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문화 진단>"우리는 지금 호흡하고 있는가?"
<대학문화 진단>"우리는 지금 호흡하고 있는가?"
  • 주혜리 기자
  • 승인 2007.07.24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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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문화 생산 · 소비의 주체는 바로 우리이다
“지금의 대학은 80년대의 무거움과 90년대의 가벼움, 그 어느 것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어느 문화평론가의 말에서 우리는 다시금‘대학문화 부재’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오늘날의 대학문화를 대표하고 또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를 떠올리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다. ‘대학문화’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의 대학문화는 위기를 넘어 조금씩 그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80년대를 대표했던 ‘시위문화’가 ‘저항’과 ‘비판’을 그 바탕에 두고 있었다면 현재는 바탕이 상실된 상태라 볼 수 있다. 80년대 대학가의‘민주화’외침이 90년대 들어 사회주의의 몰락과 문민정부의 수립으로 표면적으로는 성취됨에 따라 저항과 비판 정신이 점차 퇴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학점 제한제 시행과 학사 관리가 강화되는 등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으로 학생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커다란 제약을 받게 된 것도 이를 부추겼다. 물론 학생회 차원의 각종 행사들이 ‘대학문화’의 흐름을 근근이 이어가고는 있지만 총체적인 난관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행사가 준비되고 집행되는 과정은 관료적이고 비민주적인 모습을 띄고 있으며‘민족문화’또는 ‘민중문화’로 대변되는 운동주체들이 대중문화적인 흐름을, 지양해야 할 상업주의의 산물로 인식하여 무조건적인 비판의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를 대학문화에서 수용하여야 한다’는 입장이 단순히 대중성의 확보로 인한 참여도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학우들에게 쉽게 접근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방식의 하나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문화를 평가함에 있어 ‘얼마나 모였는가’ 하는 수치적 개념이 아닌 ‘무엇을 가지고 함께 호흡할 것인가’라는 내용에 비중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또 행사의 기획 의도가 학생운동조직 정파의 선전기조-반미, 통일-에 지나치게 충실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박희정양(문화인류3)은 “학생회 주최의 행사들이 주로 반미나 통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주제나 의의가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며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학생회 행사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거나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정파적 이해를 넘어서 대학문화에 대해 심층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함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이정희 문과대 학생회장(사학4)은 “대학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다양성을 발산할 수 있는 활동공간을 확보하고 지켜내는 것이 학생회의 역할이라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학우 대중 모두가 문화 생산의 주체자 임을 스스로 인식하는 한편 학생회는 이러한 학우들의 실질적인 역량을 키우고 활동성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사실 어찌보면 대학문화가 죽었다느니 그렇지 않다느니 하는 논의 자체는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문화란 것이 우리의 일상, 즉 대학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사실이다. 우리 스스로가 대학문화 생산의 소중한 주체임을 인식하며 우리의 삶과 밀접한 ‘대학문화’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한다면 대학문화의‘다양성’확보가 그리 먼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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