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ick]시민 구단 이야기
[Click]시민 구단 이야기
  • 박진영 학술전문기자
  • 승인 2007.07.2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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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일(토)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는 대구시민프로축구단창단을 위한 시민 설명회가 있었다. 이 날 행사는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시민구단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기획된 것이었다.
대구에서 시민구단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 해 문희갑 전시장이 체육진흥기금을 투입해서라도 월드컵 전에 지역 프로축구단을 창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월드컵의 열기를 예상하지 못한 시의회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시민구단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상승한 것은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이다. 대구시는 대구상공회의소, 지역 기업, 그리고 시민들의 참여에 의한 시민구단 창단을 본격화하였다. 현재 박종환 전국가대표 감독을 시민구단 감독으로 선임하고, 주식 200만주를 공모하고 있다.
그러면 여기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구단의 성격에 대해서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시민구단은 ‘지역, 지역민과 밀착된 구단’을 말한다. 이러한 시민구단은 기존의 대기업에 종속되어 의존하는 기업스포츠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대구시민구단 창단은 지역을 연고로 한 대기업이 없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다. 시민구단은 지역민의 참여 정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현재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방법으로 지역업체들간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주식을 구입하게 하는 방법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뉴캐슬 유나이티디드와 같이 유나이티드로 끝나는 구단이 대표적인 예이다.
한편 독일이나 프랑스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된 시민구단이 많다. 이러한 구단들은 ‘스포츠 공개념’에 입각하여 지자체와 지역기업이 공동출자하는 비영리 법인으로 운영된다. 프로스포츠이지만 사회복지 차원에서 축구단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민구단도 최근 복지비 삭감과 경영난으로 영국식의 주식회사 형태의 구단으로 변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로지 시민들의 자발적인 회원제로 운영되는 순수한 의미의 시민구단이 있다. 몇 년전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킨 FC. 요코하마와 같이 회원이 중심이 되어 대표를 뽑고 자금모집과 운영을 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순수 시민구단은 클럽제 스포츠라는 축구의 정신을 가장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고 양질의 경기를 할 수 있는 훌륭한 구단이 되기 어렵다.
대구시민프로축구단은 시민구단이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주식회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기업들도 상장을 하면서 주식공모를 하는 것처럼, 현재 존재하고 있는 다른 구단도 이런 쪽으로 방향전환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현재 유럽에서도 대기업 소유의 많은 구단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잉글랜드식의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구시민구단의 창단 방식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경향이다. 여기에도 문제점은 있다. 잉글랜드식의 경우 단순한 주식회사의 성격이 강하지만 독일의 경우 주식회사로 전환이 되었음에도 시민위원회라는 제도를 두어 제도적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축구단의 운영을 감시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요즘 대기업을 대상으로 일고 있는 소액주주의 권리에 대한 인정이나 사외이사 제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주식회사의 대주주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견제와 경영투명화 요구를 대구시민프로축구단에도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 창단 준비위원회는 시민의 주머니에서 돈을 나오게 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운영주체의 일부분으로 자리잡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1993년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가 경영난에 직면했을 때 후원회를 통한 시민들의 모금으로 경영위기를 극복한 적이 있다. 시민들의 호주머니는 축구단이 자신의 것이라는 인식을 가질 때만 쉽게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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