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칼럼니스트] 8만 1천여 가구, 그중 약 84퍼센트
[나도 칼럼니스트] 8만 1천여 가구, 그중 약 84퍼센트
  • 이윤우(국어국문4)
  • 승인 2023.03.0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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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춘이 지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지만, 여전히 날씨는 겨울입니다.

 찬바람이 우리네 살을 엡니다. 바깥에서 잠시 걷기라도 하면 손이 얼어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춥습니다. 추위를 잘 타지 않아 늘 반소매 차림이던 저도, 난방비가 오른 탓에 긴 옷가지들을 꺼낸 지 오래입니다. 바깥에는 여전히 눈이 내리는 지역도 있습니다.

 겨울은 늘 그랬듯 궁핍한 계절입니다. 모든 식물이 얼어붙고 동물들조차 굶게 될까 긴 잠에 들길 선택하는 계절. 사람이라고 다를 건 없습니다. 오히려 사람이 더 힘들지 않을까요. 사람에게는 두꺼운 가죽도 없습니다. 빽빽이 뒤덮인 털도 없습니다. 자연 앞에서 사람은 한없이 약합니다. 두꺼운 옷이나 난방기구가 없었다면 지금 인류는 종의 종말을 고민해야 했겠지요.

 최근에 한 기사를 읽었습니다. 러우 전쟁 등의 여파로 원재료 수급에 차질이 생겨, 연탄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는 기사였습니다. 연탄의 원재료를 보관하는 창고는 예년과 달리 텅 비어있었습니다. 예년보다 생산량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때문에, 한 달동네의 어느 노인은 연탄이 없어 옆집에서 연탄을 빌렸다고 합니다. 연탄을 빌려준 그도 아마 곧 부족해지기는 마찬가지였겠죠.

 연탄을 쓰는 집은 지난해 8만 1천여 가구. 그중 약 84%가 에너지 빈곤층이라고 합니다. 어림잡아도 7만 가구가 넘습니다. 여전히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요즘은 잘 쓰지도 않는 연탄이, 겨울에는 생명처럼 귀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존재조차 잊힌 연탄이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 있습니다.

 몸이 찹니다. 그렇지만 마음이 더 차갑습니다. 그들이 연탄으로 겨울을 나게 된 지는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났을 겁니다. 누군가는 어쩌면 평생이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 그들이, 연탄이 없어 당장 내일의 추위를 두려워해야 할 때까지,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을까요. 따뜻한 방 안에 누워서 귤이나 까먹지 않았을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부끄럽습니다. 거울을 바라보기 부끄럽습니다. 많이도 참담한 심정입니다.

 그들의 이웃으로서, 우리는 한 시대를 살지만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듯한 현재에 분노해야 합니다. 이래서는 안 됩니다. 매년 많은 사람이 연탄 봉사를 다닙니다. 매년 누군가는 거액을 기부합니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그것이 법이든 행정이든 무엇이든 말입니다. 매년 수천, 수만 장의 연탄이 만들어져도, 왜 그들은 여전히 겨울을 두려워해야 하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왜 그들이 여전히 연탄에 의존해야 하는지, 연탄 단 몇 장에 당장 내일의 추위를 두려워해야 하는지, 왜 억센 삶을 지내는 그들을 우리는 방치하다시피 하는지. 꼭 되돌아봐야 합니다. 날이 춥습니다. 많이도 춥습니다. 분명 그들은 더 춥겠지요. 춥지만, 부끄러워 얼굴에 열이 오르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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