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책의 운명? 애정과 걱정 사이
[사설] 책의 운명? 애정과 걱정 사이
  • 영대신문
  • 승인 2023.03.07 12: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며칠 전 지인 몇 명이서 AI시대 ChatGPT에 대해 떠들다가, 책(종이책)의 운명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을 받았다. 필시 국문학도인 나의, 책에 대한 높은 애정도를 살짝 비꼬는 것이었으리라.

 코로나 이후 강의실의 전경은 완전 달라졌다. 강의 포털에 올려둔 수업교재를 프린트 해오는 학생은 거의 없다. 랩탑이나 폰으로 다운받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 프린트물을 나눠주면 많은 학생들은 그것을 찍어 자신의 랩탑에 탑재했고, 심지어는 교재 일부마저 사진 파일로 올려 둔 듯했다. 종이 위에 펜으로 직접 글을 쓰는 것은 몇몇 학생뿐이다. 이미 노땅이 되어버린 나로서는 이 광경이 낯설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뭐 공부만 열심히 할 수 있다면야 이런 현대의 이기는 맘껏 이용해야지. 음...

 내가 굳이 거들지 않아도 이미 유튜브에 떠도는 ‘책(종이책)의 가치’에 대한 설은 넘쳐난다. (정말로 유튜브에는 없는 게 없나 보다.) 하나같이 책의 가치를 잃어 가는 현실을 극도로 안타까워한다. 그 모습에 가슴이 짠할 정도다. 책의 가치에 100% 공감하지만, 오히려 너무 슬퍼말라고 비관적으로만 보지 말라고 위로를 전하고 싶을 정도다. 

 예전엔 책과 영화 사이에서 고민했었다면, 요즘은 유튜브가 평정을 한 것 같다. 읽고 싶은 책(또는 영화)을 유튜브에 검색해 보면 얼마나 집약해서 잘 설명해 주는지 1시간을 봐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콕 집어 설명해 주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다 알려줘서 이 영상만 봐도 훤하게 내용을 꿰뚫게 된다. 실로 시간도 절약하고, 노력도 절약하며 더 많은 것을 얻게 되는데, 이 좋은 것을 어찌 거부할 수 있겠는가. ‘지도는 땅이 아니고, 라면 사진은 라면이 아니듯, 책의 요약은 책이 아니다’라는 어느 소설가의 말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영상이 고맙기도 하다. 유튜브가 없으면 책의 가치를 더 알게 될까. 오히려 이렇게라도 책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런 영상을 통해 책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생기게 되니 감사할 일이다. 그러다 보면 그 중 일부는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책의 진가에 눈을 뜨지 않을까?

 신문(종이신문)의 운명은 어떨까. 포털사이트를 통한 기사 구독과 신문의 구독은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신문의 구독자 조사 결과를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조만간 0점대를 찍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신문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e북처럼 pdf 신문도 있고, 포털을 통한 구독이 신문에게 해를 끼치는 것만도 아니다. 이들은 대체 관계이기도 하지만 보완관계이기도 하다. 책도 크게 다르지 않지 않을까?

 책을 사랑한다면서도 나는 책을 잘 사지 않는다. 대신 우리 대학 도서관이 내 서재라 생각한다. 그런데 신간이 나오면 그야말로 전쟁이다. 도서관에서는 신간의 인기도에 따라 몇 권 정도는 구입해 두는데 운이 따른 광클릭이 아니면 내 차례가 되는 것은 거의 포기해야 한다. e북이 있다 해도 그것도 하늘의 별따기다. 신간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은 의외로 많다. 또 도서관의 천마독서장학생 프로그램을 보면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책을 읽으며 참여하고 있음을 느끼며, 주변에 실제로 글을 쓰고 있는 학생들도 무척 많다.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들 역시 요즘 세대 유튜브를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들이지만 책의 가치를 알아가고 있는 학생들이 아닐까. 이들 덕분에 내가 책의 운명을 다소 쉽게 낙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의 운명? 걱정하지 말고, 시대의 흐름에 맡겨도 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