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통의 강제화
[사설] 소통의 강제화
  • 영대신문
  • 승인 2022.10.0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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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인도의 지주는 자신의 재산을 산업에 투자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미국의 경제학자 George Arthur Akerlof는 산업에 존재하는 레몬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이 레몬이 Akerlof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안겨주었고, 정보경제학자들에게는 후속연구의 밀알이 되었다. 이것이 Akerlof(1970)가 주장한 레몬의 법칙(Lemons Principle)이다.
 
 시장에는 왜 시고 맛없는 레몬만 존재하게 되었을까? 이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결과라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즉, 중고자동차 시장에서 공급자와 수요자는 중고자동차에 대한 차별적 정보를 가지고 있다. 판매자는 모든 정보를 소유하고 있는 반면에 수요자는 전혀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는 심각한 정보불균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보불균형의 상황에서 시장에는 양질의 자동차는 사라지고 열악한 자동차만이 존재하게 되는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이 작동하게 된다. 이러한 역선택은 결국 인도의 지주들이 자기의 재산을 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Akerlof(1970)가 주장한 것처럼 사회적으로는 과소투자를 유발하게 하고 과소투자는 경제발전을 저해하여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만들게 된다.

 그렇다면 역선택의 원인은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보비대칭성이 역선택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중고자동차시장에서 판매자와 수요자가 그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동일한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다면 역선택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수요자 보다 판매자가 월등히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판매자는 자기 이익극대화를 위해 열악한 자동차를 양질의 자동차로 속여 판매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빈약한 정보환경에 처해 있는 수요자는 결국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판매자가 이기적인 존재임을 가정할 때 성립된다. 만약 판매자가 이타적인 존재라면 역선택의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비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없는 길에 떨어진 비단은 평범한 사람들도 가만두질 않지만, 용광로 속의 금은 제아무리 무서운 도적떼의 두목이라도 훔쳐 갈 수가 없다.” 물론 한비자는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의 제자이기 때문에 성악설에 근거한 주장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본디 악하게 태어났다고 정죄할 수는 없지만 악한 마음도 내재 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역선택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인간이 이타적일 것이라는 희망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이기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한 용광로가 필요할 수도 있다. 즉, 기업의 역선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강제공시제도처럼 우리 대학도 소통의 강제화라는 개념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학의 발전을 가장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는 구성원들이 불신으로 인해 개인화되는 경향일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모든 언론들이 지방대학은 곧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는 시점에서 구성원들의 개인화는 대학의 생존에 치명적일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소통을 읍소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소통의 강제화가 필요한 시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의 집행부와 구성원간, 교수와 학생간, 교원과 직원간의 관계는 점점 형식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는 이들 간의 얼마 되지 않던 만남조차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꿔버렸다.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소통의 강제화라는 용광로가 절실한 시기가 아닐까라는 전근대적인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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