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도 특별한 문화공간들이 있다
대구에도 특별한 문화공간들이 있다
  • 편집국
  • 승인 2007.04.05 1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세기가 과학과 기술의 거대한 발전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문화가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정신적 풍요로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수록 문화에 대한 요구도 높아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다양한 문화 공간 개발로 이어진다. 그러나 대구의 문화 공간에 대한 학생들의 아쉬움은 여전히 크다. 그런데 서울의 대학로에 가야 문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학생들에게 대구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다양한 문화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편집자 주>

역사가 숨 쉬는 이국적 산책로  “3.1절 골목”

복잡한 도심 속에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곳이 있다. 가족과 여인, 친구들의 소풍 장소로 잔잔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곳은 대구 최대의 재래시장인 서문시장 뒤에 위치한 ‘3.1절 골목’이다. 왁자지껄한 아주머니들의 웃음소리 뒤편에서, ‘3?절 골목’의 이국적인 분위기와 한적한 정원이 주변 사람들을 유혹한다.
 ‘3.1절 골목’은 계산 성당 건너편에 위치한 야트막한 산 주변의 산책로를 말한다. 이러한 이름은 일제 식민지 시절인 1919년 학생들이 서문시장 저잣거리로 만세운동을 하기 위해 뛰어 나가던 골목이라는 사실에서 유래한다. 골목을 걷고 있노라면 당시 독립운동을 하던 조상들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르는 듯하다.
 산책로 중심에는 ‘동산’이라 불리는 광장이 있다. ‘에덴동산’이라고도 불리는 큰 잔디광장은 주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이자 가족들의 소풍 장소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변을 감싸는 큰 나무들과 이국적인 근대 서양식 정원은 산책로와 휴식공간으로서 역할을 그야말로 제대로 하고 있다. 동산 왼쪽에는 선교사 주택을 개조해 만든 여러 종류의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대구 유형문화재로 등재되어 있는 이곳은 방문자들에게 심심치 않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잔디광장에서 맨 먼저 보이는 선교박물관에서 우리는 당시 선교사들의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고, 그 뒤쪽에 위치한 의료 박물관에서는 대구에 현대의학이 전해진 이후 사용됐던 각종 의료 기구들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육.역사 박물관에서는 조선시대 이후 각 시대별 교육서적과 교과서, 학용품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이들 박물관의 가장 큰 장점은 박물관 곳곳에 걸린 빛바랜 사진을 통해 당시 생활모습과 서문시장 일대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얀 한복과 갓을 쓰고 왕진을 떠나는 선교사들의 모습을 통해 개화기 대구 사람들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고, 지금은 높은 빌딩과 건물로 둘러싸인 이곳 서문시장이 평안하고 한적했던 농경지였을 때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답답한 주말, 이곳 동산에서 편안한 휴식과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는 보는 건 어떨까.

‘렌즈’ 속으로의 추억여행
“한국영상박물관”

 빽빽하게 진열된 카메라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숨을 쉬고 누군가가 다가와 만져주길 바라는 곳. 이곳은 대

구시 화전동에 위치한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아주 특별한 공간인 ‘한국영상박물관’이다.
 박물관이라고 하기엔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김태환 관장이 평생 동안 모은 우리나라 1호 카메라를 비롯한 세계 1호 카메라 등, 다시 만들 수도 돈으로 살 수도 없는 1천5백점 정도의 카메라들이 저 마다의 위치에서 숨을 쉬고 있다.  이 ‘한국 영상박물관’에는 카메라뿐만 아니라 진공관 녹음기 및 라디오, 영상 관련서적도 비치되어 있으며, 16mm영화<내 인생은 나의 것> 외에 박정희 대통령시대 영화 및 뉴스 30편을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관람자가 소장하고 있는 영화를 언제든지 상영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어져 있다.
 이 박물관은 굳게 닫힌 유리창 속에 전시품들을 고이 모셔두는 여느 박물관과는 다르다. 누구든지 카메라를 만질 수도 있고, 찍어도 볼 수 있다. 카메라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고물점일 뿐이지만 카메라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나 영상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곳이다.
 김 관장은 “오래된 것은 낡고 못 쓰고 볼품없는 것이 아니다. 그것에는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있으면서 그 물건과 함께 살아 온 아름다운 추억들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문의. (053)423-4732

우리의 ‘열정’은 영원하다
“열린극장 마카(MAKER)”

화려한 조명도 웅장한 사운드도 없지만 무대 위 배우들의 리얼한 표정연기와 섬세한 목소리를 듣노라면 서울의 큰 공연장이 부럽지 않다.
 시내 중심에 위치하여 누구든지 가깝게 들릴 수 있다는 것 또한 장점이다.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 혹은 가족과 함께 찾기엔 안성맞춤인 여기는 “열린극장 마카(MAKER)”다.
 ‘MAKER(마카)’를 한글로 번역하면 ‘만드는 사람’이지만 경상도 사투리로는 ‘마카 다~’, 즉 ‘모두 다~’라고 풀이된다. ‘함께 모여서 참된 작품을 만들자’라는 취지로 의기투합한 사람들이 소극장을 마련한 것이다. 극단 마카의 주축멤버는 연극을 15년 이상 해온 사람들이다. 그야말로 연극을 사랑한 나머지 열정과 끈기 하나로 지금까지 꾸준히 연극을 해온 사람들인 것이다.
 사랑티켓의 도입과 연극을 찾는 매니아들의 꾸준한 발걸음 덕분에 이제는 소극장도 날개를 펼치게 됐다.
 사실 소극장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현장감’이다. 관객들이 제 3자가 될 수 있는 큰 공연장과는 달리, 소극장에서 관객들은 공연자의 땀방울과 미세한 숨소리까지도 생생하게 보고 느낄 수 있다. 공연 중에 가능한 배우들과의 대화와 교감도 빼 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큰 공연장에 비해 소극장은 자리도 좁고 불편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같은 연극을 보는 사람들과 살을 부딪치며 연극을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색다른 재미라고 할 수 있다.
 극단 마카의 단원이자 무대감독인 이중옥씨는 “소극장은 좁고 시설이 좋지 않다는 것은 제대로 된 연극을 보지 못한 사람들의 편견이다. 영화나 음악뿐 아니라 연극이라는 문화도 즐길 만 하다는 걸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연극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소통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열린극장 마카(MAKER)”에 가보자.   
문의. (053)421-2223

자유와 여유를 찾아서
북 카페, “소설”

 요즘 들어 카페 문화가 많이 발달하였다. 친구와 앉아서 커피나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 ! 그런 카페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특색 있는 카페들이 연이어 문을 연다. 많은 이색 카페들 중에서도 대구 삼덕동 카페 골목에 위치한 ‘소설’이라는 카페가 가장 먼저 우리의 눈길을 끈다.
 들어서자마자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옛 음악과 책의 향기가 우리를 반긴다.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 어디서 이름은 들어봤음직한 많은 책들과 예술가들의 사진들이 멋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담배를 피며 우리를 쳐다보는 카뮈의 사진과 책꽂이 옆의 오래된 타자기가 잘 어울린다. 주인이 정성스럽게 모은 온갖 책들이 한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달콤한 칵테일을 통해 책의 느낌이 혀끝으로 전달된다. 이곳은 유럽식 ‘펍’ 풍의 여유와 사교가 함께 존재하는 공간이다. 혼자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 할 수도 있고, 함께 모여 시끌벅적한 동호회 모임도 할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관객과 밀접한 소통을 하는는 카페공연과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일일바텐더 체험도 할 수 있다. 우리학교 동아리 ‘천마극단’도 이곳에서 1년에 한두 번 공연을 갖는다. 그야말로 ‘전천후 문화 공간’인 셈이다.
 우리학교 동문인 카페 사장은 “술이든 차든 책이든 음악이든, 여기 있는 모든 문화를 즐기며 각자 자신만의 쉼터로 느꼈으면 한다”고 말한다. 외롭고 메마른 사회생활 속에서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때로 지친다. 이방인의 느낌으로 이곳에서 자신이 신청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잠깐의 자유와 여유를 찾아보면 어떨까?

홍윤지 기자 adore60@ynu.ac.kr
황혜정 기자 vkwkak87@ynu.ac.kr
남경순 객원기자 jejenks@ynu.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