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값싼 노동력’이 아닌 ‘개인’이다
[명암] ‘값싼 노동력’이 아닌 ‘개인’이다
  • 박수연 대학·사회부장
  • 승인 2022.11.21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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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15일,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작업 도중 배합기계에 끼임 사고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져 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올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의 처벌을 엄중히 함으로써, 인명피해를 예방하는 데 목적을 둔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지난 9월까지 발생한 중대재해는 총 443건, 사망자는 446명이었다. 하루에 1.8명꼴로 사망한 셈이다. 이처럼 법이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안전 사각지대에 위치해있다.

 안전사고는 학생 실습 현장에서도 일어난다. 지난 6월 20일 경기 고양시의 한 화훼농장에서 실습 중이던 대학생이 비료를 배합해 주는 기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실습 종료를 열흘 앞두고 일어난 사고였다. 이전에도 현장실습생이 작업 중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사고는 꾸준히 일어났지만, 실습생의 안전 보장에 대한 규정은 미흡한 수준이다.

 많은 산업재해는 공통된 원인으로 발생했다. SPC 사망사고도, 화훼농장 현장실습사고도 안전하지 않은 작업환경 때문이었다. SPC 사망사고의 작업현장에는 신체가 끼면 기기 작동을 멈추게 하는 ‘인터로크’라는 안전장치가 없었다. 화훼농장 실습생에게는 별도의 안전 규정조차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 많은 이윤, 더 많은 생산량을 창출하고자 안전을 경시한 결과다. 안전보호장치가 배치돼 있었더라면, 근무 규정 등이 제대로 마련돼 있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

 자본주의와 산업 현장은 노동자 개인을 ‘값싼 노동력’으로 치부하고 있다. SPC 노동자의 사망사고 당일에도, 그다음 날에도 배합기는 작동했다. 사고 현장을 목격했던 동료들은 다음날 흰 천으로 덮인 기계 옆에서 근무해야 했다. 노동자의 복지 보장과 인간으로서의 대우는 기업에게 아직도 뒷일이었다. 더불어 대학 실습생들은 여전히 노동법의 적용도,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한 채 생사의 현장으로 계속해서 내몰리고 있다.

 앞으로 몇 명의 노동자들이 희생해야 열악한 작업환경이 만들어낸 칼날은 작동을 멈출 것인가.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노동자를 단순한 ‘노동력’이 아닌, 한 ‘개인’으로써 존중해달라는 바람이다. 더불어 노동자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이를 보장하는 제도들이 더욱 강화되길 바란다. 노동자들과 그의 가족들이 피를 흘리는 일도, 그들의 피가 묻은 제품을 보는 일도 이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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