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천마인]"남을 돕는 일은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TV 속 천마인]"남을 돕는 일은 부끄러운 게 아니에요"
  • 김지은 기자
  • 승인 2007.06.22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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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시민 조래혁군(기계4)
사진 김지은기자
지난달 7일 방송된 KBS 2TV 시사교양 프로그램 ‘좋은나라 운동본부’를 보셨나요?
‘전국투어 친절시민을 찾아라’라는 코너에서 대구 친절시민으로 공중파 방송을 탄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우리대학 조래혁군(기계4)이다.
방송 마지막에 조군이 급히 뛰어가는 바람에 얼굴을 알 순 없었지만 지난 1일 종합 강의동 근처 벤치에서 만난 조군은 편한 첫인상을 가진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조군은 고적대가 숨는 모습과 전화박스 옆 어떤 아저씨가 들고 있던 가방 속 렌즈를 보고 눈치채서 도망갔단다. 덕분에 방송국 측은 인터뷰는 물론, 금메달을 전달하지 못했다던 웃지 못할 이야기.
방송이 나간 뒤 좋은나라 운동본부 홈페이지에는 의문의 사나이의 행동을 칭찬하는 글과 누군지 궁금하다는 글 등이 올라왔고 조군을 알고 있던 친구들이 방송국에 직접 연락해 3일 전 집으로 금메달이 배송 되어 왔단다.
할머니를 도와준 사연에 대해서 조군은“사실 저는 그 할머니를 못 봤어요. 그 날 ISA(국제학생연합) 동아리에서 KJSC라고 하는‘한일학생회의’의 일본인 학생들과 한국문화를 체험하려고 시내에서 칠성시장으로 이동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같이 있던 일본 친구들이 계속 뭔가를 쳐다보는 거에요. 그래서 봤더니 어떤 할머니가 다리에 쥐가 나서 걷지를 못하겠다며 앉아 계시더라고요. 친구들이랑 축구하다 보면 쥐가 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면 다리를 제껴서 풀어주고 주물러 주곤 했는데 할머니한테도 그렇게 해 드렸죠”라며 이야기 보따리 풀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보따리에 싼 닭이 곧 죽을 것 같다면서 박스 좀 구해달라고 하셨는데요. 사실 닭 눈이 말똥말똥했거든요. 그래서‘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지하철 위 약국에서 박스를 구해 왔어요. 할머니가 전라도에서 왔다고 하시길래 ‘대구 사람들 좀 그렇더라’하면 지역감정 땜에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와드렸어요”라고 말했다.
평소에도 다른 사람을 잘 도와주냐는 기자의 질문에 옆에 있던 조군의 친구들이 “래혁이는 평소에도 남을 잘 도와줘요. 이번에 받은 금메달이랑 홈 씨어터도 교회에 헌납하기로 했는걸요”라며 친구인 조군이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친구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은 조군은 친절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내렸다.
“다른 사람 돕는 게 힘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인적 드문 골목이나 외진 곳에서는 잘 도와주는데 사실 사람 많은 곳에서는 쑥스러우니까 쉽게 못하는 거죠. 남을 돕는다는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대인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던 조군은 앞으로 “이공계 계열 출신으로서 국제 무역 쪽으로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요즘 외국어를 중심적으로 공부하고 있거든요. 주위에서 하는 말이 ‘이력서 쓸 때 친절시민으로 방송 탄 것도 써라’면서 이런 것도 경력이라고 그러더라구요”라며 우스개 소리를 하기도 했다.
일본 유학 시절 외국인과 관광객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일본인들의 모습이 보기 좋아 보였다던 조군의 말을 떠올리면서 작은 친절 하나로도 미소가 지어지는 사회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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