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로를 거닌 사람] 핫하고 힙한 재영칼럼니스트, 권석하 동문
[천마로를 거닌 사람] 핫하고 힙한 재영칼럼니스트, 권석하 동문
  • 박수연 기자, 이상준 기자, 정유진 기자
  • 승인 2022.11.21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국 생활 40년, 한국보다 영국에 더 오래 거주한 권석하 동문(무역학과 73학번)은 재영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위대한 사람들의 발자취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권석하 동문. 그의 발걸음이 닿은 곳은 어디인지 그의 발자취를 따라 가봤다.

 작가님께서는 학부 시절 어떤 학생이셨나요?
 제 주전공이 ‘영대신문’이고 부전공이 ‘무역학’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영대신문 활동에만 집중했어요. 학업에는 아주 불성실한 학생이었죠. 특히 저는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대구에 친구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의 대학생활은 신문사가 시작이자 끝이었죠.

 작가님께서는 무역학과를 졸업하셨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책벌레였어요. 당시에 봤던 모든 책들의 현장에 가보는 것이 제 꿈이었죠. 알프스 소녀가 살고 있는 알프스 시저가 건너던 루비콘강 나폴레옹이 패배한 러시아 등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었어요. 결국 해외에 나가 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고, 마침 우리 대학교에 무역학과가 생겨 진학을 결심하고 대구로 내려왔어요.

 학부생 시절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학부생 시절에는 데모와 휴교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 매년 2학기마다 각종 데모로 휴교가 이어져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했죠.

 영대신문 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대신문 기자 시절 기억에 남는 경험이나 기사가 있으신가요?
 창간기념호에서 대학신문으로는 처음으로 컬러판을 제작해 배포했던 경험이 가장 자랑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또한 편집부장 때 대학신문으로는 처음으로 ‘대학의 목적이 학문과 취업 중 무엇이 돼야 하나’라는 앙케트 조사를 학생들에게 실시한 적이 있어요.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쓴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영대신문 활동이 현재의 작가님이 있기까지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영대신문 활동을 하며 인간이 사회에서 겪어야 할 경험을 4년 동안 축약해 배웠어요. 1학년 수습기자는 신입사원, 2학년 기자는 중견사원, 3학년 부장은 중견 간부, 4학년 국장은 최고경영자의 역할이었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직장생활을 할 때, 상사가 원하는 것을 빠르게 파악해 상사의 요구를 미리 충족시키는 방법을 터득하게 됐어요. 덕분에 직장생활하면서 한 번도 상사로부터 잔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요. 이는 영대신문 활동을 통해 배운 경험 덕분이죠.

 작가님은 영남대학교 런던동창회장을 맡은 적이 있을 정도로, 모교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습니다.
 영남대학교는 제게 있어 고향 같은 곳이에요. 경산 캠퍼스에서 신입생으로 시작한 영남대학교 정통 1회라고 자부합니다. 당시 캠퍼스는 부지가 완성되지 않아 나무도 없었고, 비가 오면 진흙탕이 되기 일쑤였죠. 여름에는 솔밭 밑에서 수업을 하고, 때로는 막걸리 한 병을 사다 놓고 하던 수업들도 기억에 남아요. 학교에는 버스가 자주 오지 않아 대구 수성동까지 가는 버스 안은 사람이 늘 북적였죠. 하지만 버스 안에서 재미있는 일도 많았어요. 고산에 딸기밭이 많았는데, 버스 안에서 미팅이 결성돼 딸기밭 입구에서 여학생들과 즉석미팅을 한 경험이 있어요.

 지난 1982년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에 처음 발을 디뎠습니다.
 주식회사 진도의 지사장과 법인장을 동시에 맡게 돼 영국에 갔어요. 영국 내 20여 개의 모피제품 매장과 직원 200명을 통솔했죠. 동시에 화물 컨테이너 판매 관리도 담당했어요. 제가 영국에 있을 때, 진도 영국 법인은 매출이 1억 불이 넘을 정도로 크게 성장하고 있었어요. 더불어 당시 소련 지사장과 법인장을 겸임하게 돼 최초의 한소합작법인 설립을 주도했고, 공장까지 차리게 됐어요.

 런던에서 보라여행사 IM컨설팅 한식당 일식당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업이란 모든 면에서 힘들지만 즐겁고 보람되기도 해요. 모국에서 사업을 해도 어려운데 외국에서는 훨씬 어렵다고 할 수 있죠. 제가 해온 모든 일 중 절대 만족스러운 것은 없었어요. 돌아보면 언제나 모자라고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 더 잘하려고 항상 노력해요.

 고르바쵸프, 옐친 시절 10년간 소련에 거주하셨습니다. 당시 소련에 거주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진도 러시아에서 주재하다가 현지에서 독립해 사업을 시작했어요. 이후 최초의 상사원 최초의 복수비자 소지자 최초의 한소합작법인 설립 최초의 한국 사업가 한국인 최초의 공장 설립 등 제 인생에서 자랑할 만한 일들이 소련에서 일어났어요.

 해당 시기는 소련의 붕괴로 냉전 시기가 끝나는 시절입니다. 당시 소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당시에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정보요원과의 만남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 소련에서 일하는 최초의 한국 상사 주재원이었기 때문에 소련 당국에서는 저를 정보요원으로 의심했어요. 이에 좀도둑으로 위장한 소련 정보요원에게 서류가방을 도난당한 적도 있어요. 또한 2년간 같이 일했던 회사 직원이 갑자기 잠적한 일도 있죠. 추후에 들은 얘기로는 잠적한 회사 직원의 정체가 소련의 정보요원이었어요.

 영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영국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영국인’과 ‘영국의 자연’이에요. 타인을 배려하고 봉사와 자선 희생이 몸에 밴 영국인들은 매일 놀라움을 선사해요. 물론 영국의 제국주의 역사는 해악이지만, 이들의 세계를 보는 눈은 정말 남다르다고 할 수 있죠. 영국 자연은 우리 한반도보다 겨우 10% 더 클 뿐인데 너무 다양하고 아름다워요. 오랜 기간 거주한 저도 아직 다 보지 못할 정도로 흥미진진합니다. 영국을 보다 체계적으로 알고 싶어 영국인도 따기 힘들다는 ‘예술문화역사 해설사 공인 자격증’을 따기도 했죠.

 청년들이 영국에 간다면 꼭 가봤으면 하는 도시, 관광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명한 관광지를 가기보단 이름 없는 시골 마을을 찾아다녀 보세요. 시골 마을들의 매력은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죠.

 영국에서 살면서 느낀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해외여행을 갈 때 한국에서 가는 것보다 훨씬 더 쉽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아침 일찍 차를 몰고 파리로 가서 쇼핑을 하고, 저녁에 와인과 굴을 먹고 돌아와도 12시 전에 런던에 도착할 수 있죠. 단점은 좋아하는 한국 맛집이 가끔씩 생각날 때 바로 갈 수 없다는 것이에요.

 영국에 오랜 기간 거주하시며 영국인들의 한국에 관한 관심의 변천사를 자세히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한국에 대한 영국인들의 시선은 어떻게 변화했나요?
 아직도 영국인들은 한국에 대해 잘 몰라요. 그러나 최근 들어 BTS, 영화, 드라마 등 문화적인 면을 통해 조금씩 영국인들에게 소개되기 시작하는 듯해요. 물론 손흥민 같은 축구선수들이 주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죠. 또한 과거보다는 한식도 많이 알려지고 있어요.

 지난 1일, 한국출판학회에서 작가님이 출간한 ‘핫하고 힙한 영국’ 책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습니다.
 소위 말해서 ‘가문의 영광’ 이에요. 1년 동안 한국에서 발간되는 최소 몇만 권의 책 중 네 손가락 안에 들었다는 사실은 정말 자랑스러워요.

 지난 10여 년간 국내 시사 주간지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계십니다. 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단기간 여행한 사람부터 2~3년 주재하고 간 사람까지 많은 사람들이 영국에 관한 책을 써왔어요. 저는 40년간 영국에 체류해왔기 때문에 장기간 체류한 한인의 의무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죠.

 작가님만의 글쓰기 팁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글을 쓸 때 문장의 첫 문장부터 쓰려고 하지 마세요. 쓰고자 하는 주제에 관한 생각을 모두 적어 놓고, 자료를 찾아 그 생각들에 살을 한둘씩 붙여 나가며 ‘생각’ 하나를 ‘문장’ 하나로 만들어보세요. 그러다 보면 그 문장들이 들어갈 자리가 보이기 시작하죠. 골격이 갖춰지면 문장을 빛낼 표현과 단어들을 추가해요.
 저는 누군가의 말을 잘 인용하지 않고, ‘것’ ‘적’ 같은 상투어를 가능하면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또한 동일한 단어를 절대 가까이에서는 쓰지 않으려 하죠.

 ‘두터운 유럽’ 저자의 말에 따르면 ‘삶이라는 문장에서 여행은 쉼표이자 느낌표’라 하셨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평소에 열심히 살다가도 쉴 때는 여행을 가야 해요. 여행을 통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휴식을 가질 수도 있어요. 여행은 즐거움의 연속이니 느낌표죠!

 작가님께서는 우리보다 앞서간 위대한 사람들의 발자취를 찾기 위해 여행을 간다고 하셨습니다.
 삶의 지혜를 알고 배우기 위해선 위대한 사람들의 일생을 살펴봐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발자국과 숨결이 묻은 곳을 직접 가 봐야 하죠.

 오랜 타지 생활로 고향이 그리울 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영국에서도 한국 문화를 접하기 쉬워 한국이 그립다는 느낌을 받진 않아요. 단지 영국에는 없는 한국의 맛집만이 그리울 뿐입니다.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최고령 자원봉사자로 지원하시는 등 각종 자원봉사활동도 활발히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받는 사회적인 혜택을 다시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영국 교민들이 생계유지에 바쁘다는 이유로 봉사를 남의 일로 생각하는 점에서 속상하기도 했고요.

 작가님이 해오신 일들이 만족스러우신가요?
 세상에서 가장 선망받는 직업은 불행을 겪은 사람들을 도와주는 직업이라 생각해요. 뒤집어 말하면 ‘남의 불행이 내 직업이다’라 말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직원들에게 타인한테 즐거움을 주는 일을 하는 것에 자부심을 갖자는 농담을 진담처럼 해요.

 작가님의 이름으로 된 책 20권을 내겠다는 목표를 가지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출판 계획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준비 중인 책들은 모두 영국에 관한 내용이에요. ‘핫하고 힙한 영국’ 후속작들도 현재 출판사에 원고를 보낸 상황이에요. 이외에 관광객들을 위한 영국 안내서와 영국 위인들에 대한 책도 준비 중이에요.

 다른 사람에게 인간 ‘권석하’가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요?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노력했고, 그것을 이룬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자식들에게는 그리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계속해서 해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이탈리아 일본 중국 프랑스에서 각각 1년 사는 것도 꿈이에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대학교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세상은 넓고 그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좁은 한국에서만 살지 말고, 다른 세상도 가보며 많은 경험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