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무엇이 문제인가?>전세계 유일무이한 법, 가부장적 호주제
<호주제 무엇이 문제인가?>전세계 유일무이한 법, 가부장적 호주제
  • 이은애 기자
  • 승인 2007.07.24 1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남자는 모든 여자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에 대해‘상당히 부당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비난 하겠지만 한국의 호주제 안에서 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외아들이 사망하면, 한달 된 아기라도 손자가 할머니의 호주가 되고 결혼한 딸은‘남의 집안 사람’이 되며, 외도해서 낳은 어린 아들은 아내의 동의 없이도 장성한 딸들을 제치고 호주승계에서 우선 순위를 갖게 된다. 또한 재혼하는 여성은 그녀의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자녀들을 전 남편의 동의 없이는 새로운 남편의 호적에 입적시킬 수 없다. 이와 같이 남성은 가정과 사회의 중심으로, 여성은 종속된 존재로 전락시키는 것이 바로 한국의 호주제도인 것이다.
사실 호주제도는 일제가 국민통제수단으로 만든 제도에 불과하다. 식민통치의 수단으로 호주제를 만들었던 일본조차 남녀평등과 인간존엄, 부부간의 평등에 어긋난다 하여 1947년 민법개정을 통해 호주제를 폐지한 반면, 한국은 해방 후에도 일본 식민잔재인 호주제를 청산하지 못하고 현재에까지 이르고 있다.
지난 2001년 4월 1일,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과 북부지원은 호주제의 위헌성을 인정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를 심판해 줄 것을 요청하는‘위헌심판제청’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한국 법원이 호주제가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와 양성평등 이념에 명백히 위배된다는 것을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999년 UN 인권이사회에서도‘호주제는 여성을 종속적인 역할로 위치 짓는 가부장적 사회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강화시킨다’라고 규정하고‘남녀가 평등하게 향유할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호주제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이제 헌법 재판소에서의 판결만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한국여성개발원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호주제에 대한 대안책은 다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한가족 내에 호주는 없애고 부부 둘다 색인자로서 기록하는‘기본가족별 편제방식’이고, 두 번째는 개인 한명 한명이 자신의 신분등록부를 갖는‘1인 1적제’가 있다. 세 번째는 현재 우리 나라의 호적제도와 주민등록제도 두 가지를 하나로 통일하는 방안이다. 즉 개인사항을 자세하게 기록하는‘주민등록제도로 일원화하는 방식’인 것이다.
박동복군(전자정보2)은“평소 호주제 폐지는 여성만의 문제라 여기고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호주제 피해사례를 보니 여성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남성을 위해서라도 호주제 폐지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박군의 말처럼 호주제는 여성에게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결코 이로운 법이라 할 수 없다. 단지 남성이라는 이유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계를 이어야 하고, 가정의 장(長)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남성에게도 과도한 부담이다. 남성인 호주를 중심으로 가족구성원을 서열화 하는 호주제는 호주인 남성과 그에 소속되는 여성과 자녀들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법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부계혈통만을 인정하도록 법적으로 보장해 놓은 나라는 없다. 21세기를 맞이하여 가족원 모두가 인격을 가진 개인으로서 존중되는 민주적이고 열린 가족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가장과 그에 복종하는 권위주의적인 가족편제방식을 하루 빨리 개혁해야 할 것이다. 이것을 이루기 위한 핵심 열쇠가 호주제 폐지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호주나 호주제에 대한 이해없이, 호주제가 없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21세기가 다양성의 시대라고 하듯이 다양한 성씨가 존재하여도 우리 모두는 그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