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 장효주 기자, 곽려원 준기자, 황유빈 준기자
  • 승인 2022.11.21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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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펙’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는 얼굴을 뜻하는 ‘Face’와 학력을 뜻하는 ‘Spec’이 합쳐진 신조어이다.
이처럼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외모가 자본이라고 불릴 만큼 외모지상주의 풍조가 만연하다. 외모지상주의는 우리 삶에 어느 부분까지 파고들었을까?

 

외모지상주의, 추적 60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2020년 7월 조사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는 바람직한 외모에 대한 일정한 기준이 있다’라는 문항에 남성 64.4%, 여성 80.7%가 동의했다. 일각에서는 미디어가 제시하는 규격화된 미의 기준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미디어가 어떻게 외모지상주의에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봤다.

 외모지상주의, 왜 등장했나=우리나라에서는 외모가 개인의 능력 중 하나로 치부되고 취직 등 인생의 주요 지점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2017년 알바몬에서 실시한 ‘외모와 아르바이트의 관계’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81.1%의 응답자가 외모가 아르바이트 구직에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일각에서는 규격화된 외적 기준이 미디어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외모지상주의의 가속화를 야기했다고 주장한다. 김윤아 누다심상담심리센터 상담가는 “미디어에 주로 등장하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은 비슷한 외적 기준을 갖고 있어 대중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외모를 규격화하는 ‘미디어’라는 감옥=지난 2019년 한 홈쇼핑 방송에서는 쇼호스트가 ‘여성은 외모를 통해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라는 발언을 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고 조치를 받았다. 그리고 지난 2019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성 출연자가 지인들의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내용을 방송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권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처럼 미디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외모에 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의진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최근 미디어가 생산하는 획일화된 가치가 내면보다 외모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편중된 사고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우리 대학교 학생 A 씨는 “대중들은 SNS에서는 연예인이 조금만 살이 찌더라도 쉽게 비난하기 때문에 대중들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가상 인간, 환상인가 자극인가=최근 ‘로지’나  ‘루시’와 같은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금융기업, 패션기업의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상 인간 열풍이 외모지상주의를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7월, 미국 CNN 방송은 한국에서 가상 인간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인기를 끄는 현상의 명암을 조명했다. 해당 방송에서는 ‘세계성형 1번지’로 불리는 한국에서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비현실적인 외모 기준에 대한 대중의 선망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안의진 교수는 “아름다움은 정형화된 개념이 아니다”며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사회는 미디어 속 만연한 외모지상주의 풍조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7년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통해 외모에 대한 과도한 비교 평가를 지양하자는 뜻을 밝혔다.
 또한 TV에서 외모가 중요한 식별코드로 작용하는 현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출연자에 대한 첫 평가기준이 외모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기를 권고했다.
 

외모지상주의, 외모일상주의가 되다

 

 ‘얼굴 천재’라는 단어는 잘생기거나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칭찬으로 사용된다. 이는 규격화된 미에 부합하는 외모를 칭찬의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외모지상주의의 한 단편이라고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든 외모지상주의의 본모습을 살펴봤다.

 외모‘지상’이 ‘일상’으로=외모지상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사회 구성원들은 미디어 등에서 제시하는 외적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한국 갤럽 조사를 보면, 한국 성인 중 67%가 ‘취업이나 결혼을 위해 성형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대답할 정도로 성형수술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성형수술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며 성형 광고 역시 더욱 자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 성형 광고는 ‘성형! 여자의 인생이 걸렸잖아요’, ‘3일이면 당신의 코도 오똑’, ‘사각턱 30분 만에 V라인 가능?’ 등과 같은 자극적인 문구를 통해 성형 욕구를 자극한다. 이와 같은 자극적인 성형 광고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대중에게 노출되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14년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30.4%는 성형 광고를 보고 병원을 선택했으며, 성형 광고를 접한 주된 경로는 버스나 지하철 차량 내부가 56.8%, 지하철 역사 내부 38.3%로 일상생활 속에서 접근하기 쉬운 대중교통이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우리 대학교 학생 B 씨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성형 광고를 접하면서 자연스레 성형수술을 고려하게 됐다”고 밝혔다.

 외모지상주의, 사회 문제로 대두되다=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것이 이를 모방하기 쉬운 사회적 환경 때문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낸 대표적인 악영향으로는 ‘프로아나’가 있다. 프로아나는 거식증을 추구하고 섭식장애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섭식장애가 심해지면 위장장애 심리적 장애 심장질환을 겪게 될 수 있다. 특히 프로아나는 커뮤니티를 형성해 서로의 거식 활동을 독려하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음식을 먹고 토하는 ‘먹토’ 등의 방식을 SNS를 통해 공유하며 또 다른 프로아나를 만드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식이장애와 후유증 등을 겪는 사람의 수가 증가하며 프로아나는 사회 문제로 부상하게 됐다.

 또한 이들은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위해 특정 약품을 복용하기도 한다. 한편 해당 약품은 일정 이상의 BMI(비만도를 나타내는 체질량 지수) 수치가 있어야 처방될 수 있음에도 SNS를 통해 불법 유통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의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 기준’에 따르면 BMI 30 이상에 해당할 경우에만 디에타민을 처방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병원에서 진료 시간이나 장비 여건 등의 이유로 BMI 측정을 위한 체성분 검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실제로 2021년, 식품안전의약처는 마약류 식욕억제제로 분류된 디에타민 등을 SNS를 통해 판매하거나 양도·알선한 147건을 적발했다.

 외모지상주의가 불러 일으키는 악영향=이처럼 대중들은 규격화된 미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 위해 과도한 다이어트나 성형수술 등으로 무리한 변화를 시도하며 각종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A 씨는 “SNS에서 본 다이어트 방법을 따라 했다가 깊은 우울감과 함께 몸이 심하게 망가지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리한 다이어트는 많은 부작용과 섭식장애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윤아 상담가는 “과도한 다이어트는 생리 불균형 심장 질환 관절 약화 섭식장애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섭식장애를 겪을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상담, 약물 등을 통해 치료받을 것을 권했다.

 

“그냥 입고 싶은대로 입어”, 77사이즈 룩북 크리에이터 ‘모염’

 

77사이즈 룩북 크리에이터 모염의 유튜브 활동 모습

 

 

 여기, 사회가 제시하는 정형화된 미적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 ‘나’라는 아름다움을 발견한 패션 유튜버, 모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내추럴 사이즈 패션 룩북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으십니다. 이와 같은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어릴 때부터 정상 체중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은근한 무시와 놀림을 받곤 했어요.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체형과 상관없이 자신만의 취향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보자는 목표가 생겼어요. 이에 사람들에게 패션이라는 주제로 다가가 자신감을 주는 콘텐츠를 제작하게 됐죠.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무엇인가요?
 평소 옷 입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제 유튜브를 통해 여러 패션을 시도해보기 시작했다거나 자존감을 찾았다는 댓글이 있었어요. 이처럼 자신만의 방식으로 영상에 담긴 메시지를 소화하고 그 모습을 댓글로 표현해 주신 분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유튜브 등 많은 미디어에서 다양한 사이즈의 옷을 소개하는 패션 콘텐츠가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의 정형화된 미적 기준이 변화할 것이라고 보시나요?
 많은 사람이 우상으로 생각하는 연예인들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사회의 정형화된 미적 기준이 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러나 다양한 사이즈의 옷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체형과는 상관없이 여러 가지 옷을 시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바라요.

 본인이 생각하는 ‘아름다움’, ‘아름다운 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아름다움에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서 각자가 생각하는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죠. 그렇기에 아름다운 몸이 무엇인지 정의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름다워지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면 그 기준을 연예인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두는 건 어떨까요?

 자신의 외모나 체형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외모나 체형 콤플렉스는 자신을 꾸미고 싶다는 욕구에서 나오기 때문에 부정적인 자극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콤플렉스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이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향후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은 유튜브에서 패션 분야로만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콘텐츠로 분야를 넓혀 나가고 싶어요. 건강한 식습관 찾기 건강한 생활 패턴 공유 책 추천 등 건강한 생활과 마음가짐을 갖고 살아가는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며 구독자분들과 함께 성장하는 채널을 만들어가고자 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내·외적으로 단점이 있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주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단점을 보여주기에 당당함이 부족하다면 이를 극복해보는 것도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타인과 비교하는 삶을 살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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