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제대로 된 개혁의 시대를 만들자
이제는 제대로 된 개혁의 시대를 만들자
  • 박진영학술전문기자
  • 승인 2007.07.16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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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콜로키움 '노무현후보 초청 강연회'

지난 9월 11일 우리대학 상경관 208호에서는 정치행정대학이 주최하고 정치외교학과가 주관하는 "노무현후보 초청 강연회"가 있었다. 이 날 강연회는 열띤 분위기로 진행되었는데 자리가 없어 돌아간 학생들을 제외하고도 600여명 이상이 운집하였고 국내의 많은 언론사가 취재경쟁을 벌였다. 본 난에서는 이 날 강연회의 주요 내용과 노무현후보(이하 노후보)가 배포한 연설문을 바탕으로 정치개혁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엮은이 말)


이번 대선은 정책대결로 가야한다
먼저 노후보는 올해 대통령선거가 정책대결로 가야한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노후보는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 선거를 보면 모든 후보들이 정책대결을 하겠다고 공언해 왔고 언론들도 정책대결을 해서 표를 얻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지만, 지역대결과 색깔론이 중요한 변수로 취급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과거의 지역대결과 색깔론의 전제조건이 없어졌기 때문에 정책대결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노후보는 그 이유로 세가지를 들었다.
첫째, 지역할거의 주범인 3김(金)이 출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국민경선과 월드컵을 통해서 색깔론이 무용지물이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셋째,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체성이 분명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정책대결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노후보는 한나라당은 아직도 지역대결의 망상에 사로잡힌 채 5·6共 시대로의 회귀를 꿈꾸고 있다며 경계를 감추지 않았다. 노후보의 주장에 의하면 한나라당은 역사발전의 배반자이며 늘 권력의 양지만을 찾아다닌 수구·특권·분열적 본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후보는 민주당만이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지식정보화를 열어나갈 창조적 개혁정당, 국민통합정당의 자격이 있고, 이번 대선에서 이러한 정체성에 맞는 정책과 공약개발에 힘쓸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정부의 자산·부채 모두 넘겨받아야
노후보는 김대중 정부의 인사편중과 비리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도 기본 정책기조는 계승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사진부
먼저 햇볕정책을 계승할 것을 여러차례 약속하였다. 덧붙여 햇볕정책을 바탕으로 동북아의 화해를 주도하고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군비경쟁을 제한하고 교류와 협력을 통해서 동북아의 통합을 이루고 마침내는 동북아가 세계의 중심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주장이다.
두 번째로 개혁의 계승자가 될 것을 밝혔다. 노후보는 50대를 건국의 시대, 60∼70년대를 산업화의 시대, 80∼90년대를 민주화의 시대로 분류하고 이제는 진정한 개혁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주장하였다. 노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는 산업화에 대한 공을 인정해야하고 김영삼 대통령에 대해서도 민주화를 이끈 역사적 공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자신이 개혁의 새로운 시대를 역사적으로 계승할 인물이라고 주장하였다.
세 번째로 성장과 분배의 균형적 경제기조를 유지할 것을 주장하였다. 노후보는 자신이 반(反)기업적이거나 반(反)재벌적이지 않다고 밝히면서 공정한 룰이 존중되는 가운데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노후보는 김대중정부의 ‘생산적 복지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을 분명히 했으며 자신의 경제관이 결코 좌파적이지 않음을 강조하였다.
전반적으로 노후보의 강연내용은 추상적이었지만 정치와 경제에 대한 개혁의지는 분명히 밝혔다. 특히, 경제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정치현실에 대해서는 전면적 개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지금 당장 정치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노후보는 이번 대선에서부터 우리 정치의 잘못된 점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후보는 먼저 저비용·고효율 정치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선거공영제와 미디어 선거 확대를 골자로 한 선거관련법의 개정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선관위가 제안한 선거공영제와 미디어 선거 확대, 정치자금 투명화 조치를 전폭 지지한다고 밝히고, 특히 인터넷과 신문·방송을 활용한 미디어 선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시민단체가 제시한 부패근절을 위한 관련법의 제·개정을 속히 시행할 것을 주장했다. 노후보는 부패근절을 위한 각 정당의 의견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처리하지 못한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패근절과 함께 병역비리·조세포탈 등 헌법이 부여한 국민적 의무를 일탈하려는 특권적 행태에 대해서는 엄중한 제한과 처벌을 가하는 법·제도의 정비가 이루어져야 함을 주장했다. 반대로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반인륜적, 반민족적, 반민주적 범죄에 대한 시효제도도 재검토해야 함을 언급했다.
노후보는 로마제국이나 대영제국 등 역사를 보면 지도층이 자신과 가족부터 먼저 국가에 희생하고 헌신했기 때문에 제국의 건설과 지속이 가능했다고 주장하며 지도자와 국민간에 법과 원칙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형성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고 싶다
이 날 노후보의 강연은 그다지 정책적이거나 학술적이지는 못했다. 노후보 자신이 밝혔듯이 경선 이후 처음 찾은 영남권이라는 점과 그것도 대학이라는 점에서 적잖이 상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날 노후보의 강연 중에서 청중의 박수가 가장 많이 나온 대목은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겠다는 다짐이었다. 노후보는 김구선생과 민주화세력 등 많은 정의로운 세력이 있었지만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친일잔재가 청산되지 못하고 있고 수구적인 세력이 우리 사회의 주류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정직하면 손해본다”는 사고가 팽배하여 사회적 부패를 일으키고 연고와 정실에 의한 권위적 사회구조를 온존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후보는 이렇게 삐뚤어진 우리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의식개혁이 필요하고 의식의 개혁을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역설하였다.

또 다시 논란의 소지가 된 반미(反美)
노후보는 역사를 바로세우자는 말을 언급하면서 사대주의를 비판하였다. 중국중심의 역사관이나 강대국에 대한 종속을 비판한 것이다. 그런데 잠깐 반미를 언급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내용은 이러하다. “내가 미국에 한번도 안 갔다고, 국제적 감각이 없다고 비판한다. 바쁘기도 하고 필요성을 못 느껴서 안 갔는데, 미국에 안 갔다고 나를 반미주의자라고 비판을 한다. 그리고 반미주의자면 또 어떠냐?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이렇게 말하면 곤란하죠” 사실 이 대목은 사대주의를 극복하고 역사를 바로세우자는 말을 하다가 예를 들면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노후보 자신도 이 말이 부담이 되었던지 바로 주워 담았다. 그러나 다음 날 모일간지에서 이 부분만 오려내서 “반미면 어떠냐”는 헤드카피로 뽑아놓았다.

나오면서
이 날 강연회는 학술적인 내용이 거의 없었다. 노후보가 정책적인 부분을 준비해 온 것도 아니었고, 학생들의 질문도 정쟁에 관한 것이나 노후보 개인의 즉흥적인 생각과 대선 전략을 묻는 등 대학사회 바깥에서 보여주는 것 이상 나오지 않았다.
사실 지방대학의 생존문제, 최근 논쟁거리가 되고있는 서울대학폐교론, 지방인재할당제 등 많은 질문거리가 있을 듯한데 아쉽게도 그저 개혁적인 정치인의 강연회로 끝나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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