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문제, 정치쟁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통일문제, 정치쟁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 박진영 학술전문 기자
  • 승인 2007.07.24 1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9월 26일(木) 국제관에서는 우리 대학 통일문제연구소(소장 정행학부 정달현)교수가 주최하는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한반도 평화의 조건”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날 국제학술회의에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의 이사예프(V. A. Isayev)부소장과 보론쵸프(A. Vorontsov)박사, 그리고 중국 연변대학의 허길(許吉 이하 허교수)교수가 초청되었다. 그리고 국내 토론자로는 우리 대학 정치외교학과의 김영문, 김태일, 권무혁 교수와 대구대의 박광득, 동국대의 권오윤 교수가 참가하였다. 본 란에서는 이날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주요 내용과 토론자들이 제기한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엮은이 말)
통일문제연구소 주최 국제학술회의 "한반도 평화의 조건"

러시아는 남·북 모두의 친구가 되고 싶다

기조 연설을 한 이사예프부소장이나 보론쵸프박사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러시아가 남·북한 양국과의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평양을 국제사회로 유입시킴으로서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사예프부소장은 남·북한과 러시아의 3자간 경제협력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사예프부소장은 북한에 필요한 일련의 산업시설에 러시아가 투자를 하고 그 투자액을 러시아가 남한에 지고 있는 채무액에서 공제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한반도와 연결시키는 프로젝트가 하루빨리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북한 관계의 현황과 러시아의 입장”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브론쵸프박사는 동방학연구소에서도 한국·몽골분과의 분과장이며 북한 김일성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한 적이 있는 한반도 분야의 권위자이다. 브론쵸프박사 역시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으로 입을 열었다. 이어 브론쵸프박사는 외교적 분야로 초점을 옮겨갔는데, 1998년 스파이 스캔들로 양국간 관계가 악화된 적은 있지만 1999년 김대중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과 2001년 2월 푸틴대통령의 방한으로 남·북한과 러시아 3자간의 협력관계가 자리잡았다고 자평했다. 그리고 2001년 9월 푸틴대통령의 북한 방문으로 러시아가 한국문제의 적극적 당사자로 다시금 복귀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9.11테러 이후 미국 공화당 행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반북한노선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비판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외무장관이었던 꼬지레프의 이름을 딴 이 노선은 러시아의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2001년 하바로프스크에서 김정일과 푸틴이 만남으로써 러시아가 한국문제에 대하여 미국과 다른 독립적인 대외정책을 수립할 것이 확실해졌다는 것이다. 올 7월에도 외무장관 이바노프가 남·북한을 연속 방문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경제협력을 도모할 것을 약속함으로써 미국이 주도하는 전세계적 반테러연합과는 양립하는 정책이 수립되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를 지역패권으로 이용하려는 기도를 반대한다

허길교수의 발표 내용은 독립자주와 패권주의를 반대하고 상호공존을 추진한다는 중국외교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어 허길교수는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을 밝혔다.
허길교수가 제시한 대 한반도 정책의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한다. 2)한반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하여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한다. 3)북한이 해당 국가와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4)한반도에서 남·북한이 자주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적으로 남·북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5)남·북한과 동시에 등거리 외교를 한다. 그리고 허길교수는 최근 중국과 남한과의 관계,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중국의 대남한 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해왔으며 IMF를 겪으면서 아시안+3이라는 동북아시아 지역협력극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좀더 구체적이다. 허길교수는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1992년을 전후로 한 정부간 물물교환에서 화폐무역으로 바뀐 시기와 1999년 6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의 중국방문으로 친선협조관계가 보다 높은 단계로 발전한 시기로 구분하고 있다. 앞의 1992년이 양국사이의 사회주의적 관계가 해소되고 일방적인 친북한정책이 포기되는 시기라면 1999년은 두 나라가 냉전 후의 조절기를 끝내고 다시금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 즉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전통을 계승하고 미래를 지향하며 선린우호관계를 발전시키며 합작을 한다'는 것이다.
허길교수가 언급한 1999년 이후의 북·중 관계는 첫째,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역학구도의 불균형에서 오는 긴장을 해소하고 북한이 미국, 일본과 관계개선을 이루는 데 중국이 적극 협조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을 테러국가로 규정하면서 미일동맹을 축으로 동북아에서 패권을 누리려는 미국의 정책에 반대하여 북한의 정당한 입장을 지지한다는 적극적 친북정책이 포함되어 있다. 둘째는 북한과의 경제교류와 합작 및 북한에 대해서 경제원조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전환에 성공한 중국이 북한을 세계 시장경제체제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통일에 대한 무당파적 '공동지배영역(condominio)'을 만들어야 한다

앞서의 두 주제가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외부의 대한반도 정책이었다면, 우리대학 김태일교수(이하 김교수)가 발표한 "김대중정부 이후의 남북관계: 몇 가지 과제"라는 주제는 남한이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통일을 위하여 주변 강대국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의 문제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김교수는 김대중 정부 이후 남·북관계의 주요변수로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남한 내 국민적 합의이다. 김교수는 남·북한의 통일에 대한 정책을 군사안보와는 별도로 사회경제적 영역을 분리시켜 확대시켜 나가는 기능주의적 접근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교수는 김대중정부의 일관된 대북화해협력정책을 높이 평가하면서 향후 주요한 위협요인으로 남한내 보수세력의 비판, 북한의 돌발행동,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으로 꼽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올 대통령선거가 어떻게 결말지어지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김교수는 특히 이회창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상호주의, 국민적 합의와 투명성, 검증〕 원칙이 김대중정부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평가하고 있다.
둘째는 북·일관계이다. 북·일관계의 개선으로 일본의 북한지원이 이루어져야 남한 내부에 존재하는 '퍼주기'라는 비판이 수그러질 것이라는 것이다.
셋째는 북·미관계이다. 미국은 총론적 차원에서는 평화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재는 분명히 북한에 적대적이다. 부시행정부는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에 포함시켜 긴장을 고조시킨 바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대북강경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 김교수는 북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교수는 북한 역시 전통사회주의->개량사회주의->시장사회주의->체제전환의 과정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며 북한의 변화를 수용할 남한의 주체적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북정책의 연속성이다. 김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파적 이해가 걸린 일반정치로부터 따로 떼어내여 여야가 공동으로 정책결정를 하는 공동지배영역을 만드는 것을 제안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나오며
브론쵸프박사의 발표에 대하여 우리 대학의 권무혁교수는 러시아가 동북아에서 급격한 상황변화가 일어날 때도 남·북한에 대한 균형적 정책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러시아가 3자간 경제협력을 수행할 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허길박사에 대한 대구대학 박광득교수의 질문은 다분히 비판적이었다. 박교수는 중국이 진정으로 통일지지세력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중국은 한반도 정책에서 균형적이기보다 다분히 친북한이며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패권국으로 등장하는 것도 경계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전반적으로 이 날 학술회의를 평가하면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주변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이 제시되었고 국내 토론자들은 주로 남한의 입장에서 이를 평가하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반도 주변국 중 현재 유일하게 북한에 적대적인 미국의 입장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바로 전날 같은 자리에서 미국대사관이 후원하는 미국외교정책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는데 같은 한 자리에 앉았더라면 재미있었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