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음악은 민중들이 살아온 삶의 역사>투쟁의 현장을 넘어 일상적 삶의 공간으로 확대돼야
<민중음악은 민중들이 살아온 삶의 역사>투쟁의 현장을 넘어 일상적 삶의 공간으로 확대돼야
  • 최윤정 기자
  • 승인 2007.07.2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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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를 리메이크한 힙합그룹 거북이
‘빨간 꽃 노란 꽃 꽃밭가득 피어도…(중략)…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얼마 전‘거북이’란 그룹이 힙합버전으로 리메이크해 큰 호응을 몰고 왔던‘사계’의 일부분이다. 당시 거북이의 사계는 메시지보다 분위기에 중심을 두어,묘하게 사람을 자극하는 원곡의 맛을 살렸다는 점에서 독특하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 노래의 가사가 암울했던 7·80년대의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일했던 여공들의 눈으로 바라본 사계절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젊은 세대는 별로 없다. 가사의 의미나 메시지보다는 밝고 경쾌한 멜로디가 인기몰이의 주된 이유였던 것이다.
또 6월말까지 방송되었던 모CF는 민중의 해방을 노래한‘노래를 찾는 사람들’의‘그날이 오면’이란 원곡에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들어간 곡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화제를 모았고 최근에는 힙합가수인‘MC 스나이퍼’가 억압받던 민중의 삶을 노래한 안치환의‘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라는 곡을 샘플링해 인터넷으로 인기를 얻은 뒤 음반을 발매했다.
하지만 이렇게 민중가요가 대중음악으로 재탄생해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에 대해‘민중가요의 대중화’라고 평가하기도하는 한편‘변질된 민중가요일 뿐’이라고 보기도 하는 등의 논쟁이 치열하다.
‘민중가요의 대중화’라 여기는 사람들은 예전에 불리던 좋은 노래들을 요즘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 주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원곡을 아꼈던 사람들로서는‘거북이’처럼 재기 발랄한 리메이크가 황당하거나 얄밉게 느껴 질 수 있겠지만,당시 민중가요로 사랑 받았던 원곡을 새로운 방식으로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는다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는 것이다. 또 민중가요가 댄스그룹에 의해 불려지는 현상을 7·80년대의 감성으로 비난하는 것은 편향된 태도라고 반박하고 있다.
반면 이런 현상이‘변질된 민중가요일 뿐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민중가요는 그 노래가 만들어졌을 때의 치열하고 진보적인 감성을 전달할 수 있을 때 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등장한 리메이크된 노래가 얼만큼 민중가요가 지향하는 내용을 담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중노래패 소리타래의 조원주씨는“민중가요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삶을 포괄하는 반면 거북이의 사계는 단순히 상업적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민중가요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리메이크 차원에 그친, 변질된 민중가요가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은 민중가요의 활성화 측면과는 다르다 ”고 덧붙였다.
민중가요는 그야말로 민중을 위한 노래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민중가요는 이 나라의 4천만 민중의 노래가 아닌 투쟁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문화적 환경변화에 맞춰 나가지 못하고,7·80년대의 투쟁의 현장만을 기리며 스스로 발전의 모색을 찾지 않은 채 민중가요를 부르고 보급하는 사람들과 대중문화를 열어 가는데 있어 개인주의와 상업성에 물들어 버린 대다수 현대인들의 잘못도 있다.
민중음악이란 것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며 말 그대로 민중들의 노래이다. 민중음악은 민중들 속에서 그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나온 것이다. 얼마 전 월드컵 때 하나가 되기 위해 모였던 현장에서는 신나게 아리랑이 흘러 나왔던 것처럼 이제 민중음악도 투쟁의 현장을 넘어 일상적 삶의 공간으로 폭을 넓혀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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