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 생각]유럽배낭여행, 나에겐 새로운 시작
[길위의 생각]유럽배낭여행, 나에겐 새로운 시작
  • 편집국
  • 승인 2007.07.16 11: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난은 학우들의 여행이나 경험에 대한 수기로 만들어 가는 코너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대학생이 되면 꼭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배낭여행이었다. 여행준비를 비록 완벽하게 하진 못했지만 막연한 기대와 설렘을 안고 여름방학을 이용해 유럽으로 떠났다.
첫 여행지인 영국에 도착했을 때 저절로 나오는 함성이란…. 영국의 여름밤은 우리나라의 가을처럼 쌀쌀했지만 야경만큼은 정말 멋졌다. 바바리를 걸치고 우산을 든 신사를 확인이나 시키는 듯 런던의 날씨는 그야말로 변덕이었다. 비가 왔다, 그쳤다를 반복하길 여러차례.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영국인들은 외국인들과 대중교통 수단을 함께 이용하거나 관광지에서 만나도 그저 자연스럽게 대할 뿐, 별다른 관심을 가지거나 이상한 시각을 보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변덕스런 날씨의 영국을 떠나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순간 너무나도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파리의 거리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거리마다 있는 노숙자와 길거리에 널려 있는 쓰레기는 내가 상상했던 파리와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또 파리 지하철에는 수많은 소매치기들이 있었는데 우리 일행은 파리 한 지하철역에서 소매치기를 발견하고 지갑을 돌려 받는 경험도 했다. 하지만 파리의 거리에는 영국과 대조적으로 경찰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마 시민 스스로에게 많은 자율성을 주는 것 같았다.
파리를 떠나 이동한 곳은 축구로 인해 한국과 감정이 좋지 않은 이탈리아였다. 우리 일행도 이탈리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다음 나라로 떠나는 기차 예약도 한국인이라고 해주지 않겠다고 하여 애를 먹기도 했으며, 가게 주인이 나에게 거스름 돈을 던져 버리는 모욕을 당하기도 하였다.
무서움에 떨며 여행했던 이탈리아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아름다운 나라 스위스는 여행의 피곤함을 잊게 할 만큼이나 우리를 반하게 한 나라였다. 스위스의 강과 산은 그야말로 자연의 극치를 뽐내고 있었다. 스위스 사람들은 자신들의 환경을 역으로 극복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만든 만큼, 너무나 친절하고 여유 있는 모습의 사람들이었다. 곳곳에 휴식을 취하러 온 사람들과 노부부가 손을 잡고 여기저기 산책하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바로 여기 스위스의 알프스산맥 융프라호였다. 알프스의 설원이란 말답게 한 여름인 그때에도 온 산이 흰 눈으로 덮여 나의 마음을 환하게 해주었다. 스위스는 만약 자신의 자연환경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생활이 아주 힘들고 불편했을 것이다. 자신의 단점을 오히려 장점으로 살려 인정받는 스위스인을 우리는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알프스의 설원을 떠나 이동한 곳은 너무나 깨끗하고 깔끔한 독일이다. 독일 사람들은 우리 한국사람들을 보면 “거스 히딩크 very good!” 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독일은 다른 유럽 나라와는 다르게 현대식 건물도 많고, 도시가 세련되어 있었으며 왠지 우리나라 서울에 온 것 같은 친근함이 들기도 했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한 채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우리의 눈물인 듯 독일에 비가 아주 많이 내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막연한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했던 나의 첫 배낭여행. 교과서나 책에서 보던 그런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고 한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으며, 그 곳에 내가 있었다는 것에 가슴이 뛰고 웃음이 난다. 그리고 아직 살아 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나에게 이 여행은 단지 시작일 뿐, 아직 수많은 곳에 가서 보고 느끼고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는 생각에 약간 부담감도 생긴다.
우리나라 역사든 서양의 역사든 역사는 늘 언제나 우리 곁에서 숨쉬고 있다. 앞으로 그런 역사 속에 살아가는 나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여행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싶다.
정 경 희〈한문교육 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