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표] '다음 소희'는 존재하지 않도록
[느낌표] '다음 소희'는 존재하지 않도록
  • 장효주 대학사회부장
  • 승인 2023.03.06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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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콜센터 현장실습 업무의 부조리함을 다룬 영화 <다음 소희>가 화제이다. 작중에서 주인공 소희는 수당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채 실적 압박과 우울감에 시달리다 결국 목숨을 끊는다. 실제로 직장갑질119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지난 3년간의 업무상 질병판정서 161건을 분석한 결과, 과로로 인한 죽음이 58건(36%)으로 가장 많았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많이 일하는 것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근로자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추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현 정부는 해외 파견 건설근로자의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을 90일에서 180일로 확대했다. 더불어 지난 12월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권고문’에서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등 노동시간을 계속해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IT 업계에는 마감을 앞두고 수면, 영양 섭취, 위생을 희생하며 장시간 업무를 지속하는 ‘크런치 모드’란 근무 형태가 있다. 이를 통해 과로사와 과로자살과 같은 비극적인 일이 발생해 주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됐다. 하지만 지금의 52시간 상한제조차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고용노동부의 지난 8월 상반기 장시간 근로감독 발표 결과, 감독 대상 중 470개소(94.4%)에서 2,252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적발됐다. 또한 48개소(9.6%)에서는 연장근로 한도 위반으로 주52시간을 초과 근로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IT 관계자는 이번 ‘미래노동시장 연구회 권고문’이 크런치 모드를 사실상 전 산업으로 확대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배달 라이더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도 과로의 위험에 놓여있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아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해서 여러 일을 하며 과로에 시달린다. 또한 지난 12월, 한 배달 플랫폼은 배달 건수를 집계해 조건을 만족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누적 퀘스트’로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주 70~90시간을 일해야 혜택을 얻을 수 있어 라이더 사고와 과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과로로 인해 산업 현장에서 많은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관련 제도를 제정할 때 다양한 근로자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의 ‘다음 소희’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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