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에게 너의 이야기를 털어 놓아 봐!
카메라에게 너의 이야기를 털어 놓아 봐!
  • 남경순 명예기자
  • 승인 2006.11.11 2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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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자신만의 이야기와 생각. 그 이야기와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려는 시도.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와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하려는 작은 욕망이 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자신의 마음을 노래에 담아 부르기도 했고, 그림이나 몸짓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말과 글은 이러한 기능의 수행해 온 대표적인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런 자기표현의 영역에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 진행되고 있다. 다소 무겁고 힘에 겨워 보이기까지 한 카메라로 주변 일상과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일반 시민들의 시도,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가 바로 그것이다.

TV를 열어라, 퍼블릭 액세스

 퍼블릭 액세스는 일반 시민들이 영상을 직접 제작하고 참여하는 활동으로, 지상파 · 케이블 등의 채널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권리를 말한다. 시민이 참여하고 시민이 주체가 된다는 측면에서 시민운동의 한 모습이자 미디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에 맞춰 대구에서는 지난 27,8일 양일간 제1회 퍼블릭 액세스 시민 영상제, ‘TV를 열어라, 퍼블릭 액세스’가 개최되었다. 대구에서 처음 열렸다는 점과 지상파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의미 있고 다양한 영상들이 시민들의 의해 직접 만들어지고 상영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행사였다.
 이번 행사에 상영된 작품은 대구지역 시민과 대학생들이 만든 작품과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 ‘2006 퍼블릭  액세스 시민 영상제 출품작’, KBS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인 ‘열린 채널’의 미방영 작품 등으로 구성되었다. 작품들의 상영 후에는 제작자와의 짧은 만남과 간담회가 함께 진행되었다.
 개막작 ‘앞산, 앞으로도 있을 산’은 한 시민이 우연히 몸이 아파 운동 삼아 올라가기 시작한 앞산에서, 예전에 알지 못했던 앞산의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면서 앞산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었다. 이날 참석한 주인공 정영경씨는 “어렸을 적 두류공원을 자주 갔었는데, 당시 대구타워가 들어선 후 공원의 많은 공간이 없어지고 예전의 모습을 잃었다”며, “앞산 또한 공사가 시작되면, 그곳에서 서식하는 생물과 주변 환경을 파괴되고, 시민들의 쉼터이자 삶의 터전을 잃게 될까 걱정 된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특별상영 작품으로 이주노동자와 일반 주민들이 함께 성서 공동체 FM 라디오를 설립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 ‘그들에게 라디오 공동체를 묻는다’는 시청자들의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대학생들이 제작한 아동학대와 이주노동자의 문제, 커피 총각 아저씨 이야기 등과 청소년이 제작한 FAT 관련 짧은 영상 또한 좋은 반영을 얻었다.
 폐막식에서는 ‘닫힌 채널을 열어라’라는 이름 아래, KBS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인 ‘열린 채널’의 작품 방영 과정과 억울하게 작품을 상영할 수 없었던 이유가 소개되었다. 상영 후에는 대구 지역 퍼블릭 액세스 현황을 주제로 김영숙(대구참여연대 동구주민회)씨와의 작은 간담회 자리가 있었는데, 김영숙씨는 “동구주민회는 주민을 대상으로 카메라와 영상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구청 홈페이지에는 대개 영상물을 올리는 코너가 있지만 대부분 구청장의 활동상황이나 동네 축제와 돌잔치 같은 기록물로 구성되어 있어, 주민의 삶에 관한 내용이 거의 없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수료 작품을 들고 지역 구청 홈페이지에 찾아갔는데, 작품 중 동구지역의 불편한 길과 비행기 소음에 관련된 프로그램은 별다른 이유 없이 민감한 주제라는 말과 함께 방영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영숙씨는 퍼블릭 액세스가 여전히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면서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했다.

내가 바라본 세상, 내가 직접 표현하자

 방송법 제 69조 6항에는 ‘한국방송공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편성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방송의 현실은 여전히 퍼블릭 액세스를 실현하는 데 많은 제약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육시설과 참여시민의 부족, 또 반영되기 위한 매체와 제작간의 협력 부족 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허미옥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마산 MBC처럼 미디어 센터와 시민영상 제작자 사이의 연계가 중요하다. 교육을 통한 상영기회를 확대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시민들에게 다양한 체험 기회와 제작 동기를 형성해 줘야한다. 이런 것을 통해 방송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또한, 내용보다 높은 작품 수준 중요시하는 방송 담당자와 제작한 작품은 ‘무조건 상영해야 한다’는 시민간의 인식 조율도 필요하다"는 말로 앞으로의 과제를 지적했다.
 대학생들에게는 “자기표현의 시대인데,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현실과 사람을 누군가가 해줄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직접 표현해 자기 존재를 찾아갈 필요가 있다. 대학생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자발적인 영상 모임을 통해 RTV와 같은 인터넷 시민영상 프로그램에도 참여 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퍼블릭 액세스에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했다.

대구, PA의 발전을 위한 걸음

 

작품 상영 후 진행된 제작자와의 간담회
현재 대구지역은 동구 주민회 뿐만 아니라 퍼블릭 액세스를 실현하기 위한 일반 시민 대상의 미디어 제작 교육을 조금씩 실시하고 있다. 우선 지난 6월 첫 1기생을 뽑은 대구 MBC 미디어 센터에서는 시민을 대상으로 꾸준히 영상과 뉴스 제작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내년에는 다큐멘터리 제작과정까지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소속 영상 미디어센터에서도 곧 시민들을 대상으로 할 교육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 하니 앞으로 기대해 볼만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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