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청산 및 법률 개정 통한 지속적 노력 선행돼야
과거청산 및 법률 개정 통한 지속적 노력 선행돼야
  • 이은애 기자
  • 승인 2007.07.24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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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4월 9일』의 한 장면.
우리 나라는 불행히도 과거의 잘잘못을 가리고 책임자를 처벌하여 바른 역사의 본보기를 세운 적이 거의 없다. 해방 이후 친일파를 비롯하여 유신독재체제 아래에서 친미와 반공을 부르짖으며 민주화 세력을 억압했던 기득권 세력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도 제대로 된 평가와 진실규명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까지처럼 잘못된 역사에 대해 뉘우치고 반성하는 절차를 밟지 않고 그대로 묻어 둔다면, 우리 자신은 물론 후손에게 인권유린과 같은 그런 재앙이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른다. 이러한 의미에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 의문사위)에서 밝혀낸 인혁당 사건의 진실은 큰 의의를 지닌다 할 수 있다.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음으로써 올바른 사회통합과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혁당 사건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역사, 인혁당 사건
인혁당 사건은 1964년 굴욕적인 한일 회담으로 나라 안팎이 시끄러울 때 중앙정보부가 당수 도예종씨와 대구·경북· 부산 지역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인민혁명당(이하 인혁당) 사건을 발표함으로써 세상에 드러났다.
사건은 1964년 8월 14일 김형욱씨(당시 중앙정보부장)가 기자회견을 열어“북괴의 지령을 받고 대규모적인 지하조직으로 국가를 변란하려던 인혁당을 적발, 일당 57명 중 41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16명은 전국에 수배 중에 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 됐다. 하지만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검사들은 중앙정보부의 주장과 달리 어떤 증거물도 없다는 이유로 만장일치로 공소를 기각했다. 결국 1차 인혁당사건은 도예종에 대해 3년형을 선고하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다.
그러나 인혁당은 사건 발생 10년만에 민청학련 사건(전국민주청년학생동맹, 전국규모의 반유신체제 투쟁운동)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되어 다시 세상에 알려졌다. 인혁당 관련자들은 1974년 5월 27일 비상군법회의 검찰부에 의해 내란예비음모, 내란선동 등의 혐의로 구속되었고, 재판은 6월 15일부터 약 10개월 동안 진행됐다. 이 가운데 도예종씨를 비롯한 8명은 1975년 4월 9일 대법원에서 상소가 기각된 지 20시간만에 전격적으로 사형 집행을 당했다. 사형자들 중 일부의 유해는 가족들에게 인도되기 전에 화장됐고, 가족들에게 인도된 유해는 다시 탈취돼 강제 화장됐다.
이른바 인혁당 사건은 과거 굴욕 외교 반대 항쟁을 벌인 학생들을 처벌하고 또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학생들의 반란을 막기 위해 조작한 정치적 쇼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은 국제법학자협회에 의해‘사법사상 암흑의 날’이라는 규정과‘사법살인’이라는 오명으로 오늘날까지 우리 나라 사법 역사의 가장 큰 오점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인혁당 사건이 그 동안 진실을 감추고 있다가 지난 12일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이하의문사위)를 통해 정권 안보를 위한 조작극이었다고 밝혀지게 되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
그동안 우리역사에는 소수 권력자의 야욕으로 인해 다수의 대중들과 상징적 인물들이 희생의 제물이 된 사례가 종종있었다. 민중의 정당한 요구를 거역하고 역사의 순리를 왜곡하기 위해 무자비한 음모와 공작이 행해졌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다. 그러나 희생자들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겪어야 했던 참혹한 고문과 야만적 폭력의 실상은 은폐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를‘의문사’라 불러왔다. 이들의 희생을 단지 의문사로 묶어 둔다면 유사한 잘못이 반복되는 일을 막지 못할 뿐만이 아니라 그 가치를 올바로 평가하지 못하게 된다.
의문사위 상임위원인 김준곤 변호사는 “과거청산작업은 단순히 과거 일을 들추어내어 진상을 밝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이번 인혁당 사건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하여 집권연장을 목적으로 비판세력의 인권을 유린하고, 고문의 방법으로 사건을 조작하였는데 이제는 더 이상 반공이념으로 민주화와 평화통일 운동을 탄압하지 못하도록 해야한다”며“이러한 과거사를 바로잡아서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을 위협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고자 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오늘날 제2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진실을 알아야 하고, 국가는 억압을 자행했던 과거를 항상 유념하며, 희생자들의 존엄성을 회복시키고 나아가 인권 침해를 가능하게 한 법률들을 폐지해야 한다. 우리대학 박홍규(법학부)교수는“역사적으로 정당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권력일수록 음모와 공작을 통해 국민을 기만하고자 한다. 안기부나 국정원이 그런 일을 하는 기구들이다”며 “궁극적으로는 이들 기관을 폐지하고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는 것이 좋으나 현실에 맞게 이들 기관의 권력을 제한하고 국가보안법이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철두철미한 법규정의 발본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권력이 행하는 폭력에 가담하거나 방관하고 침묵을 지킴으로써 결과적으로 범죄에 협력한 것이 되는‘침묵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해방 후 지난 50년 역사에서 우리 사회는 과거의 잘못된 유산을 그때 그때 청산하지 못하고 늘 다음 세대로 연장하는 오류를 범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진실을 밝혀낸 힘을 바탕으로 지난날의 어두운 과거를 거두고 새로운 역사창조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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