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대담-일하는 여성>한재숙 신임 위덕대 총장(가정학과 70년졸)을 만나
<특집대담-일하는 여성>한재숙 신임 위덕대 총장(가정학과 70년졸)을 만나
  • 정리 남경순기자
  • 승인 2007.06.22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드러움 속의 강한 리더쉽 '섬세! 꼼꼼! 때론 당당하게'
오늘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본지는 여성 특집면을 마련했다. 우리대학 졸업생 중 처음으로 여성 총장이 된 한재숙 신임 위덕대 총장을 만나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듣고, 김경식교수가 기억하는 ‘나의 어머니’, 김상수계장의 ‘남편을 감싸는 아내’그리고 여성이 생각하는 생활 속 여성 인권과 성상품화에 대해 들어봤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로 일컫는 나라. 여성이 많지만 여성이 인정받지 못하는 나라.
이런 나라에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보여준 언행과 사무처리 능력은 우리사회에서 여성의 위치를 재확인 시켜 줬으며 지도 없이 세계여행을 한다는 여행가 한비야는 나약한 여성의 이미지를 도전의 이미지로 바꾼 지 이미 오래다.
오늘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본지는 지난 4일 우리대학 생과대 학장을 재직하다 올해 위덕대 총장으로 선임된 한재숙 총장을 만나 그녀가 생각하는 이 시대 여성의 힘, 여성의 역할 그리고 총장으로서의 앞으로 다짐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 교수를 만나자마자 위덕대 총장에 선임된 계기를 물었다. 여성의 권리가 신장되고 있긴 하지만 대학 내 여자교수의 비율은 여전히 낮고 주요 행정 및 보직에서도 여성 교수 참여가 저조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위덕대 총장으로 임명된 그녀. 그녀는 기자의 이 같은 물음에 ‘여성의 섬세함이 필요했던 같다’는 표현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국장 : 경주에 위치한 위덕대학교와 어떤 인연을 맺고 있으며 총장을 수락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재숙 : 위덕대학교는 불교라는 종교를 지닌 종교대학이예요. 개교한지 이제 9년째를 맞이하 죠. 지난 8년간 남자 총장이 운영했었는데 사회구조가 바뀌고 세상 인식이 달라지다 보니 저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남성한테 찾기 힘든 세심함과 꼼꼼함, 가정살림 하듯 학교를 맡아달라는 주변의 요구가 적중했던 것 같습니다.
국장 : 전국여교수연합회 부회장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권위적이고 강한 리더쉽 있는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막상 뵈니 너무 자상하시네요. 여자 총장이 온다는 소식을 접한 위덕대의 반응은 어땠나요?
한재숙 : 학교 구성원이랑 재단 관계자 모두 놀라는 눈빛이 역력했어요. 현재 위덕대는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에 처해있고 학교 구성원들도 많이 위축된 상황이예요. 그 어려운 난관을 여성 총장만이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해결해 주길 바랬던 것 같아요.
국장 : 우리대학의 대학운영을 참고로 위덕대를 어떻게 운영하실 지 그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한재숙 : 우리대학은 역사가 깊고 규모도 커요. 하지만 너무 규모가 크다 보니 대학 운영시 극단적인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나오기도 하죠. 또 민주화라는 명분아래 어디까지가 민주인지 아닌지를 구분 못하는 때도 종종 있어 걱정이 됩니다. 반면 위덕대는 학교가 작아요. 어제 위덕대 입학식에 갔었는데 (입학식이) 옛날처럼 학생 모두가 학위복을 입고 교직원들이 모여있었죠. 학교도 작고 사람수도 적어 아담했어요. 작은 행사라도 중요시 여기는 위덕대의 이런 부분이 앞으로도 꼭 지켜졌으면 했죠. 젊은 학생들의 취향과 맞을지는 모르겠지만요.
국장 : 앞으로 생활은 어디에서 하시게 되나요? 남편분이 우리대학 의과대 교수님인 걸로 알고 있는데 반대는 없으셨는지...
한재숙 : 수성동 대구은행 본점 근처에 집이 있어요. 위덕대는 경주에 위치하고 있으니 이젠 주말 부부로 지내야 되요. 주말부부로 생활하는 걸 선택하자니 적지 않게 어려웠어요. 남편이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러나 어떤 일을 하던지 강력한 반대도 하지 않죠. 늘 마지막에는 제가 선택한 일을 믿고 밀어 줬어요. 보이지 않는 내조가 컸던 것 같아요.
국장: 대학 안의 여성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대부분 여학생인데 총장님은 우리대학내 여성의 위치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되시나요?
한재숙 : 아직, 어느 대학에 가도 여성 교수진은 적은 편이예요. 여교수 연합회를 만들고 끊임없이 교육부에 제기한 끝에 요즘에는 국립대의 경우 20∼25%는 여성 교수를 임용해야 한다는 채용제한이 있죠. 하지만 사립대는 아직 그런 제한이 없어요. 여기 앉아있는 여학생 분들이라도 열심히 생활한다면 이젠 달라지겠죠.
국장: 학교 입학하신 지 몇 십년이 지났네요. 다시 대학교 1학년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이 가장 하고 싶나요?
한재숙 : 과거 우리시절에는 대부분 여성의 꿈이 현모양처가 되는 거였어요.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책도 많이 읽고 자기 시간을 보내는 그런 삶을 살고 싶네요. 살다보면 느끼는 거지만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익힌 지식을 기반으로 평생을 생활하게 되거든요.
국장 : 대학시절 자주 간 캠퍼스 장소는 어디가 있나요?
한재숙: 제가 대학 입학할 때는 영대병원이 캠퍼스였어요. 일본으로 유한 갔다온 후 경산으로 캠퍼스를 이전했는데 아무래도 생과대 앞에 위치한 거울못이 기억에 제일 남네요. 어릴때는 목장에도 많이 갔어요. 이 두 곳이 가장 많이 가고 가장 사랑하는 곳입니다.
국장: 얼마 전 주례를 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여자가 주례를 선건 정말 드문 일인데 어떤 연유로 하시게 됐나요?
한재숙 : 제자의 결혼식이었어요. 6개월간 계속 거절하다 결국 허락했죠. 제가 원래 거절을 잘 못해요. 돌이켜보면 그런 걸 별로 안했으면 했는데 말이죠. 그런 걸 하는 게 좋나요? 좋다면 앞으로도 계속 하구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주례자가 원래 모든 곳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잖아요. 우리 부부는 절대로 이혼해선 안된다는 생각도 있구요. 남편도 처음에는 반대했어요. 대구가 보수적인데 튄다고 말이죠.
국장 : 학교 중요직책을 거치면서 리더로써의 모습이 있었을 것 같아요. 교수님의 리더로써의 모습은 어떤가요?
한재숙 : 저에게 이런저런 일의 제안이 많이 와요. 그런제 제가 잘 거절하지 못하고 일하는 스타일이죠. 일처리에서는 대부분은 양보하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저의 고집을 지키죠. 여자라서 그러지 않았을까요. 학교에 사표를 내더라도 꼭 지켜야 할 것에는 지켰어요. 위덕대에 가서도 이런점은 꼭 지킬꺼구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다정다감한 사람입니다.
국장 : 마지막으로 학교 구성원에게 한마디해주세요.
한재숙 : 제자들에게 제일 미안해요. 대학원에 특히 내 제자가 특히 많은데 이젠 학생들이 울타리에서 안에서 지내기 보다 엄마 곁에 떨어진 아기처럼 스스로 찾아가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 더불어 교수님께는 자녀를 키울 때 보면 다 자라고서도 계속된 지도와 다독거릴 필요가 있더라구요. 학교 강좌 중 대학생활의 설계가 있지만 교수들이 좀더 시간을 내 학생들을 다독거리고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후 제자들이 사회 요직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