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정의를 잃어가는 사회
[영봉]정의를 잃어가는 사회
  • 편집국
  • 승인 2007.07.3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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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취업도구로 전락!’ 얼마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 언론과 사람들이 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으며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이 대학이 단지 취업을 위한 도구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햇살이 내리쬐는 푸른 잔디 위에 카디건 하나 어깨에 걸치고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대학생의 모습, 아니면 하얗고 눈이 크며 긴 생머리를 가진 그녀를 가슴 쿵쾅거리며 지켜보는 모습. 이런 모습들을 상상하며 수험생들은 대학에 대한 환상과 막연한 기대감에 부푼다. 또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과 꼭 장학금을 타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겠다는 다짐으로 대학생활을 상상하기도 했었다. 고등학교 시절 누구나 한번 이런 생각을 하며 나태한 자기자신을 다시금 다그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고등학생들을 보면 참으로 안쓰럽다. 약간은 엉뚱하지만 그런 순수한 믿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모습은 서서히 사라지고 치열한 이 경쟁사회를 뚫고 나갈 고민부터 해야하니 말이다. 너무 버거운 짐이 주어지면 어떤 사람이건 간에 견디기 어렵다. 이것이 요즘 수험생들을 바라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수능시험이 끝난 다음날 나의 이런 안쓰러움은 더욱 극에 달했다. 이 경쟁사회를 너무 일찍 배워버린 한 수험생이 자신의 수능점수가 평소보다 낮게 나오자 너무 상심한 나머지 자살을 한 것이다. 이 무서운 사회가 또 한명의 낙오자를 만든 것이다. 재수생인 그 학생이 자살을 택한 이유는 일반 대학은 취업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약대를 가려했으나 점수가 평소보다 낮게 나왔다는 것이었다.
대학이 사회관계를 가르치고 세상을 알아 가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을 가르쳐 주는 기능을 하기보다 취업을 위한 ‘도구’로 기능하고 있으며, 또 그렇게 인식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물론 취업을 잘해서 자기의 꿈을 실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대학이 취업을 위한 준비기관으로 전락하고, 학과의 선택마저 취업가능성에 의해 결정되는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주변에서 대학을 졸업한 많은 졸업생들이 취업난을 뚫지 못하고 실의에 빠져 방황하는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취업에만 모든 것을 내걸지 말고 자신감과 패기를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수능을 끝마치고 언론에서는 평균점수가 2∼3점 내려간 것으로 연일 보고 난이도 조절 실패는 덮어둔 채 학생들의 학력이 많이 저하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는 물론 몇 년 전 시행된 새로운 입시제도의 결과이다. 이른바 ‘이해찬 세대’ 학생들로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며, 학력이 저하됐다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오히려 학생들을 격려하고 앞으로의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자유로운 사고 속에서 사람이 발전하고 더불어 사회가 발전한다. 취업, 성적 등과 같은 잣대만으로 가치가 평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사회가 점점 올바른 방향을 잃어가고 정의를 잃어 가는 것 같아 너무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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