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책소개-난민과 국민 사이
[학술]책소개-난민과 국민 사이
  • 남경순 객원기자
  • 승인 2007.04.05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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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의식하지 못했던 문제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때, 더군다나 그 문제가 가져다주는 중요성과 시사성이 예상보다 클 때 우리는 커다란 충격을 느낀다.
일본, 중국, 러시아 일대에 거주하는 정치 난민,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혼혈아와 이민자 등 세계 곳곳에 있을 우리의 동포, ‘코리안 디아스포라(Diaspora)’가 바로 그런 사례들 가운데 하나이다.
그 중에서도 일제 식민지와 전쟁을 통해 강요된 타국살이를 해야 했던 이들을 바라보는 폐쇄적인 시선은 분명 재고되어야 한다.
‘난민과 국민 사이’는 재일조선인 서경식 교수의 디아스포라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과 발언을 글로 표현한 것이다. ‘모어’는 일본어지만 ‘모국어’는 조선말이라는 그는 일본과 조선의 경계 속에서 50년을 살아온 재일동포 2세다. ‘난민과 국민사이’에서는 기존의 예술비평, 기행문, 성장기에 관한 에세이가 아니라, 제국주의와 국민주의, 민족주의 등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글로 묶은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난민들의 삶과 고민, 이들을 위한 미비한 대책조차 준비 없는 국가를 보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1부는 저자의 정치적 관점에 뿌리를 둔 짤막하고 강렬한 에세이를, 2부는 재일조선인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전망을 다룬다. 특히, 2부에 담긴 글은 그릇된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의 비판으로까지 이어져 향후 재일조선인들의 삶에 대한 과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게끔 한다. 저자는 재일조선인이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일본과 한국 양쪽의 참정권을 모두 획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본에서의 정치참여 길만큼이나 한국에서 정치참여의 길이 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나아가 팔레스타인민족평의회처럼 세계 곳곳으로 이산한 조선인들의 대표가 한자리에서 만나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최고의결기관에 대한 꿈과 연결된다. 마지막 3부는 국민국가와 근대 정치세력에 의해 상처를 입거나, 그것과 대항해 싸워나갔던 사람들의 삶에 대한 글이다.
특히, 민주주의와 인권회복을 위해 평생을 싸운 윤이상 선생의 삶에 대한 행적은 유독 눈에 띈다. 한국의 고유한 민족문화를 바탕으로 선생의 미학과 민족의식을 결합한 음악적 기법을 만들어낸 윤이상 선생. 그는 이것이 동양에 머물지 않고 보편적인 세계의 문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내 반공과 비민주적인 사례가 한국뿐만 아니라 제국주의로 인한 세계 보편적인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음악·사회활동을 펼친 것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부분이다.
재일조선인은 정체성은 한반도에 있으나, 끊임없이 일본 사회와 소통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존재다. 서경식 교수는 재일조선인의 삶을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에서 시작해 진솔하고 소박한 언어로 그 역사와 의의를 독자에게 전해준다.
무엇보다 이런 문제를 과거 제국주의 및 전쟁과 연관시켜 세계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에서 인식하려는 부분은 우리가 이 책을 한 번쯤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 서경식 저자 :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와세다 대학교 프랑스문학과를 졸업했다. 도쿄게이자이 대학교 현대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6년 현재 성공회대학교 연구교수로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 ‘소년의 눈물’로 1995년 일본 에세이스트 클럽상을, ‘프리모 레비로의 여행’으로 마르코 폴로상을 받았다. 그 외에 ‘나의 서양미술 순례’, ‘분단을 살다’,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디아스포라의 기행’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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