이 가운데서 당선작을 [바다횟집]으로 선택하는 결정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당선작 [바다횟집]이 지닌 장점은 우선 시적 사물에 대한 표현과 묘사의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그가 함께 제출한 시 [매미와 우표]도 매우 뛰어난 솜씨를 보이고 있다. 두 편중에서 [바다횟집]을 고른 까닭은 작품의 완결성이란 측면에서 전자보다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극히 일상적인 장소나 사물에 불과한 바닷가 횟집에서 작자는 싱싱한 삶의 생명력을 발견하고 모든 것을 자신의 시적 정치망(定置網) 속으로 이끌어 들인다. 그의 상상력 속에서 횟집의 모든 사물은 새로 태어나는 건강한 존재로 눈부시게 변신한다. 평범 속에서 비범을 발견해 내는 안목과 솜씨는 시인의 기본적 자질이다. 부디 좋은 시인으로 거듭 태어나 모순과 무기력으로 가득 찬 한국 시단의 분위기를 바꾸는 다부진 활력소가 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당선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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