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북공정’ 앞에서 국가와 민족을 넘어선 역사를 꿈꾸자.
[사설]‘동북공정’ 앞에서 국가와 민족을 넘어선 역사를 꿈꾸자.
  • 편집국
  • 승인 2006.11.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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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9월 <중국사회과학원 변강사지연구소>가 그동안 진행되어 온 연구 결과물을 발표하면서 ‘동북공정’이 일반인은 물론 학계, 언론계 및 정치권에 다시 한 번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동북지역의 역사를 다룬 <주몽>에 이어 <연개소문>과 <대조영>과 같은 역사드라마가 성황리에 방영되고 있고, 한국의 역사 교육을 강화하자는 여론이 90%를 상회하며 2009년부터 중ㆍ고등학교에서 사회과목에 통합되어 있던 역사과목이 분리, 독립될 전망이다. 게다가 <동북아역사재단>이라는 초대형 국책연구기관이 출범하여 한ㆍ중ㆍ일 사이의 역사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하니 2006년은 가히 ‘동북사의 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을 촉발시킨 ‘동북공정’ 자체에 대한 학계나 일반의 주류적 평가는 매우 부정적이다. 그에 따르면 ‘동북공정’이란 고구려ㆍ발해사를 포함한 한국고대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명백한 역사왜곡이며, 간도문제와 남ㆍ북 통일 이후를 대비한 팽창주의의 일환 또는 정치적 ‘공작’이었다. 이러한 중국의 팽창주의는 근대 국민국가의 단순한 민족주의를 넘어선 ‘신중화주의’, ‘패권주의’, ‘문화제국주의’ 등으로 규정되었으며, ‘동북공정’은 더 나아가 ‘백두산공정’ 또는 ‘한반도공정’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시각 속에서 ‘동북공정’의 역사적 기원을 멀리는 신화에서부터 찾기도 하고, 가깝게는 청말ㆍ민국시기에까지 소급하였다. 그리고 지역적으로는 티베트에 대한 ‘서남공정’, 신강위구르지역에 대한 ‘서북공정’ 등과 관련시켜 검토하였고, 정치세력으로는 청말 진화론자는 물론이고 중국국민당과 중국공산당까지 이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즉 ‘동북공정’이란 치밀한 계획 하에 막대한 연구비를 들여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중국 정부의 계획 생산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그동안 사사건건 대립하여 왔던 한국 사회의 진보ㆍ보수진영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소수지만 이와 정반대가 되는 주장도 있다. 그에 따르면 동북공정은 팽창적ㆍ공세적이라기보다는 방어적이며 북한 통합을 목표로 한 대외적 목적보다는 중국 내 조선족을 포함한 소수민족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수세적ㆍ대내적 성격을 띤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따라서 허구적 ‘중국 위협론’을 제조 확산시키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선 한ㆍ중의 공동전선이라는 기본 시각 속에 ‘동북공정’을 위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 양 주장의 한계는 무엇이며 대립의 해소는 불가능한 것인가? 먼저 전자의 경우는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지적할 수 있다. ‘신중화주의’라는 시각 속에서 1949년 전ㆍ후의 중국을 연속선상에서 이해하는 것은 신중국이 지니는 역사적 의의를 애써 부정하는 것으로 중화주의의 작동 기제에 대한 치밀한 논증이 전제되어야 설득력을 지닐 수 있다. 더구나 근현대 중국에서 보이는 반패권주의ㆍ반집권주의ㆍ반중화주의 정책과 사상에 대한 더 많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한편, 후자의 주장에 보이는 반미(反美)ㆍ근중적(近中的) 편향성은 미국에 의한 북한 붕괴와 중국ㆍ러시아와의 공동관리라는 미ㆍ중간의 거래 또는 그들에 의한 북한과 대만의 상호교차 확보 등 미ㆍ중 공동전선의 가능성 자체를 논리적으로 봉쇄해버리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 즉 반미라는 전략적 사고 속에서 중국에 대한 비판의 여지를 스스로 방기하는 것은 아닌지 좀 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이상을 고려해 볼 때 동북공정의 중심 대상인 만주(사)를 좀 더 개방적이고 융통성 있는 시각으로 볼 수는 없을까? 예컨대 만주란 ‘한국인의 옛 땅를 넘어서, 수백 년 동안 다양한 민족이 공존했던 개방의 무대, 그래서 오늘날 동아시아 지역의 극성스런 민족주의를 부끄럽게 만드는 공간’이거나, ‘한 민족ㆍ국가의 역사라는 시공간의 조합에 의해 궁극적으로 결정되는 것을 거부하는, 항상 열려있는 역사의 작용을 검토하는 장’으로서의 ‘초민족주의적 현상’(transnational phenomena)으로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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