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전쟁, 우리의 언어를 지켜라!
소리 없는 전쟁, 우리의 언어를 지켜라!
  • 남경순 명예기자
  • 승인 2007.04.06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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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대지’의 작가 펄 벅은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글자”라고 말하며, 한글의 우수성을 극찬한 바 있다. 이제야 눈을 뜬 것일까 ? 최근 세계 속에 한국어 열풍이 불고 있다.
 얼마 전에는 미국의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록밴드 ‘후바스 탱크’ 멤버가 입은 한글 디자인의 옷이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 패션계에서는 한글의 독특한 모양과 동양적 분위기가 수많은 사람들의 주목 속에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생산해 내고 있다. 2006년에 한글은 확실한 ‘인기상품’이다.

한글이 프린트된 옷을 입고 외출한 '브리트니 스피어스'

한글로 디자인된 옷을 선보이고 있는 모델
이런 분위기는 베트남, 중국, 터키와 같은 아시아권 국가들에서 한층 뚜렷하지만, 그러나 최근에는 이집트까지 가세하여 대학에 한국어 학과를 신설하거나 혹은 사설 한국어교육기관을 설립하는 한편, 한국 유학 등을 통한 한글 배우기에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개발 국가들 중심의 한글 열풍은 2000년대 이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는 선진국과의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값싼 수입노동자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는데, 요즘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이주노동자들의 모습은 바로 그러한 정책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대학의 한 중국 유학생은 “한글을 배우면, 취업을 쉽게 할 수 있어 많은 중국 학생들이 한글을 배우려고 한다”는 말로 중국에서 불고 있는 한글 열풍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한글 열풍의 또 다른 원인은 동남아시아 일대에 퍼져있는 ‘한류’의 영향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와 연예인을 보면서 생겨난 한국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심이 곧 한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겠다. 이런 한글 열풍에 대해 신승용 교수(국어교육학과)는 “한글의 전파는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한국문화를 전파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며, “언어는 그 나라의 가치와 정신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한글 학습은 우리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전파하는 동시에 한국에 대한 그들의 호감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글열풍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한글에 대한 관심이 한류열풍과 이주노동자들의 증가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한글 교육자의 꾸준한 양성과 한글을 한국의 문화가 담긴 브랜드로 발전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세계 속의 한국 열풍, 앞으로 그 멋진 항해를 기대해 본다.

당신은 한글로 의사표현을 하십니까?
 세계 속 한글 열풍과 달리 국내에서의 한글의 입지는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영어에 뒤쳐져 ‘찬밥’ 신세로 밀려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최근에는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의 허약성을 인식한 기업들이 날카로운 눈초리를 보내며, 취업응시자의 한글 능력을 취업 시 주요 고려사항들 중 하나로 삼을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글 사용에 있어서 학생들이 보여주는 문제점으로 ‘자기 표현력의 부재’를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최근 학원가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논술은 글쓰기의 중요성과 더불어 심각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현상들의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신승용 교수(국어교육학과)는 “학생들 대부분이 국어는 의사소통만 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 국어를 통해 자신의 정신세계와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 글쓰기’를 연구하는 라이터스 김익수 대표이사 또한 “인터넷의 발달로 학생들의 정독 습관과 독서량이 떨어지다 보니 갈수록 글쓰기 실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기업에서도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글을 요약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원들이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해 많은 지적을 받는다”며, “최근 승진 시험에서도 논술 시험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논리적인 글쓰기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기 표현력의 부재는 우리말 쓰기 노력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신승용 교수는 “최근 학생들의 언어사용 모습에서 용언을 외래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명사는 국가 간의 교류 증가로 외래어를 쓸 경우가 많다고 하나, 우리말로 바꿔 쓸 수 있는 용언의 경우도 무의식적으로 외래어를 쓰는 것, 예를 들어 ‘샤프하다’, ‘섹시하다’, ‘캐쥬얼하다’ 등의 표현을 쓰는 것은 큰 문제이다”고 말했다.

‘국어사전’이 필수품이 되는 그날까지
 한글의 원활한 사용은 우리의 노력에서 시작된다. 자국어에 대한 각별한 사랑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경우 자국어를 유지하고 원활한 사용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뚜봉법(Loi Toubon)을 들 수 있다. 1994년 제정된 이 법은 프랑스 내의 모든 상품 광고에 프랑스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외국어 광고인 경우에는 프랑스어로 번역한 문장을 병행해 사용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어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신승용 교수는 “프랑스의 경우, 학생 대부분이 자국어 사전을 갖고 다니며 의사 표현을 좀 더 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또한 “그러한 모습은 어릴 적 교육에서부터 시작된 결과”라며 어릴 적 국어 교육에 대한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글 사랑에 대해, 그것을 세계화 시대에 부적합한 어문민족주의라고 비판하는 시각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한글에는 우리의 사상과 얼이 담겨져 있다. 외국어 교육 문제와 국어발전 전략은 상보적관계로 나가야 한다. 영어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적 정서로 인해 한글의 입지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어교육을 탓하기 전에 국어교육의 강화를 주장하는 것이 더 옳은 태도라고 본다.
한글티셔츠 디자인 공모전에 참가한 학생들

 한글강화를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의 자발적인 노력과 인식의 변화, 법적인 장치와 사회적 제도 역시 중요하다. 최근 KBS 방송사 신입채용시험에서나 기업에서 한글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얼마 전 개정한 ‘국어기본법’도 우리의 주목을 끈다. 국어사용에 대한 규제보다 보전과 발전에 초점을 뒀다는 이번 개정안에는 국가공인 한국어 능력시험, 국어 상담소 설치, 외국인 대상 교육과정과 교재개발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World In YU & Korean
 우리대학은 <국어생활상담 연구센터>의 운영을 통해 학생들의 국어 상담과 교육,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립국어연구원>으로부터 영남권 지역의 교육을 수탁받아 <글쓰기 문화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외국인들의 정확한 한국어 교육을 위한 한국어교사자격인증과정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밖에도 국제교류원에서는 해외에 한국어학당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한글 알리기에 나섰다.
 10월 중에는 중국 호북성 화중사범대학에 개설될 예정인 한국어학당은 현재 베트남 대학과도 개설을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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